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 얼마나 아시나요
콘택트렌즈, 얼마나 아시나요
  • 미래한국
  • 승인 2013.06.28 2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인터뷰] 렌즈 진료 30년, 안과 名醫 조성일 원장에게 묻다
 

토요일 낮 2시. 조성일 원장을 만난 건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가량 늦어서였다. 환자를 진료하는 시간이 길어진 게 이유인데, 그나마 주말 문 닫을 시간이라 환자가 적어 ‘한 시간쯤’은 양호한 편이었다.

이 정도 지연은 당연한 ‘미덕’이라는 듯, 진료를 마친 환자나 의사의 표정이 꽤 만족스럽다. 시간에 쫓기더라도 워낙 꼼꼼히 환자들을 진료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 세심한 진료에 만족한 환자들은 다시 이 병원을 찾게 되고 그러다보니 분당에 위치한 ‘조성일 안과’는 전국에서 밀려드는 환자들로 언제나 미어 터진다.

렌즈의 匠人, 전국 각지에서 찾는 이유

“렌즈를 맞추러 온 환자를 보려면 대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려요. 신발도 같은 사이즈라도 사람마다 다 맞는 게 다르잖아요. 볼 사이즈도 다르고, 발등 높이도 제 각각이죠. 그러니 섬세한 우리 눈은 더하죠. 일일이 검사해서 맞추려면 그 정도 시간은 기본입니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환자들이 오래 기다리시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나이로 70세를 넘겨 머리가 희끗희끗한 조 원장은 근래 많은 안과 개업의들이 라식과 라섹 수술로 눈을 돌릴 때 줄곧 콘택트렌즈만 고집했다. 1981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30년이 넘었다. 콘택트렌즈에 관한한 우리나라 최고 명의로 손꼽힌다.

어쩌면 ‘일가(一家)를 이룬 장인(匠人)’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그는 그 비결과 배경을 묻는 질문에, “있긴 있죠. 렌즈 피팅할 때 꼼꼼히 보고, 오랜 세월 해왔던 시행착오와 성공이 모두 제겐 중요한 교본”이라며 겸손한 모습이다.

근시나 난시 때문에 고생해본 환자들이라면 자신의 눈에 꼭 맞는 안경이나 렌즈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안다. 콘택트렌즈를 끼다가 눈에 맞지 않아 수술을 고민해 보기도 하지만 조성일 안과에 오면 꼭 맞는 렌즈를 찾게 된다.

그래서인지 병원에는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서울 강남의 삼성동을 거쳐 지금은 분당 정자동. 병원을 옮기는 곳마다 환자들이 조 원장을 찾는다. 라식이나 라섹 시술처럼 ‘큰 돈’이 되지는 않아도 그가 쉽게 그만두거나 다른 곳으로 한눈을 팔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도에서 비행기 타고 오시는 분도 있고, 오늘도 부산에서 버스 타고 오신 환자가 있었어요. 특히 방학 때면 해외에서 유학생들이 많이 와요. 이제 은퇴할 때가 됐는데 여러 분들이 원장님이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하시니 걱정이 생깁니다.”

조 원장이 지금의 분당 정자동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그 전까지는 1970년대 광화문 세종로를 거쳐 80년대 중반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줄곧 진료를 했다.

그때부터 동네에서 알아주는 실력파 안과 선생님. 특별히 광고를 한 것도 아닌데 분당으로 이사를 한 이후에도 모두 알음알음으로 환자들이 줄을 잇는다.

“아내가 천식이 있어서 공기 좋은 용인으로 이사를 오게 돼서 처음 몇 년은 거기서 삼성동으로 출퇴근을 했어요. 그러다 아예 병원을 분당으로 옮겼죠. 병원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사를 했다고 선전을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셨는지 다들 찾아들 오세요.”

문제는 이제 슬슬 은퇴를 준비할 시기라는 점. 그런데 후배 안과의사 중에 렌즈를 전문으로 하겠다는 의사가 많지 않아 쉽게 물러나지 못하고 있다.

“제가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물려줄 의사가 있으면 이 기능을 전수하고 쉬면 좋겠어요. 그런데 요즘 누가 렌즈를 하려고 합니까. 수술 두세 명 하면 렌즈 맞추느라 쭈그리면서 고생한 한 달 수입을 훌쩍 넘는데요. 게다가 렌즈는 아무리 잘해도 처음에는 부자연스러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환자들이 말이 많아요. 이런 얘기를 들어주면서 해결하는 것도 의사의 능력인데, 요즘 사람은 잘 안하려고 하죠.”

