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펼쳐지는 일탈의 추억
로마에서 펼쳐지는 일탈의 추억
  • 이원우
  • 승인 2013.05.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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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감독 <로마 위드 러브> 개봉
 

“우디 앨런은 미국 영화산업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나도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됐지만, 미국이란 나라에서 그런 영화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일본 최고의 개그맨이자 세계적 영화감독인 기타노 다케시(北野武)가 우디 앨런에 대해 한 말이다.

1966년 <타이거 릴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로 데뷔한 우디 앨런은 다케시의 말 그대로 자신의 자유로운 발상을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기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70편 넘는 작품을 만들었으니 1년에 한 편 이상을 창작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1975년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시작으로 1978년 <애니 홀>로 아카데미 작품/감독상, 1987년 아카데미 각본상 등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한편 그는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우디 앨런의 자유분방함은 21세기에 와서 변곡점을 맞았다. 가볍고 장난스러운 태도는 여전하지만 그 안에 보다 진한 삶의 모순과 페이소스를 담아내며 한 사람의 ‘어른’이 바라보는 인생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고 있다.

2005년의 <매치 포인트>는 운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인생의 미묘함에 주목했다. 2006년엔 <스쿠프>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을 뽐냈다.

그 이후 <왓에버 웍스>(2009), <환상의 그대>(2010) 등의 작품은 사건 하나로 조변석개하는 인간의 마음을 유쾌하게 포착하며 확고부동한 팬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들어 화제가 되고 있는 우디 앨런의 특성은 도시(都市)의 매력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이다. 2005년의 <매치 포인트>는 런던의 음울한 분위기를 줄거리와 매치시켰다.

2008년작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바르셀로나 시의 지원까지 받으며 스페인의 청량한 풍경을 펼쳐보였다. 2011년작 <미드나잇 인 파리>는 제목 그대로 파리의 과거와 현재를 충실하게 구현하며 프랑스로 시간여행을 떠난 것 같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에서는 35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2013년 한국에서 개봉하는 최근작 <로마 위드 러브>는 우디 앨런의 네 번째 ‘유럽도시 영화’다. 총 네 가지 이야기가 로마 곳곳에서 펼쳐지면서 도시의 구석구석을 보여준다.

자신의 젊은 시절과 조우하는 존(알렉 볼드윈), 평범하다는 이유로 유명세를 타게 되는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 콜걸(페넬로페 크루즈)에게 유혹을 느끼는 신혼의 안토니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오페라를 제작하는 제리(우디 앨런) 등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펼쳐진다.

로마의 콜로세움, 나보나 광장, 트레비 분수 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매치 포인트>만큼 치밀한 서사구조를 가졌거나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환상적인 구성을 뽐내는 작품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우디 앨런은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의 유일한 감독이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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