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탈북 시나리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규모 탈북 시나리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6.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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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엔케이, 국가 재난관리전문가 라운드테이블 개최
 

사단법인 세이브엔케이(이하 SNK)와 본지 미래한국이 공동으로 주최한 ‘통일을 대비한 전문가 원탁회의’가 5월 21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8층 배움터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이 행사는 SNK가 올해 11월말까지 진행 예정인 ‘2013년 민간 통일운동 활동지원사업’ 프로젝트를 앞두고 열린 첫 번째 원탁회의로, 오는 6월부터 시작되는 각 전문직별 포럼을 앞둔 준비 모임의 성격도 가지고 있었다.

SNK가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된 배경은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남북 사회통합을 위해 한국과 북한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럼과 실무 원탁회의를 통해 모여 각 분야의 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각 분야에서 자발적이며 지속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소통의 장을 구축함으로써 각 분야에서 구체적 남북 통합방안을 도출하는 데 기여하기 위함이다.

이 프로젝트는 국민의 건전한 통일의식을 제고할 수 있고, ‘통일 대비 역량 강화를 통한 실질적 통일준비로 행복한 통일시대 기반구축’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통일부 사업의 일환으로서, SNK가 진행할 사업은 ‘통일시대를 위한 남북 분야별 전문직 그룹 내 소통의 장 구축’이다. 앞서 SNK는 지난 5월 6일 통일부로부터 이 프로젝트의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를 위해 SNK는 △남북 전문분야의 종사자 중심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 세미나와 원탁회의에 참여해 향후 분야별 지속적 논의를 위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전문가 그룹이 함께 하는 포럼 및 원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이탈주민 중에서 북한에서 의사, 교사, 과학기술인, 군인, 경찰, 공직자 등 전문직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대상자와 남한 내 동일 직종을 가진 전문 인력이 한 자리에 모여 공론의 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사업 기간은 오는 11월 30일까지이며 이 기간 동안 축적된 각 분야별 전문가 DB자료는 1차적으로 원탁회의 참가자료로 활용된 후 남북한 전문가들의 상호 교류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실제적인 통일준비 및 통일역량 강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남북한 전문가들의 만남의 장을 마련, 향후 각 전문 분야에서의 통일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데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SNK가 그간 추진해 온 탈북난민캠프 건립 캠페인과도 맥을 같이 한다.

급변사태 규모, 보호시설 필요성 논의

이날 개회사에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통일에 대해 생각을 안 하기가 힘들고, 통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대부분 알고 있다”며 지난 99년 설립된 SNK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했다.

이종윤 이사장은 “99년에 우리 세이브엔케이가 설립되면서 탈북난민 보호운동이 시작됐고, 1180만명의 서명을 받았다”며 “이걸 유엔 난민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유엔에서 북한인권운동을 지지하는 결의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우리는 탈북난민들을 위한 난민촌을 건설하기 위해 유엔에 청원을 준비 중인데,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으므로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이렇게 원탁회의를 진행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한관수 조선대 교수는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북한 급변사태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여기엔 군부 쿠데타나 주민봉기, 외부로부터의 문제 등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북한 난민들의 규모 및 움직임에 대한 판단은 매우 중요한데,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NGO 등에서 난민 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현실적 측면에서 종합 대비책을 준비해야 하므로 막연한 준비 보다는 현실에 맞는 정확한 대비를 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 교수는 난민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측했다. 그는 “독일 통일 당시 동독 주민들이 얼마나 많이 서독으로 망명했는지를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당시 동독 총인구 660만명 중에서 약 43만명이 망명했는데, 지금의 북한 상황은 당시 동독보다 더 열악하므로 망명하는 사람들의 수도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한 교수는 “북한 전체 인구 중 약 573만명(27%)으로 추정되는 적대계층 중에서 20% 가량이 북한을 탈출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결국 북한 전체 인구의 약 3.5%에 해당하는 67만명이 망명을 하지 않겠느냐”라고 분석했다.

“일부 지역엔 특별 조치 검토해야”

