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시국선언"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시국선언"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6.19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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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9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4위 -

- 버트런드 러셀이 말하길 “타임머신이 주는 수많은 특전을 경험하고 싶다면 세계 여행을 하면 된다.” 비슷한 논리는 온라인에도 적용된다. 80년대 학생운동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가? 기회는 지금이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홈페이지(we.snu.ac.kr)에 방문하라.

- 접속과 동시에 왼쪽 상단에는 ‘민중해방의 불꽃’이라는 수식어가 보인다. 해묵은 PD(민중민주주의) 계열 운동권의 레토릭 같지만 놀랍게도 현재의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를 수식하는 모든 곳에 따라붙는 표현이다.

- 2013년 5월 8일 작성된 글의 제목은 야심차다. ‘노동자 계급정당 추진위원회 건설! 이제는 동지가 당 건설의 주체다.’ 2012년 12월 11일자의 제목은 보다 도발적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뒤엎을 노동자 대통령 선거투쟁! 그대가 대선 평론가가 아니라 운동의 주체로 서야할 때.’

- 오늘 오후 2시 ‘시국선언’이 검색창에 진입한 이유는 바로 이 서울대 총학생회가 국정원 사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그들이 추진 중인 시국선언의 신호탄으로 읽혔다. 다행히도(?) 이번 성명서의 내용은 잘 써진 한 편의 논술문처럼 무리 없이 읽힌다. 일군의 정치세력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을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 성명서는 이번 사건을 ‘공공기관이 주도한 선거개입’으로 정의하며 “권력기관의 간섭 없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보장하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가권력기관이 어떠한 형태로도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국민들을 속이지 않겠다는 약속과 구체적인 방안을 정부 스스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 의문은 남는다. 대선 직전 어떤 공공기관보다 이 문제를 선거와 엮고 싶어 했던 것은 민주당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여직원을 미행하고 승용차를 들이받고 여직원을 거처에 감금시켜 방에서 나는 소리를 엿들은 것은 잘 알려진 대로다. 국정원 여직원은 신분을 숨기고서 댓글을 달았다지만, 민주당은 ‘국정원도 아닌데’ 이런 행태를 벌였다.

- 혐의가 있었기에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변호할 수도 있겠으나 국정원이 국가 정보기관이라는 것을 감안했어야 한다. 이 문제는 여야에서 조사특위를 구성해 철저히 비공개로 처리했어야 할 사안이다. ‘특종’을 예감하고 들이받기부터 한 민주당의 행태야말로 선거개입 아닌가?

- 논리야 어떻든 이 문제는 커질 조짐을 보인다. ‘국정원’이라는 마법의 단어는 국가권력의 서늘한 음모를 연상시키며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국정원 게이트’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서울대 이외에 고려대와 부산대도 시국선언을 추진 중이다.

- 이 단어가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니 지금쯤 다른 학교들도 의협심을 자극 받고 있을 것이다. 이로써 국가권력이 절차적 민주주의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가 정치 꼼수로 시작된 해프닝에 깊게 발을 들였다. 대한민국은 ‘시국선언’을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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