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권력 탈환 노리는 美 보수
문화권력 탈환 노리는 美 보수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05.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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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영화, TV, 언론 등 문화권력 대부분은 진보(Liberal)에게 넘어가 있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탈환할 것인가가 미국 보수의 주된 과제다.

지난 3월 워싱턴 DC에서는 미국 보수계의 연례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가 열렸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미트 롬니 등 미국 보수계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과 보수단체들이 참여해 미국 국내외 정책에 대한 보수적 견해들과 대안들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할리우드를 우파로 만들기’(Getting Hollywood Right)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 제작자 제럴드 몰렌, 영화 ‘Hating Breitart’를 감독한 앤드류 머커스 등 보수성향의 영화 제작자와 비평가들이 자리를 했다.

앤드류 머커스 감독은 이날 “정치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진보와의 문화 전쟁에서 먼저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커스 감독은 할리우드에는 압도적으로 진보들이 많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의 유력한 영화제작자와 영화배우, 감독 가운데 진보들이 많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명 영화배우인 조지 클루니는 지난해 5월 LA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미국의 대표적 영화사인 드림워크의 제프리 카젠버그 회장, 유명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그녀의 남편인 배우 제임스 브롤린 등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자리를 같이했는데 이날 하루 저녁에 모아진 선거자금은 무려 1500만 달러에 이른다.

할리우드 내 좌파권력

할리우드 내 진보 영화제작자들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미국에는 1년에 평균 190여편의 영화가 제작, 상영되고 있다. 미국 영화업계의 동향을 소개하는 <The Movie Guide> 에 따르면 2011년의 경우 196편의 영화가 미국 내에서 상영됐는데 이중 105편은 진보적인 내용이고 91편은 보수적인 영화다.

The Movie Guide는 영화 내용이 자본주의 혹은 사회주의 중 어떤 것을 고취했는가, 성경적 원칙을 고양했는가 아니면 폄하했는가, 폭력과 섹스 장면이 많은가, 미국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수정주의적 시각이 있는가, 환경주의·여성해방·동성애를 지지하는가 등을 기준으로 보수와 진보 영화를 구분했다.

숫자로 보수와 진보 영화의 차가 크지 않지만 비용 등 영화제작 규모 등에서 진보적인 영화가 훨씬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선 직전 개봉돼 수백만명의 관객을 모았던 다큐멘터리 ‘2016: Obama’s America’를 공동감독한 존 설리반은 “진보는 보수보다 영화 제작에 40억 달러를 더 쓰고 있다”고 밝혔다.

TV프로그램과 언론도 진보가 지배적이다. 진보가 TV를 장악한 내용을 소개한 책 <프라임타임 정치 선전>의 저자 벤 사피로는 TV 제작진들은 진보적인 사람들만 자신의 쇼에 초대한다고 말했다.

사피로는 NBC에서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Friends’의 공동제작자인 마타 카우프만의 말을 인용해 주로 진보성향의 사람들만 TV 프로그램에 나온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의 정치성향을 분석한 책 <Left Turn>의 저자 팀 그로스클로스 UCLA 정치학과 교수는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기자들 중 민주당을 찍은 사람은 93%, 공화당을 찍은 사람은 7%”라고 말했다.

그르소클로스 교수는 언론의 진보 편향으로 민주당 후보가 선거에서 8-10% 가량 유리하다며 언론의 진보 편향이 없었다면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이 56% 대 42%로 승리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언론사별로 진보 편향을 수치로 소개했는데 보수가 0, 진보가 100 이라고 했을 때 뉴욕타임스는 73.7, CBS 저녁뉴스는 72, NPR 아침뉴스 66.3, US News & World Report 65.8, 워싱턴타임스 35.4였다.

진보가 장악한 문화권력을 탈환하기 위한 미국 보수들의 방책은 이렇다.

먼저, 예술성이 있는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자는 것이다.

“예술이 이념보다 먼저”

마커스 감독은 CPAC 회의에서 “나는 보수적인 영화제작자가 아니다. 나는 그냥 영화제작자”라며 “예술이 이념보다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좋은 이야기 소재, 좋은 출연진, 좋은 구성의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할리우드는 정치보다 돈을 더 좋아한다”며 “보수적 영화를 만들려 하지 말고 최고의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영화제작자들은 보수는 그동안 가르치려고만 하는 식의 저비용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결과 ‘보수는 논쟁자이고 진보는 예술가’라는 이미지가 만연해졌다고 문화 관계자들은 말한다. 보수는 인간적인 이야기가 없는 차가운 사실과 생각을 통해 미국인들의 삶을 해석하려고 하는데 진보는 사실보다 감동적인 이야기로 미국인들의 가슴을 터치한다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보수 영화제작자들과 배우들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지하운동인 ‘the Friends of Abe’는 또 다른 방법이다. 2004년 영화배우 게리 시니스를 중심으로 조직된 이 그룹은 보수 신념을 가진 영화배우와 극작가들이 주요 멤버다.

‘Abe’는 에이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은 미국과 미국 자유민주주의의 독특한 성공, 미국의 전통 가치를 지지하는 자들로 2012년 기준 1800여명이나 된다.

1950년대 인기가수였던 팻분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반미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반대하며 식당이나 개인집에서 조용히 모이고 있다. 공개적으로 알려지면 진보적인 영화제작자들의 눈 밖에 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할리우드에서 미국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제작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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