'하지만' 대신 '그리고' 쓰면 말싸움이 사라진다!
'하지만' 대신 '그리고' 쓰면 말싸움이 사라진다!
  • 이원우
  • 승인 2013.04.19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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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 샘 혼의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샘 혼 著, 갈매나무 刊, 2008

팟캐스트 방송 ‘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가 45번째로 다룰 책은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미국의 샘 혼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의 책인데요. 원제목이 재미 있습니다. ‘말로 하는 쿵푸’라는 의미로 <Tongue Fu!>라는 제목이 붙어 있네요.

미국에서는 1996년에 발표된 책이지만 현재 한국에서 혜민 스님과 스타 강사 김미경 등의 책들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기술 56가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기도 하네요.

68페이지에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남긴 말이 소개돼 있는데요. “논쟁으로 상대방을 설득해 내는 광경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필요 없는 적은 만들지 않는다는 이 책의 기본적인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56가지가 모두 흥미로운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현실에서 적용해 봄직한 것들이 몇 가지 있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51페이지를 보면 ‘인간의 뇌는 부정형을 모른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상대방의 말을 부정하고 싶을 때 습관적으로 부정형의 문장을 사용하기 쉽지만 그렇게 하면 오히려 상대방의 말을 확인해 주는 꼴이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감정적인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감정적이지 않아요”라고 말해봐야 상대방의 흐름에 말려들어갈 뿐이라는 거죠. 차라리 “나는 이성적인 사람입니다”라고 얘기하는 쪽이 낫다는 의미입니다.

리처드 닉슨의 경우가 부정적인 문장을 잘못 활용해서 피해를 본 전형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데요. TV에서 “나는 사기꾼이 아닙니다(I'm not a fraud).”라고 부정하는 순간 모든 미국인이 그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74페이지에는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하지만’이라는 단어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이 단어를 쓰는 순간 평범했던 대화가 말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굳이 상대방을 적으로 돌릴 필요가 없는 경우엔 아무리 상반되는 내용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하지만’ 대신 ‘그리고’라는 단어를 써보라는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 직원이 너무 바빠서 착오가 있었습니다.” (X)
“고객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리고 저희 직원이 너무 바빠서 착오가 있었습니다.” (O)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흥분된 상태로 말을 걸어올 때는 함께 흥분하지 말고 메모지와 볼펜을 꺼내들라는 조언도 하고 있네요.

상대방의 내용을 받아 적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무리 흥분한 상태라도 상대방은 단어를 고르게 되고 흥분을 가라앉히게 된다는 것이죠. 이건 상당히 파워풀한 스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소개한 이 책의 결론은 다소 이상주의적으로 흐르는 면이 있습니다. ‘싸움에서 이기는 궁극적인 기술은 애초에 싸움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선언하는 식이죠. 226페이지에는 “내가 대접받기를 원하는 방식대로 상대방을 대하라”는 일면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내용으로 마무리되고 있네요.

이 세상에 사는 사람 어느 누구도 굳이 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불의(不義)와 악(惡)에 대해서는 그것들을 적으로 돌려서 싸울 수도 있어야 하겠지만 굳이 부질없는 싸움을 확대시키고 싶지 않을 때 참고할 만한 책,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이었습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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