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통상임금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3.06.2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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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조영길 편집위원‧아이앤에스 법무법인 대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소위 금아리무진 판결)이 2012년 선고되면서 통상임금 분쟁이 전국을 흔들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위 판결에 따르는 경우 통상임금이 수십%가 폭증하고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 근로수당, 퇴직금이 연쇄 폭증하게 된다.

1996년 이전까지 대법원은 일관되게 통상임금의 기간적 제한을 1임금 산정기(1개월)로 보았다. 그때까지 무려 6차례의 판결을 통해 1개월이 넘어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법리를 확립했었다.

그런데 1996년 의료보험조합 판결에서 1개월이 넘어 지급되는 것도 정기성, 고정성, 일률성을 가지면 통상임금일 수 있다는 법리를 택하면서 1년에 단지 1, 2회 지급되는 수당을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당시에 너무 이례적이어서 주목 받지 못했는데 그 이후 일부 대법원 판결들이 이 법리를 따르며 통상임금의 범위를 점점 확대시키더니 2012년에 가장 비중이 큰 상여금을 포함시키자 비로소 이 법리의 심각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1개월이 넘는 임금도 통상임금이라는 법리가 타당하며 정의로운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할증임금 계산에 필요한 통상임금에 1개월이 넘어서 지급되는 임금을 강제로 포함시키는 법리를 채택하는 주요 선진국들을 발견하기 어렵다.

통상임금 법제를 채택하는 일본도 시행령에 해당하는 규칙에 1개월이 넘어 지급되는 것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시간적 제한을 없애버리면 판단자의 판단에 따라 제한 없이 확장될 위험이 있다. 내용적으로 보편타당성이 충분치 않다.

1개월 넘는 임금도 통상임금

절차적으로도 확립된 판례 법리를 바꾸기 위해 거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거치지 않고 1개 부에서 다른 법리를 채택하는 위법이 있다. 최근에 1개월이 넘어 지급되는 임금도 통상임금일 수 있다는 법리의 내용적, 절차적 부당성들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이 법리는 정기 상여금과 같이 1개월이 넘어 지급되는 것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믿었던 임금 당사자들의 수십 년의 신뢰를 완전히 붕괴시키며 현장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국가 전체적인 경제적 부담이 수십 조원을 넘어 100조원 가까이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중소. 중견 기업들의 부담은 치명적이다. 수십 년간의 누적 이익을 모두 모아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부담을 안게 되면서 이 법리가 확정되면 폐업해야만 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수십 년간 성실히 기업을 운영해 왔는데 갑자기 대법원이 정반대 법리를 따르고, 이 때문에 기업 문을 닫아야 한다면 이것이 과연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는지 묻는 기업인들이 수없이 많아지고 있다.

일부 대법원 판결이 따르는 무리한 통상임금 법리는 약자인 근로자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정의라고 이해하는 일부 대법관과 대법원 연구관들의 정의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는 평가들이 많다.

지금이라도 대법원은 시급히 모든 대법관들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이 통상임금 법리를 심리해 내용적 타당성, 절차적 타당성, 새 법리가 가져오는 폐해 등을 심층 검토해 무엇이 진정한 정의인지를 밝혀줘야 할 것이다.

행정부도 일본의 법령과 같이 대통령령인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1개월이 넘어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명시적 규정을 두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미래를 향해 통상임금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입법부도 통상임금 등에 대한 노사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합의를 인정하는 조항을 법률에 추가하는 것이 임금 합의 내용에 법원이 해석권을 가지고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길이다.

불필요한 분쟁을 막으려면

지금 대한민국에는 노동 문제와 관련해 국회의 법률, 행정부의 시행령, 사법부의 판결 등에 약자의 이익 보호를 내세워 과도하게 자유를 제약하고 기업의 부담을 부당하게 늘리는 정의롭지 못한 내용을 담는 현상들이 심해지고 있다.

그 근본 원인에는 노동법이 추구할 정의를, 강자 약자를 불문하고 공정한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인 근로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노동법학자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성경은 “세력 있는 자 앞에서도 가난한 자 앞에서도 공의를 굽게 하지 말라”는 하나님 말씀을 명백히 선포하고 있다(레위기 19장 15절).

국가의 법과 제도가 정의에서 멀어지면 그 국가의 생명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정의는 소유의 유무나 힘의 강약이나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기준이 아니라 타당한 기준이다. 무당파적 보편타당한 진리와 정의를 따르는 법과 제도가 더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성장과 생명력을 얻는 유일한 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바른 정의관과 진리관을 따르는 학자들이 많아지도록 관심적, 인적, 물적 투자가 너무 부족했다. 정의가 풍성히 흐르는 미래 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 바른 정의관을 가진 지성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조영길 편집위원‧아이앤에스 법무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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