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서 북송된 北 소년들의 미래는
라오스서 북송된 北 소년들의 미래는
  • 미래한국
  • 승인 2013.06.0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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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일의 북한이야기


최근 중국과 라오스 국경에서 라오스경찰에 체포된 탈북 청소년 9명이 강제 북송돼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들은 15세에서 22세의 남자 7명과 여자 2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5월 10일 중국에서부터 보호해주던 한국인 선교사 부부(미국 영주권자) 도움으로 자유와 희망을 찾아 대한민국으로 오려다 체포된 것이다. 이후 라오스 국경지대 경찰에게 조사를 받고 16일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라오스 이민국으로 이송, 억류됐다.

그리고 체포된 지 18일이 되는 지난 5월 27일 오후 비엔티안에서 라오스 주재 북한대사관 요원들의 삼엄한 감시 속에 비행기에 태워져 중국 쿤밍과 베이징을 경유해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는 탈북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건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번 탈북 청소년 9명의 북송은 굉장히 이례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아닌 라오스에서 체포된 탈북 청소년들을 북한 당국이 외화를 들여가면서 비행기에 태워 북한으로 끌고 간 것은 탈북민 문제가 시작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북, 이례적 항공편 송환

그만큼 탈북민 문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의지가 강경하기 때문일까? 이전에도 중국과 라오스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라오스경찰에 체포된 탈북민들이 종종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라오스경찰이 이들을 자국 주재 한국대사관이 아닌 북한대사관에 통보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북한대사관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는 식으로 탈북민 존재를 부인했었다.

이들을 넘겨받아봤자 북한까지 송환하려면 비행기를 태워 보내야 하는데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 외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행히도 라오스 경찰에 체포된 후 북한대사관에 넘겨지지 않고 무사히 풀려났던 탈북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북한대사관 요원들이 라오스 비엔티에 있는 이민국으로 이송된 이들을 신속하게 조사해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는 만반의 준비를 진행했다.

북한은 중국을 공항만 경유하는 방식의 통과비자(TWV. Transit Without Visa)까지 사전에 준비했음이 드러났다. 결국 북한은 중국에서 한국 정부나 국제사회가 개입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막으려고 평양까지 단숨에 압송해 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강제 송환된 사람들의 운명이다. 과연 북한은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이들 가운데 지난 1977년 일본에서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간 일본 여성 마쓰모토 교코(65)의 아들도 있다는 설이 있다. 북한과 일본은 현재 관계개선을 위한 물밑접촉을 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정권은 이번 기회에 북한에 남아 있는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이 적극 나섰다는 관측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을 함부로 처벌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에 비춰본다면 별로 희망적이지 않다. 북한은 탈북민을 민족반역자로 취급한다. 최근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중 재입북한 사례가 있다. 이들을 내세워 북한은 대대적인 ‘김정은 은덕정치’를 선전하는 동시에 북한 주민들의 탈북 의지를 꺾는 데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입북한 탈북민 역시 북한 김정은 독재정권 입장에서는 변함없는 민족반역자이다. 이번도 마찬가지이다. 체포된 탈북 청소년들 속에 일본인 납치 생존자 아들이 있다 할지라도 별다른 대우를 해주지 않을 것이다.

지난 5월 30일 유엔난민기구(UNHCR) 의 안토니오 구테레스 최고 대표는 라오스 경찰에 체포된 9명의 탈북 청소년들이 강제 북송된 것에 대해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하고 이들의 안전보장을 북한에 촉구했다. 하지만 유엔이 개입한다고 해도 북한은 눈 하나 꿈쩍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번에 강제북송된 이들은 10대의 꽃다운 나이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탈북 후 힘든 중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자신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보살펴 준 선교사 부부의 손목을 꼭 잡고 새삶을 떠났을 것이다. 숨을 죽이며 라오스 국경을 넘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미래에 대한 희망 하나만으로 기도하고 찬송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다시 악마의 소굴로 끌려갔다. 악마의 소굴, 지옥 중에서도 생지옥인 북한에서 그들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쓰레기더미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 탈북민 구출 매뉴얼 정비해야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우선 한국 정부의 안일한 태도이다.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제라도 외교부는 탈북민들이 거치게 되는 동남아국가 주재 대사관의 탈북민 매뉴얼을 재정비해야 한다.

앞으로 또 동남아루트에서 이번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탈북민을 지켜줄 곳은 동남아국가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들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국민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9명의 탈북 청소년들을 데리고 떠난 선교사 부부의 행동이다. 동남아국경을 경유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전문 탈북브로커가 생겨난 것이다. 물론 9명의 탈북 청소년들을 브로커에게 맡기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탈북루트는 다양하다.

국경을 넘다보면 위험한 지형도 안전하게 보이고 안전한 지형도 위험하게 보이는 것이 동남아루트이다. 그래서 사전답사가 중요하고 전문가의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탈북 브로커들을 비호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생명을 걸고 이어가는 노정이기에 한발자국을 옮겨도 좀 더 신중하고 한 번 더 꼼꼼히 점검해 보아야 하는 것이 탈북루트인 것이다.

탈북민들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중국을 떠나 대한민국으로 오기까지는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생존과 자유를 찾아야 하기에 나온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12년 전 홀로 중국을 떠나 동남아국경을 넘었다. 그때는 브로커도 없었다. 오직 내가 가는 길은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동남아국경을 넘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탈북민들이 이번 라오스에서 일어난 것처럼 강제 북송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북한정권도 조금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번 강제 북송자들을 처벌하지 않기를 요구한다.

박광일 세이브엔케이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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