이어 토론에 나선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대규모탈북난민사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기는 인도적 위기 상황과 안보적 위기 상황으로 구분된다”며 “이 중에서 인도적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중국 혼자 감당하기 보다는 국제사회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 교수는 “중국은 현재 탈북자들에 대해 난민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관련 NGO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규제 및 단속을 하고 있다”며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 간 개별적인 양자 차원의 외교만 가지고는 어렵고, NGO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필요하며 국제적 여론 조성의 필요성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 급변사태를 준비한다는 자체가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정치적 논란거리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며 “북한에서는 ‘남한이 우리를 파괴시키기 위한 공작을 하고 있다’며 국지적 도발 등을 전개할 수도 있으며 위장 탈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 제 교수는 “이를 감안하면 급변사태 발생 시 탈북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지역에 대해 인권을 일부 제한시키는 조치를 할 것인지도 심각하게 검토해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음 토론자는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이경신 부장이었다. 그는 급변사태 발생 시 국내외로부터 밀려들 각종 도움을 효율적으로 받아들이고 분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몇 년 전에 쓰나미를 겪은 일본의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는데,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민간 차원에서 협력체계를 설정해 놓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는 이것을 각 기관들 간에 공유해서 각자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사전에 파악한다면 급변사태 또는 서서히 발생하는 각종 재난에 대처할 수 있으며, 중복 지원의 문제를 최소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민촌 건설의 핵심은 주변국 설득”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대규모 난민사태에서 얼마나 많은 수가 유입됐는가 하는 규모(magnitude)의 문제뿐 아니라 얼마나 급작스럽고 예기치 않게 유입됐는가 하는 긴급성(urgency), 얼마나 오랫동안 체류할 것인가 하는 기간(duration), 어떤 사람들이 유입됐는가 하는 탈북자들의 유형 및 성격(characteristic)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이 교수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와 북한 체제 자체의 붕괴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 후 “후자의 경우 탈북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몽골 인근에 난민촌 또는 정착촌을 건립하겠다는 프로젝트와 관련해 그는 “현실적으로 볼 때 난민촌 프로젝트가 실현되는 데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중국이나 북한 정부는 난민촌이 설립될 경우 공식적으로 탈북자들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에 난색을 표명하며 특히 중국 정부는 몽골지역의 난민촌 건립 계획에 인도주의라는 미명하에 미국이 개입돼 있는 것은, 중국을 간섭하려는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의 일환이라는 입장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난민촌 건설 논의를 활성화시키고 유관 국가들의 직·간접적인 개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UNHCR 및 한국 정부 등이 ‘난민촌은 탈북난민들의 일시적 보호 장소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이들의 자발적 본국 귀환 혹은 제3국으로의 재정착’이라는 점을 중국 정부나 여타 유관 정부들에 주지 및 설득시키는 외교적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이 교수는 “소수는 구했지만 다수가 곤경에 처하는 결과를 초래한 ‘기획망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관심 촉구 방안을 가능한 한 많은 행위자들이 가능한 한 많은 다양한 방법을 통합해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염성 질환 실태 파악해야”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의 이혜원 교수는 급변사태시 의료인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이 교수는 수십만명이 주거지를 이동하는 상황에서 각종 전염병의 감염 가능성이 있음을 거론하며 “감염성 질환 중에서 현재 북한에서 중요한 질환이 무엇이고, 그 질병의 발병률 및 그 중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들이 어떤 것인지를 확인한 후에 남한에 이를 수용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도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선은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질환인 결핵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데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핵이 슈퍼박테리아까지 포함하고 있을 경우 또한 어떤 종류인지에 대해 확실한 데이터를 미리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파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그런 환자들이 대량으로 수용되면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NGO ‘모퉁이돌’의 노인배 선교사는 난민캠프 건설에 있어서 한국 교회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노 선교사는 급변사태와 같은 재난에 대응하는 4단계 대응책을 ‘4R’(Disaster Response)이라고 규정했다.

1단계인 구조(Rescue)는 재난발생 후 2주, 주로 생존자 확인 및 긴급구호가 실시되는 기간이다. 2단계인 안정(Relief)에서는 재난발생 후 2주에서 6개월까지의 기간인데, 피해자가 공공건물 또는 임시난민수용소 생활을 시작하는 시기로 본다. 기본적인 복음 제시와 함께 생필품 및 지속적인 구호활동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회복(Recovery)에 해당하는 3단계와 관련해 노 선교사는 “피해자가 심리적 불안 및 자살 또는 공황 상태에 빠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복음 제시와 내면 치유를 통해 영육이 함께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재건(Rebuilding) 단계에서는 재난을 당하기 전으로 돌아가려는 욕구와 현실자각을 통한 독립욕구가 생기는 시기이므로 피해자를 위한 정착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마지막 토론자였던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센터 소장은 “우선은 대규모 난민들이 생기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고향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토지를 배분한다는 정책을 사전에 발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조 소장은 “전기-상하수도-식량-식수문제 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정착시킬 것인지도 관건”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난민촌을 가족 단위의 난민들을 수용하는 반(半)영구적인 신도시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통일운동 활동지원사업’ 프로젝트의 다음 행사는 남북한 의료계 전문가들이 만나 통일 이후를 대비해 논의하는 포럼으로 예정돼 있으며 6월 중순에 열릴 예정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은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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