왜 라식·라섹 수술보다 콘택트렌즈인가

 

콘택트렌즈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건 1950년대 후반이다. 서울 세종로에 있던 공안과에서다. 하드렌즈가 먼저고 그 후에 와 좀 더 유연한 소재가 개발되면서 소프트렌즈가 도입됐다. 현재 비율은 8대 2 정도로 소프트렌즈를 많이 한다.

“안전성은 하드렌즈가 낫죠. 소프트렌즈는 말 그대로 딱딱한 하드렌즈보다 착용감이 편한 데 반해, 사이즈가 좀 더 커서 산소 공급이 덜해요. 눈을 깜박일 때 렌즈와 눈 사이에 있는 눈물 층의 교환이 조금 떨어지는 거죠. 이런 경우 조직이 붓고, 건조 증상이 올 수 있어요. 비용은 렌즈 주기나 준비 과정을 고려하면 비슷하고요.”

그리고 하드렌즈가 대량 생산하는 소프트렌즈보다 눈에 잘 맞춰서 제작된다고 한다. 조 원장은 “쉽게 말해 소프트렌즈는 사이즈가 중학교 용 하나, 고등학교나 대학생 용 하나로 나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라식·라섹 수술은 1990년대 중반에 시작돼 벌써 150만~180만 명이 수술을 받았다. 불편하게 안경을 끼거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기보다는 한 번의 수술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라식·라섹 수술은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건당 100만 원 이상이다. 말이 나온 김에 남들 다 하는 수술을 마다하고 콘택트렌즈에만 매달린 이유를 물었다.

“전국이 라식 열풍이죠. 그런데 수술은 부작용 우려가 있어요. 눈 조금 좋아지려고 수술했다가 평생 고생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제가 아는 한 치과의사는 라섹 수술 후 의사 일을 그만두기도 했어요.

대체로 수술 후 처음에는 시력이 좀 좋아졌다고 만족하지만, 사실 그때부터 안구 건조증에 시달려요. 게다가 눈이 좋아진 것도 나중에 나빠질 수도 있고 난시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고 각막염을 초래할 수도 있어요. 심해지면 시력을 잃는 심각한 상황까지 올 수 있는데 환자들이 너무 쉽게 수술을 택하는 게 문제입니다.”

아직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수술보다는 잘만 끼면 부작용이 거의 없는 콘택트렌즈로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요즘 많은 안과 의사들이 수술에만 집중해 콘택트렌즈 관련 치료 기술의 발전이 더디게 된 것을 개탄했다.

“의사들이 젊었을 때는 최선을 다해도 몰라서 실수하는 경우가 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배우고 느끼는 게 좋은 경험이고, 나이를 먹으면 그런 부분들을 환자들에게 베풀면서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인데 지금은 이런 게 별로 없어요. 재정적 이유 때문에 계속 수술만 한다면 뭘 배우겠어요?”

콘택트렌즈도 여러 종류가 있다. 렌즈를 끼고 자면 다음날 렌즈 없이도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드림렌즈나, 눈동자를 예뻐 보이게 하는 서클렌즈 등이다. 조 원장은 이런 렌즈에 대해서도 위험성을 경고했다.

나이가 들면 시력이 좋아진다!

“드림렌즈는 위험성이 높은 렌즈에요. 이 세상에서 개발된 렌즈 가운데 끼고 자서 안전한 것은 없어요. 눈을 감았을 때도 산소의 농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바로 눈꺼풀 아래 피부에 있는 혈관이 혈액을 공급하며 이런 기능을 해요.

그런데 렌즈를 끼고 자면 이걸 막는 장애로 작용하거든요. 게다가 드림렌즈는 사이즈도 커서 더 문제죠. 결국 각막에서 눈꺼풀의 혈액 공급을 하나도 못 받아서 붓고 시야도 안 좋아져요. 게다가 각막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어서 각막 상피가 벗겨질 수도 있습니다.”

조 원장은 특히 “어머니들이 아이를 데리고 와서 안경이 외관상 안 좋다는 이유로 드림렌즈를 끼우려고 하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클렌즈도 마찬가지다.

이 렌즈는 정상적인 투명 소프트렌즈 재료에 페인트를 칠해 색을 입히는 것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눈에 산소 공급을 막아서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게 조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렌즈는 산소를 제대로 공급해 주는 게 관건”이라며 “렌즈에 인위적으로 페인트를 칠하니 눈에 이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 원장은 눈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희소식을 전했다. 눈의 경우, 근시로 고생하는 환자는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자연스럽게 좋아져서 안경의 도수를 낮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좋아진다니!

“사실은 이것도 노화현상의 일종이에요. 눈의 수정체 조절작용 약해져 높은 도수의 안경이 필요 없어지는 거죠. 마이너스 3도 미만의 경우에는 나이 먹으면 안경 없이도 잘 보게 돼요. 분명히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이죠.”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