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급변사태 대비, 전문가 양성한다”
“북한 급변사태 대비, 전문가 양성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5.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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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반석 모퉁이돌선교회 사무국장


지난 4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불광동 팀수양관에서 ‘제2회 통일을 대비한 재난구조훈련’이 열렸다. 이번 훈련은 모퉁이돌선교회가 주최하고 HISG, 글로벌케어, 피난처, 시니어 선교한국, 한국재난관리표준학회가 협력했으며 전국 각지의 교회와 단체에서 온 220여명의 훈련생이 참석했다.

이반석 모퉁이돌선교회 사무국장을 만나 재난구조훈련의 의미와 역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들어본다. 모퉁이돌선교회는 북한선교를 위해 1985년부터 성경배달, 지하교회 지원 등의 사역을 해왔으며 2012년에 이어 올해 2번째 재난구조훈련을 개최했다.

- 모퉁이돌선교회에서 재난구조훈련을 개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사실 우리는 선교단체이지 인권이나 인도주의 단체는 아닙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통일과 난민문제를 알리는 파수꾼 역할을 하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북한 난민문제는 재난이라는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서로 다른 남북한 주민이 만나면서 충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통일은 축복이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는 재난일 수 있고요.

제가 북한을 여러 번 다녀와 봤기 때문에 알지만 거긴 이미 난민촌입니다. 이에 따른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선 크리스천 의사들이 모인 ‘누가회’의 박용준 의사를 만나 함께 북한난민 시나리오를 작성해 봤습니다. 또 2003년부터 누가회 의사들이 재난구조훈련을 받고 재난 현장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소말리아, 인도네시아, 아이티 등 여러 현장에 다녀오면서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재난구조훈련은 작년에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케이 히라미네(Kay Kizo Hiramine)라는 일본계 미국인이 있습니다. HISG(Humanitarian International Services Group)라는 재난구조단체를 설립했고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는 미국 정부로부터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사역자를 동원한 공을 인정받아 상까지 받은 인물이죠.

이 분에게 재난구조훈련을 요청해 HISG에서 작년 4월에 4명으로 구성된 교육팀이 한국에 왔습니다.

북한 재난구조훈련 시작의 계기

- 재난구조훈련을 시작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첫 강의에서 재난을 ‘수용력(capacity)을 초과한 경우’라고 정의했습니다. 그걸 듣고 번뜩 정신이 차려졌습니다. 당시에 제가 알기로는 한국 정부도 교회도 대규모 난민사태에 준비가 안 돼 있었습니다.

재난의 피해는 수용력을 늘릴 때, 즉 준비를 할 때 줄어드는 것이죠. 우리는 재난이 일어나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재난의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재난구조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좋은 건, 이 훈련이 북한뿐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는 것입니다.

- 1차 훈련을 끝내고 올해도 2차 훈련을 이어간 계기를 말씀해 주십시오.

1차 훈련에서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실습도 하고, 이론도 배웠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너무 부족했습니다. 작년 10월 동일본 쓰나미 이후에 건설된 난민촌에 갔습니다.

2011년 3월 재난이 닥친 후 1년 7개월이 지났을 때였죠. 자신의 터전이 사라진 그 곳에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특히 한 일본인이 기억이 납니다. 그분과 이야기를 마친 후에 “다음에 다시 보자”고 했는데 답변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보통 감정표현을 잘 안합니다. 그런데 그분은 “당신이 몇 개월 후나 몇 년 후에 다시 이곳에 돌아온다고 해도 내가 살아 있을지 모른다”라며 울먹였습니다.

북한 재난대응의 4단계에서 교회의 역할

재난구조가 끝나고 상황이 안정돼 갈 때 자살이 급증합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1단계는 구조(rescue), 2단계는 안정(relief), 3단계는 회복(recovery), 4단계는 재건(rebuilding)입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생존이 다급하기 때문에 복음을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2단계로 안정을 취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기는 하지만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3단계에서는 머물 곳이 생기고 그때부터 제정신을 차리며 막막함과 공허함을 느낍니다. 자살률이 가장 높은 시기이고요.

이들을 위한 심리 상담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내적 치유고 복음입니다. 따라서 이 단계가 가장 복음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국 교회는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급변사태 직후 1단계는 군대, 2단계는 경찰이 중심이 돼 담당할 겁니다. 그 이후부터 한국 교회가 감당해야 합니다. 더 많은 이들이 재난구조훈련을 배워 통일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에 대비하고 한번 배운 사람들도 다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재난구조훈련을 개최했습니다.

