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전면 수술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전면 수술이 필요하다
  • 김민정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3.06.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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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문제가 남북간에, 그리고 남남간에 치열한 신경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3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제한 조치로 촉발된 개성공단 사태는 북한 측의 근로자 철수 조치(4월 9일), 우리 인원의 전원귀환 완료(5월 3일)가 이어지면서 잠정폐쇄된 상태다.

이번 개성공단 사태가 과거와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면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 정상화를 언급하면서 다양한 대화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특사인 최룡해의 방중을 전후해 기업인의 방북을 통한 개성공단 정상화 논의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6·15 공동행사 개최 및 이를 위한 개성에서의 실무 접촉을 제안하는 등 민간을 향해 다양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 정부는 일단 원칙을 견지해 간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에 따른 개성공단 폐쇄 상태가 재발되지 않는 것이 개성공단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라도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평가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북한 형태에 대한 정부 입장문’을 통해 “다시는 우리 기업들이 북한 당국의 일반적 조치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규범과 원칙을 분명히 세워 안정적인 틀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당국간 실무회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던 점은 이러한 맥락에 있다. 북한의 반응은 신경질적이다.

우리민족끼리는 ‘6·15공동행사를 개최할 데 대한 우리의 제안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한이 ‘남남갈등의 조장’이니 뭐니 하며 반공화국모략선전에 더 한층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5월 30일 통일부가 ‘책임 있는 당국간 회담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북한의 대화 수용을 촉구한 점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정부는 북한이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입주기업과 해당 회사 근로자 사이에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개성공단이 막힌 지 59일째에 접어들면서 기업 대표와 근로자 측은 각각의 협의체를 구성, 상호 비방에 나섰던 것.

지난 5월 30일 이임동 개성공단 근로자협의회 간사는 통일대교에 모인 기업 대표단에게 “열흘 전 개성공단 근로자·주재원들로 구성된 ‘개성공단 근로자협의회’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업 대표를 주축으로 사태해결을 위해 추진한 대정부 활동과 대북 결의 등에 공식적인 불만의 의사를 적극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근로자협의회에는 주재원·근로자 등 1500명으로 구성됐다.

아쉽고 다급한 쪽은 북한

개성공단 문제로 남북간에 신경전이 벌어지는 사이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나온 자투리 원단을 대량으로 중국에 밀수출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월 30일 보도했다. 북한이 사실상 폐쇄 상태인 개성공단에서 돈이 될 만한 물자를 약탈해 현금화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작된 것이다.

RFA는 중국 단둥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 “북한군 소속 무역총회사에서 개성공단 봉제 공장에서 나온 섬유 자투리를 한 번에 수십t씩 중국에 밀수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단 자투리 밀무역은 북한 군부 산하의 무역 회사인 팔이팔(八二八)무역총회사가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넘어온 개성공단 원단 자투리는 중국의 재활용 업체에 넘겨졌다.

개성공단 문제가 장기화되는 경우 다급한 쪽은 사실 북한쪽이다. 우리의 경우 피해를 입은 개성공단 기업들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남북경협기금을 전용해서 그 손실을 보전해 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 문제는 재개 여부와 상관없이 원칙을 통해 북한에 새로운 대남 협상 태도를 갖추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개성공단은 사실 남북경협에서 정경분리 원칙을 통해 추진된 사업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그동안의 개성공단 사태를 통해 증명돼 왔다. 그렇다면 현대아산이 개성공단 사업자로 북한과 계약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아 적자를 보전한다는 점은 부당하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개성공단을 정부 공기업으로 전환해 국정감사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북한의 생떼와 억지로부터 남남갈등을 해소할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 사업자의 경우 그 참여 자격을 제한하고 정부의 지원에 따라 통제에 순응한다는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이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은 그 사업자들의 경쟁력 부재 문제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개성공단 업체들 대부분이 국내에서 사양산업으로 분류된 업종이고 동시에 참여 기업들 역시 정부의 금융지원이 없으면 사업이 불가능할 정도의 한계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해 볼 때 개성공단 재개는 남한측의 개성공단 참여 사업자의 재편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개성공단에 참여한 사업자들 가운데 일정 부분 경쟁력을 회복한 기업들은 개성공단이 아닌 제3지대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온 바 있다.

국내 <아주경제>가 최근 면접방식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입주 기업들은 공단 내 생산 물량을 중국, 캄보디아 등 제3의 생산기지로 이미 돌렸거나 조만간 옮긴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개성공단에 대한 추가 투자를 보류하는 등 사업 확대를 포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개성공단은 지금과 같은 남북체제에서는 오히려 기업들에게 예상할 수 없는 리스크를 안겨준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일단 해외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하는 사태가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성공단은 남측의 구역 내에 존재하고 북한은 인력만을 파견하는 형태의 경협사업이 돼야 한다. 동시에 북한 인력뿐만이 아니라 제3국 근로자들도 함께 고용해서 북한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사업장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은 이번 기회에 전면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북한에 끌려다니는 개성공단이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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