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혁신학교 논쟁
다시 불붙는 혁신학교 논쟁
  • 이원우
  • 승인 2013.04.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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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임시회 … 조례안 통과 가능성 높아


지난 4월 16일 서울시의회 제246회 임시회가 개회됐다. 30일 본회의까지 보름 동안 진행되는 임시회 일정에는 17-18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시정 질의 순서가 포함돼 있었다.

현재 서울시의회의 정당분포는 의원 114명 중 77명이 민주통합당 소속이다. 보수적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중시한다고 밝혀온 문용린 교육감으로서는 뜻을 펼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17일 회의장에서 김형태 교육의원이 문용린 교육감에게 던진 시정 질문의 뉘앙스는 문용린 교육감이 현재 처해 있는 적대적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정 질문’인가 ‘인신 공격’인가

16일 신상 발언을 통해 “문용린 교육감과 국제중학교 입학 관련 감사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싶어 연락을 남겼지만 소통이 되지 않았다. 불통행정이다”는 취지의 비판론을 펼친 김형태 교육의원은 17일 시정 질문에서도 문 교육감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국제중학교 관련 감사관의 인사 조치 여부를 물은 다음부터는 교육행정의 영역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인신공격성 질문들이 쏟아졌다.

“내년 교육감 선거에 다시 출마할 것이냐”고 물은 김형태 의원은 “이렇게 경직되고 불통행정 하는 교육감을 과연 서울시민이 다시 뽑아줄까 의문”이라고 논평하며 “내년 재선이 아니라 차기 총리를 염두에 두고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해 이런 불통행정, 일방행정을 하신다 이런 얘기까지 들려요”라고 말했다.

문 교육감은 연신 “질문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김 의원은 재차 “총리로 오라고 하면 가실 것이냐고요?” 하는 식의 추궁을 이어갔다.

급기야는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약 30억을 쓰셨다고 했는데 그 후원금 중에서 국제중학교나 사립학교 관계자로부터 받은 게 있느냐”, “사교육 관계자로부터 받은 돈이 있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나중에는 10여 년 전에 거래한 것으로 알려진 골프회원권이 “신고하신 금액대로 취득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청문회 스타일’의 시정 질문을 이어갔다.

김명수 의장은 “교육정책 범위 내에서 질문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적했지만 김형태 의원은 ‘중요한 질문’이라며 계속했다. 문용린 교육감은 “제가 범죄자라는 단정 하에 질문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김 의원은 “의혹에 대해서 분명히 털고 넘어가 달라”며 맞섰다.

김형태 의원, 혁신학교 조례안 발의한 상태

김형태 의원은 교사 출신 교육의원이다. 양천고등학교 국어교사로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분회장(학교대표)을 맡기도 했다. 2009년 양천고 사학비리 문제를 제기하다 해임된 이후 218일간 시위를 하며 주목을 받았다.

2010년 6·2 지방선거 때에는 곽노현 후보 및 진보성향 후보들과 함께 합동기자회견 및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경쟁자를 0.6%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가까스로 당선되며 서울시의회에 입성했다. 2012년 10월에는 시집을 발간했는데 기념행사장에는 장석웅 前 전교조 위원장,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이 참석해 여전히 전교조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는 인물이다.

사학 문제와 관련된 내용으로 주로 활동하는 김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혁신학교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혁신학교와 관련된 교육감의 행동을 강제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 방향성은 김 의원이 당선 직후 “오랜 시간 사학비리와 싸우면서 개별 학교의 비리에 맞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교육청을 개혁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힌 입장(2010년 6월 5일 경향신문)과도 일맥상통한다.

조례의 핵심은 교육감으로 하여금 ‘혁신학교 운영·지원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제6조). 이는 혁신학교 지정 및 취소, 혁신학교 운영 및 평가, 혁신학교 예산·인사·행정·연수 등 지원, 혁신학교 종합계획 수립 등의 내용을 심의하는 20명 이내의 기관이다. 첨예한 논쟁이 되고 있는 혁신학교 체제를 지속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이해될 만한 조직이다.

교육청 “재의요구 예정” … 갈 길은 멀어

이 조례가 굳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김형태 의원조차도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의회와 시교육청 간 신뢰관계만 형성되면 조례를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대표발의자부터가 조례의 본질이 교육감의 행정적 권한을 제약하겠다는 의도에 있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조례는 교육감으로 하여금 혁신학교 운영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강제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의회의 현재 성향을 고려하면 이 조례가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혁신학교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은 2013년까지 제도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뒤에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학교의 형태가 어떤 것이든 운영에 대한 기본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으므로 혁신학교위원회는 불필요하며 혁신학교의 지원만을 위해 조례를 만드는 것 역시 불필요하다는 취지다.

조례 통과 이후에도 교육청이 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이 조례는 재의 요구 및 적법성을 근거로 대법원 제소 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 달 통과된 ‘학생인권옹호관 조례’를 교육청이 대법원에 제소한 것과 똑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성격의 조례들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황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결국 지금 서울시의회 교육부문에서는 조례를 수단으로 한 ‘교육감 길들이기’가 진행 중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감이 본인의 뜻에 맞는 행정을 펼치기는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다. 좌편향 서울시의회에서 보수 성향 문용린 교육감의 행동 하나하나는 가히 무조건적인 역풍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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