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손연재"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손연재"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4.29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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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9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5위 -

- “2등을 했지만 그녀의 목에 걸린 은메달은 기념품이다.”

- 29일 내내 ‘손연재’가 검색어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는 중요한 이유가 위의 한 문장 안에 녹아있다.

- 손연재는 현지시간 28일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대회 개인 종목별 결선 리본 종목에서 17.483점을 획득하며 2위에 올랐다. 리듬체조를 구성하는 리본, 볼, 후프, 곤봉 중 리본 종목에 한해 2위를 한 것이다. 4종목을 합산한 개인종합 성적은 9위였다.

- 논란은 다수의 언론이 이 내용을 ‘손연재 은메달’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종합 성적으로는 9위를 했는데 마치 손연재가 종합 2위의 선수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체조연맹 기준 손연재의 현재 세계 랭킹은 17위이므로 그녀를 세계 2위급의 선수라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다만 손연재가 현재까지의 한국 리듬체조 선수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건 사실이다. 종합이든 종목별이든 은메달을 딴 게 한국 최초인 것도 맞다. 아직까지는 누구도 가지 못했던 길이기에 상대적으로 작은 성과에도 큰 의미가 부여되는 건 어떤 면에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 손연재에 대한 논란은 흔히 그녀가 실력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논의로도 연결된다. 지난 3월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그녀가 200만 원짜리 가방을 들고 다닌 점이 논란이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손연재의 적정 수입은 얼마일까. 리듬체조 세계 17위의 선수가 찍어야 하는 CF의 적정 분량은 몇 개일까.

- 대중심리와 자본주의가 혼합된 이 복잡한 문제를 종식(최소환 완화)시키는 것은 아마도 ‘더 좋은 성적’일 것이다. 리듬체조는 예술과 교집합을 갖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스포츠인 바, 결국엔 성적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의미다. 이는 손연재와 흔히 비교되는 김연아 선수의 사례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 김연아 역시 비슷한 구조의 논란에 오랫동안 시달렸지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대다수가 인정할 만한 성과를 냄에 따라 논란의 강도는 낮아졌다. 지금으로서는 김연아가 1년에 CF 몇 개를 찍는지, 소위 ‘언론플레이’가 너무 심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예전처럼 심하지는 않다.

- 비판자들은 손연재가 어제 거둔 결과가 과대포장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입증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악플을 다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손연재를 응원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리듬체조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어제의 성과를 ‘역사’로 만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은 그녀이기 때문이다.

- “금메달에만 주목하지 말고 동메달, 노(No) 메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몇 등을 했는지가 전부는 아니다. 최선을 다 하는 모습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가 끝난 뒤에 공식처럼 등장하는 여론이다. 이렇게 말하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그들이 말하는 ‘가치’에 CF가 누락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은 ‘손연재’를 검색했다. .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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