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맛다시"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맛다시"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6.24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3년 6월 24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5위 -

- 유격훈련(遊擊訓練)은 군대에서 각인되는 여러 기억들 중에서도 유독 특별하다. 훈련이 시작되는 날 아침, 잔인한 태양이 뿜어내는 그 긴장감. 이름은 사라지고 번호로 호명되는 삭막함. 부상으로 끊임없이 낙오당하는 동기들.

- 무엇보다도 유격훈련은 갈증과 배고픔을 새롭게 정의하도록 만든다. 도시에 두고 온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한 모금만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시원한 생수 한 입을 삼키는 즉시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 물 한 모금이 스타벅스보다 훨씬 맛있다는 사실을.

- ‘아빠! 어디가?’로 오랜 부진을 털어낸 MBC <일밤>의 또 다른 히트상품 ‘진짜 사나이’가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훨씬 익숙한 연예인들이 ‘진짜 군대’에 던져지면 어떻게 될까? 출연자 중에는 군필자도 다수 섞여 있지만, 두 번 경험한다고 해서 고통이 경감되는 것은 아닌 듯 그들의 표정은 진짜 고통을 담아낸다.

- 남자들은 그것이 곧 언젠가 자신이 지었던 (혹은 짓게 될) 표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는 그것이 곧 아들의 표정이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출연자들이 유격훈련을 받는 모습을 담아낸 23일자 ‘진짜 사나이’의 시청률은 14.6%. 같은 시간 방송된 프로그램 중 최고였다.

- 검색창에 오른 ‘맛다시’는 다진 쇠고기가 들어 있는 고추장 양념이다. 23일자 ‘진짜 사나이’는 맛다시의 매력에 푹 빠진 막내 박형식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여주며 큰 재미를 선사했다. ‘부잣집 아들’ 이미지가 강했던 1991년생 가수가 유격훈련을 받으며 맛다시에 매료되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훌륭하게 상기시켰다.

- 부대 내에서 900원 전후로 판매되는 맛다시는 ‘사회’에서도 1,500원 선에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돈을 내고 맛다시를 먹어도 박형식과 동료들이 느꼈던 그 만족감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군대에서 먹는 음식의 맛을 증폭시키는 근본적인 레시피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6‧25전쟁 63년이 되는 날이다. 한때는 모든 한국인이 그 ‘근본적인 레시피’와 함께 살았다. 대한민국은 ‘맛다시’를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