난민 문제, 명심할 점은 …

- 통일 또는 급변사태 발생 시에 직면하게 될 혼란은 어떤 게 있다고 보십니까?

우선은 난민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 중에서 10%가 남한으로 내려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난민만 해도 200만명입니다.

이 많은 난민들이 오면 누가 이들을 먹이고 누가 이들에게 잠자리를 주고 이들에게 옷과 직장과 병원을 제공할까요? 우리는 이런 공간도 프로그램도 없습니다. 이건 완전히 혼돈 그 자체이며 상상조차 어려운 복잡한 문제입니다.

또 북한에 남아 있는 90%도 문제입니다. 고위 공산당원을 포함한 지배계급은 2%에 불과할 겁니다. 지금 북한에서는 그들을 제외한 모든 인민들이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의 지배계층을 빼고는 다 배가 고픈데 88%의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통일은 기적처럼 찾아올 것”

- 통일을 대비해 기도와 함께 준비를 해오셨습니다, 통일 가능성 및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2009년이었습니다. 기도 중에 어느 날 하나님께서 갑자기 ‘내가 너희들에게 통일을 주리라’고 하셨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저는 하나님께 바보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왜요?”라고요.

그때 하나님께서는 “그래서 그들이 내가 그들의 하나님인줄 알게 하리라”고 하셨습니다. 엄청난 대답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모퉁이돌선교회는 북한선교에 주로 집중했고 통일까지 가리라는 생각을 전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선교회에는 복음의 전파가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통일을 주신다고 하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통일은 기적처럼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을 때 하나님이 통일을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야 이것이 하나님이 하신 일이라고 우리가 고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 역사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1945년 8·15 해방이죠. 그러나 당시 한국교회는 해방을 전력으로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독립군 활동을 어느 정도 지원하기는 했지만요.

- 통일 이후 안정화되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힘든 과정이 있을 겁니다. 그 과정 내에 혼돈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남한이 북한을 다 이해 못합니다. 북한도 마찬가지구요.

따라서 문화적, 사상적 충돌이 예상됩니다. 이걸 넘어서는 건 그리스도의 사랑 밖에 없습니다. 또 통일이 일어나는 시점에 우리가 갖춰야 하는 전략은 바로 재난구조라는 차원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 향후 재난구조훈련을 어떤 식으로 이어가실 계획입니까?

작년 1차 훈련 때 202명의 수강생이 왔습니다. 올해에는 220명 정도가 참석했습니다. 앞으로 한 번 더 재난구조훈련을 개최해 총 500명의 훈련생을 길러내고 앞으로 이 훈련생들이 각자의 교회와 단체에서 재난구조훈련을 이어나가길 바랍니다. 또 재난구조 전문 NGO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 4R (Disaster Response) 재난대응
모퉁이돌선교회는 재난 및 기타 급변사태 발생 시 대응과정을 다음과 같이 4단계로 예측하여 준비하고 있다.

1단계 구조(Rescue)

재난발생 후 2주, 주로 생존자 확인 및 긴급구호가 실시되는 기간이다.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재난구조 훈련을 받은 자들이 투입돼야 하며 재난발생 초기단계인 이 단계부터 각 기관이 조기에 개입, 확실한 역할을 분담해 피해를 수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단계 안정(Relief)

재난발생 후 2주~6개월, 피해자가 공공건물 혹은 임시난민수용소 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이다. 기본적인 복음 제시와 함께 생필품 및 지속적인 구호활동이 필요하다. 점차 구호기관들이 철수하고 재정적인 지원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3단계 회복(Recovery)

재난발생 후 6~24개월, 가족 혹은 개인 단위의 주거공간이 제공되고 긴박한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된 이후의 안정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 피해자가 심리적 불안 및 자살, 공황 상태에 빠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복음 제시와 내면치유를 통하여 영육이 함께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어느 때보다 교회의 도움이나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기이다.

4단계 재건(Rebuilding)

재난발생 24개월 이후, 재난을 당하기 전으로 돌아가려는 욕구와 현실자각을 통한 독립욕구가 생기는 시기이므로 피해자를 위한 정착지원이 필요하다. 이 시기에는 영적, 육적으로 보다 근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전해솔 기자 nkrefug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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