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국제화의 딜레마
캠퍼스 국제화의 딜레마
  • 미래한국
  • 승인 2013.06.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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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서준수 한양대 정책학과 4학년


얼마 전 점심을 먹다가 친구 P군으로부터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전공 수업 팀 프로젝트가 있는데, 중국인 유학생 친구들과 같은 조가 됐다는 거다.

그것이 어쨌다고 이 친구는 울상인 것이었을까? 평가가 그룹별로 주어지다 보니 그 중에는 직무유기(?)를 범하는 속칭 무임승객(free rider)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쉬운 학생이 밤을 새가며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공유지의 폐해다. P군은 그 학생에 대해서 잠재적 무임승객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요즘 국내 대학의 추세 중 하나는 글로벌 캠퍼스다. 덕분에 학생식당이나 도서관 앞을 걷다 보면 중국어로 이루어지는 대화를 듣기가 어렵지 않다.

중국 학생들이 많아지자 한국 학생들 사이에도 그들에 대한 일정한 시각이 형성됐다. 그러나 그 평이 꽤 긍정적이지 않다. 대학 게시판에도 수업 태도 등을 놓고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성토가 보이곤 한다.

사실 나는 오히려 최근에 대면한 중국인 친구들에 대한 인상이 긍정적이다. 1년 전 H대학 경영대 중국인 유학생회와 함께 축제 주점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때 만난 친구들은 사업도 주도적이고 맡은 역할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 친구들 보다 늦게까지 남아 함께 뒷정리를 도맡아준 친구들도 있었다. 한국어 실력도 훌륭하고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빌리면 학업 태도도 우수하다.

물론 이 낯설지 않은 타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기억이 없지는 않다. 수 년 전, 자교에서 실시되는 유학생과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갓 입학한 외국인 학생을 내국인 학생과 1대 1로 연결시켜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서 만난 중국인 친구와 처음 만나 나눈 대화는 인상적이었다.

왜 한국에 왔느냐,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그 친구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그녀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그래도 한국까지 유학을 와서 계획이 없다니?

분명 전부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특히 한국 대학가에서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중국유학생은 왜 많아졌을까?

중국인 친구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한국에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지 알고 있느냐고. 대답은 미주나 여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기 쉬워서였다.

대학평가에서 국제화 지수를 올리기 위해 대학들이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나선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을 초대하기 위한 지나친 애정이 중국인 유학생 전체에 대한 자격 시비로 불거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조별과제에서 적극적이지 못한 학생의 대부분은 언어 문제에 기인한다고 한다. 한국어 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친구들은 수업에 대한 참여도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 사실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대학의 인지도 하락을 유발한다.

앞서서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국가가 또 있다. 일본은 정책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모집 기준을 통해 아시아인 유학생 입학을 장려해왔다. 그중에는 일본어 보급의 목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일본어는 커녕 교정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중국어가 많았다. 일본 학생 사회 내에 융화되기보다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됐음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처지도 지금 다르지 않다. 서로 융화되지 못한 한국과 중국 학생 사이의 편견은 심화되는 양상이다. 정작 우호적인 시각과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유학에 임한 중국인 학생들만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 학생들이 귀국 후에 한중관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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