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읽기 1년 … 최종 목적지는 학교"
"고전읽기 1년 … 최종 목적지는 학교"
  • 이원우
  • 승인 2013.05.13 17: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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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행복한 고전읽기' 창립 1년 맞은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


고전(古典)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실제로 읽는 사람은 드물다. 고전을 읽는 ‘모임’을 만드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는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과 몇몇 지인들이 뜻을 모아 2012년 4월 30일 창립시킨 고전독서 모임이다. 매월 개최하는 고전 아카데미는 어느덧 아홉 번 진행됐고 페이스북 페이지 ‘행복한 고전읽기’ 가입자는 470명에 육박한다.

창립총회에서 정확히 1년이 지난 4월 30일 박경귀 행복한 고전읽기 이사장을 만나 ‘행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 ‘행복한 고전읽기’가 어느덧 창립 1년을 맞았는데요. 간단히 경과를 돌아본다면 어떤 일들이 있었습니까.

이인철 변호사(부이사장)를 포함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모든 것이 시작됐습니다. 10대 시절 문학과 사회비평, 철학 분야의 고전을 읽기 시작한 게 제 고전읽기의 시작이었는데요. 성인이 되고 나서 그 책들을 다시 읽으니 놀랍게도 완전히 새로운 의미가 읽히더군요.

알고 보니 제 주변의 지인들도 이런 경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전을 다시 읽는 모임이 필요하다는 데 뜻이 모아졌고 그렇게 시작된 게 2011년 봄 ‘고전 200권 읽기’였습니다.

창립 1년 만에 2,30대 참여 대폭 늘어

페이스북을 통해서 자발적으로 30명이 모인 것을 계기로 한 권의 책을 정해서 읽은 뒤 리뷰를 나누는 모임을 1년간 지속했어요.

어느덧 그 크기가 200명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이 정도면 운동체로 전환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4월 30일 사단법인 ‘행복한 고전읽기’ 창립총회를 연 것입니다.

- 현재 회원들의 면면을 보면 중장년층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던데요.

작년에 월 1회 ‘고전 아카데미’를 열면 4, 50명 정도가 참여하던 것이 올해는 50~100명 수준으로 2배 가량 폭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참여 계층도 주부, 교사, 학생 등으로 다양해졌어요. 또한 30% 정도는 2,30대로 구성돼 있어 굉장히 반갑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전 아카데미는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준비하고 강사를 선정하고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 꽤 심도가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책 한 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 토론을 하면서 다양한 학문적 계보를 종횡으로 짚어내는 과정이죠.

가벼운 인문학 강좌가 아니기 때문에 과연 사람이 올까 걱정도 많았습니다만 고전에 대한 욕구가 매우 크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고전 읽기는 자발적인 동기가 없으면 오래 가지 못해요.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기에 아카데미와 같은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고요. 작년에 여섯 번의 아카데미를 개최했고 올해 7회부터 16회까지 진행하는데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시는 분들의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걸 매번 확인하고 있습니다.

- ‘고전이란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원전을 직접 읽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고전읽기 운동을 시작하실 때 참고한 모델이 있었습니까?

저희가 학생이던 70년대에만 해도 ‘대통령기쟁탈 전국자유교양대회’라는 게 있었습니다. 일정한 고전을 지정해서 청소년들끼리 논술과 같은 형태로 경쟁하는 대회였죠.

거기에 충남 대표로 전국 경연대회까지 진출했던 게 저에게 큰 영향을 줬는데 일종의 국민계몽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게 좋은 참고가 됐습니다.

자유교양대회가 80년대부터 없어짐에 따라 청소년들이 고전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도 함께 사라졌어요. 지금으로선 아무리 고전을 읽고 싶어도 계기나 기회가 없어서 못 읽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저희 모임이 그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거라고 사료됩니다.

행고 임원진 사진. 앞줄 왼쪽 앉은 사람부터 박경귀 이사장, 이인철 부이사장(변호사), 뒷줄 왼쪽부터 황효순 이사(한양대 교수), 이윤석 이사(경영학 박사, 목사), 유봉재 이사(시연물산 대표이사), 배상윤 감사(경민대 교수), 배진영 감사(월간조선 차장)

궁극적인 무대는 ‘학교’ … 장기계획 돌입할 것

- 아카데미 이외에 ‘행복한 고전읽기’가 준비하고 있는 다른 프로그램들이 있나요?

고전 아카데미는 대중적 프로그램으로 계속 이어갈 생각이고요. 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무대는 ‘학교’입니다. 대학생들, 그리고 중고등학생에게 고전을 읽히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예요. 현재 각 지방교육청과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양한 독서지도 프로그램이 있긴 합니다만 고전을 선정해서 권장하는 절차는 없어요. 자유민주주의의 연원과 사상적 계보를 고전으로써 파악하는 과정은 학생 시절에 반드시 거쳐 갈 필요가 있는 공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에 맞는 고전 선정 작업을 진행하려고 추진 중입니다.

또 한 가지는 초중고 학생들의 창의력을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수행평가를 실시하는데 여기엔 보통 음악이나 체육과 같은 비교과과목이 권장돼요. 이런 활동도 물론 큰 도움이 되지만 여기에 고전 읽기를 더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고전독서동아리 같은 형태가 되겠죠.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안팎을 고전 친화적인 분위기로 만드는 과정을 길게는 30년 정도를 잡고 해 나갈 생각입니다.

- 최근 20대 청년들이 조금씩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만 대학 캠퍼스에도 고전 읽기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미국의 경우 한국이 70년대에 했던 자유교양대회가 BOB(Battle Of the Books)와 같은 형태로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고전교육을 중시하는 시카고 대학은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 중에서 35%를 배출했죠.

2300년 이전에 나온 고전이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건 그 안에 보편성이 있다는 의미이고 전인적(全人的) 교육의 요소가 담겨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한국의 경우 동양철학의 비중을 보완해서 교육한다면 서양에서 실시하는 교육 이상의 창발적 결과가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한 사회의 근대(近代)는 ‘고전을 자기 말로 번역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봅니다. 저희 때만 해도 일본어로 한 번 번역된 고전을 한국어로 다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최근엔 고대 희랍어를 한국어로 직역하는 절차가 빠르게 완료되고 있어서 고전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더없이 좋아졌어요.

전국 방방곡곡의 모든 직장, 학교, 기업 등 조직 단위에 고전 읽는 동아리, ‘해피 클래식 캠프’를 만들어 주는 게 저의 꿈입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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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leim51 2013-05-25 16:26:30
참 귀한 일을 하십니다. 마음으로나마 우선 기도로 적극 후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