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의 성적표는?
한미정상회담의 성적표는?
  • 이춘근 박사
  • 승인 2013.05.27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후 첫 해외 순방으로 미국을 방문,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하고 미국의회에서 연설했으며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 등을 통해 한미동맹을 더욱 돈독히 하는 외교적 성과를 이룩했다.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국제정치 상황과 극도로 어긋나는 주장인 “박 대통령이 중국을 먼저 방문해야 한다”는 황당한 제안도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외교 원칙인 한미동맹 최우선 원칙을 이번에도 잘 지켰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내의 친중적(親中的)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정상회담 직후의 인터뷰 모두에서 박 대통령에게 “미국을 첫 번째 방문국으로 선택해준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Madam President, we are greatly honored that you’ve chosen the United States as your first foreign visit)고 말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의의는 한미동맹의 적용 범위를 한반도 차원과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그리고 전세계의 안정, 안보 및 번영’문제까지 포괄하는 전략동맹으로 격상시켰다는 데 있다. 한미 양국 정상은 한미동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linchpin)으로 기능하고, 21세기 새로운 안보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동맹을 계속 강화시키고 조정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정상 외교는 본래 선언적

더 나아가 공동선언문에는 현상의 안정적 유지 수준을 넘어 ‘북한의 비핵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는 적극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박 대통령의 방미는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사실과 함께 북한에 대해 당근을 제공하는 대신에 북한이 먼저 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북한이 먼저 변해야만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원칙을 수립하고, 한미동맹이 이 원칙에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정상 외교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 외교는 구체적이기보다는 선언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 회담에서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의견 차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아쉬운 부분은 많은 한국 국민들이 염두에 두고 있었던 한미연합사 해체 연기 및 한미원자력협정에 관해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는 점이다. 2015년 12월 1일로 돼 있는 한미연합사 해체 문제가 마무리되지 못했다. 양국 정상은 오히려 계획대로 한미연합사 해체가 진행될 것이라 말했고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이라는 기한까지 말했다.

북한의 위협이 극에 달한 작금의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선언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한미동맹을 결정적으로 약화 시키는 조치인 연합사 해체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필자는 미국이 한국에 조건을 건 것이라고 본다.

한국의 국방비 지출은 GDP 대비 비율상 세계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한국을 평화 상태에 있는 국가 수준의 국방비만을 사용하고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려 하지만 주한미군 주둔비 지원에는 인색한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덕택에 한국은 국방비를 늘이지 않아도 되고, 군복무를 줄이고, 북한의 핵위협에도 끄떡 없을 수 있었다. 미국은 국가안보에서 한국이 더 큰 몫을 담당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한미동맹이 포괄적, 전략적 동맹이 된다는 의미에 대해서도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미국이 의미하는 ‘포괄적’ ‘전략적’ 동맹이란 한미동맹이 더 이상 ‘북한’만을 상대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더 상대한다는 말일까?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전 지구적 차원의 반테러전쟁에 동참하라는 의미였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국이 의미하는 한미 ‘전략동맹’ 이란 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처하자는 의미다.

한미원자력협정도 2년 동안 개정을 유예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한국은 사용한 핵연료 재처리와 농축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재처리와 농축을 통해 플루토늄 등 핵무기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데 일본의 경우 이미 핵폭탄 수백발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플루토늄 보유를 미국이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미국은 한국을 (진짜 미국 편인 나라인지) 신뢰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아직 한국을 신뢰 못하는 미국

미국은 물론 한국의 방위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은 확장 억지와 재래식 및 핵전력을 포함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 사용을 포함한, 확고한 대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명기한 것이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함께 하고… 북한의 도발로부터 양국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가자’고 제의했다.

이 제의 또한 미국이 한국의 과거 행동에 대해 ‘수정’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미사일 방위체제(MD)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가며 가입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본 때문이었다. 오히려 한국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만들겠다며 독불장군식의 행동을 했다.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선언을 통해 대한민국은 미국이 구축했고 일본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MD에 적극 가입할 것을 약속했다.

21세기 동북아시아 국제질서가 구조적 변동을 겪고 있다. 미소 냉전을 Cold War라고 지칭한 데 대해 이미 시작된 미중 냉전을 Cool War라고 표현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로 동북아시아 국제정치 구조가 냉랭해지고 있다. 시진핑은 미국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중국을 건설하겠다고 말하며 오바마는 중국의 부상, 특히 군사적 부상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선언에 대한 미국의 의도는 ‘한국은 확실하게 미국과 같은 편에 서서 세계문제에 대처해 나가자’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정말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인가를 판단하는 시금석 중의 하나가 앞으로 한국이 미국의 MD 체제에 적극적으로 가입할 것이냐 여부일 것이다. MD 참여를 포함, 한미동맹의 실질적인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한국의 올바른 전략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