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양유업 대리점 사태의 진실
[단독] 남양유업 대리점 사태의 진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05.16 2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이 그 정도는 아니죠.”

인터넷 카페에서 채팅으로 취재에 응한 한 남양유업 대리점주는 그렇게 말했다.

그 카페는 우유 대리점주들과 배달사원, 판촉사원들이 서로 시장정보를 주고받으며 친목을 도모하는 제법 큰 커뮤니티였다.

“본사에서 밀어내기 푸시가 감당하기 어렵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기자의 질문에 그 대리점주의 설명은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었다. 남양유업 대리점이 대략 2000개 정도인데 언론보도대로 대리점들이 본사로부터 밀어내기 피해로 파산 직전이라면 어떻게 7,8년씩 대리점을 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었다.

“본사와 대리점간에는 매출 약정이 있어요. 이 약정을 채운 대리점에는 본사 영업직원이 푸시를 받겠냐고 문의가 옵니다. 대개 본사로부터 판매장려비와 함께 밀어내기를 하는데 이때 가격은 정상가의 1/5이나 1/10이죠. 그러니 대리점에서 팔다가 못팔면 주변에 나눠줘 버리고 본사가 내려보낸 판매장려금으로 결제하면 됩니다.”

이 대리점주는 문제가 되는 푸시 물량은 약정 목표를 채우지 못한 대리점들이라고 한다. 약정 미달 대리점들에게는 밀어내기 푸시 물량이 판매장려비 없이 내려온다. 이러한 관행은 처음 계약에 그렇게 본사와 대리점이 동의한 것이다.

얼마 전 남양유업 본사 영업직원의 욕설이 문제됐던 대리점도 사실, 1억2천만원의 판매장려비가 내려갔지만 약정 목표를 채우지 못해 푸시 물량이 누적된 케이스였다. 대리점주는 밀어내기 물량을 받고 결제를 하든지, 아니면 판매장려비를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사실 그 돈을 본사가 법적으로 받아내기는 불가능하다.

“그 영업사원도 악이 받쳤을 겁니다. 상거래 관행을 대리점주가 나몰라라하며 속칭 ‘쌩’을 까면 방법은 주먹밖에 없죠. 반대로 판매를 잘하는 대리점들은 본사 영업직원에게는 을이 아니라 갑이에요. 대리점주들에게 뺨맞는 본사 영업직원들도 있습니다.”

기자는 그 대리점주의 말을 또 다른 대리점주들로부터 틀리지 않은 사실임을 확인했다.

“문제는 불황이에요. 경기가 좋을 때는 본사의 밀어내기 푸시가 오히려 영업 마케팅하는 데 유리하죠. 가격이 싸게 내려오니까. 하지만 우유가 안팔리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결국 판매 부진이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에요.”

또 다른 대리점주의 말이다.

사실 남양유업의 대리점 권리금은 전국적으로 매매가의 400~500%에 달한다. 우유 대리점들이 본사의 부당한 밀어내기로 인해 이익을 보지 못한다면 이런 고가의 권리금이 붙어 매매될 까닭이 없다. 그렇다면 남양유업대리점연합회의 주장은 어떻게 된 것일까.

사실 언론에 보도된 ‘남양유업대리점연합회’는 남양유업의 전 대리점 17명이 공개적으로 참여하고 현재 대리점 12명이 비공개로 참여하는 30여명의 모임이었다. 이들이 2000여개의 남양유업 대리점의 입장을 대표한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 피해를 보았다는 대리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우유와 같은 제품은 유통기한이 짧아요. 그래서 어떤 우유회사라도 밀어내기를 포기하기 어렵죠. 만일 유통기한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는데 누가 공짜로라도 가져가겠다면 오히려 환영이죠. 폐기하는 데도 비용이 드니까요. 그러니 대리점에 잘 팔리지 않는 제품들을 폐기비용에 값하는 판매장려비와 함께 덤핑으로 밀어내는 겁니다. 그러면 본사에는 매출이 생기죠. 대리점들은 못팔면 알아서 버리는 거고...”

우유회사에서 10년간 영업을 했다는 한 대리점주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남양유업 사태가 확대된 것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 먼저 2009년 소액주주운동을 펼쳤던 참여연대의 장하성은 미국의 한 사모펀드를 동원해 남양유업 주총에서 고액배당을 요구했으나 주주투표에서 패배했다.

이 사건은 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이라던 장하성 펀드의 이름에 적지 않은 오명을 남겼다는 평가다. 당시 인터넷에서는 외국의 사모펀드를 동원해 고액배당을 요구하는 것이 소액주주운동의 목적이냐는 비난이 거셌다. 이를 계기로 남양유업이 진보 좌파진영에서 손봐야 할 기업으로 낙인찍혔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일찌감치 돌았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해 경실련이 주도한 제주지역 남양유업 대리점들의 피해 진정이었다. 이 사건이 진보언론들을 통해 확대되면서 참여연대와 민변이 주도하는 ‘전국편의점주 연합회’가 남양유업 제품 불매를 선언했고 결국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라는 방법을 택했다. 동시에 남양 본사는 피해를 주장하는 대리점들을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제기했던 소송 역시 취하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소비자 대기업이 참여연대와 민변 등에 굴복한 케이스가 됐던 것.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정작 검찰조사에서는 불법사실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실 본사와 대리점간에 매출 약정이 존재하고, 약정 미달 시 밀어내기 푸시를 받는 것에 본사와 대리점이 서로 동의했다면 밀어내기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남양유업이 판매장려비를 통해 밀어내기 덤핑물량을 매출로 잡았다면 이는 가공매출이라는 법의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남양유업 대리점 사태는 본사와 대리점간에 계약과 승인이라는 절차를 통해 이뤄진 ‘밀어내기’가 불황을 만나면서 소화불량으로 불거진 문제다. 이를 갑과 을의 부당한 거래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문제는 이를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속칭 ‘갑질’이라 부르며 강자의 부당한 횡포로 몰아가는 좌파진영의 논리다.

언론은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사명이지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사명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 언론은 법보다 먼저 여론을 정의로 여기는 못된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진보든 보수든, 좌든 우든 할 것 없이 말이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