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저마다의 시국에 맞선다
대학생들은 저마다의 시국에 맞선다
  • 이원우
  • 승인 2013.07.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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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맞은 대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공백’


6월의 끝과 함께 대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됐다. 방학(放學)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학기나 학년이 끝난 뒤 더위나 추위가 심한 일정 기간 동안 수업을 쉬는 일, 또는 그 기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돼 있다. 있는 그대로 풀어 직역하면 ‘학교에서 놓아주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학교에서 놓아주었을지언정 학문(學問)에서까지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학은 대학생들에게 ‘스스로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운 자유’로 다가간다. 학점이라는 계량화·수치화된 목표가 있었던 학기 중과는 달리 방학은 하얀 도화지처럼 막막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방학을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뚜렷하게 기록에 남는 뭔가를 남기거나 적어도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형태로 방학을 ‘포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13년의 대학생들이 방학의 공백을 채우는 방법을 알아본다.

조금 더 학교에서 - 계절학기 수강

가장 먼저 고려의 대상이 되는 것은 계절학기다. 계절학기의 개설 취지는 졸업을 위한 이수학점이 모자란 학생을 위한 특별강좌의 개념이었으나 지금은 다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방학 중에 졸업학점을 조금이라도 취득해 학점 관리의 수월성을 담보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대학생들이 계절학기 수업을 수강하는 주된 이유다.

수강료는 결코 만만치 않다. 국·공립대의 경우 계절학기 1학점당 수강료는 1만8000~4만5000원 선이지만 사립대의 경우 1학점당 수강료가 6만5000~11만2000원 정도(2012년 기준)로 상당히 높다. 다락같은 등록금을 감당해야 하는 입장에선 ‘보이지 않는 추가비용’이며 학교에다 내는 돈임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같은 느낌을 주는 지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학기는 이미 대학생들에게 준(準) 필수 과정이 됐다. 계절학기가 진행되는 2-3주 동안은 스펙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보낼 수 있는데다 결국에는 학점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국으로, 혹은 외국어 학원으로

계절학기 만큼이나 주류에 속하는 대안은 역시 ‘외국어 공부’다. 특히 영어의 경우 대학 4년 동안 영어 하나만 끝내도 남는 장사라는 것이 많은 대학생들의 중론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졸업 이후의 ‘준비 기간’에 취업준비는 따로 하고 재학 기간엔 영어 실력만 확실히 해도 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영어의 길에도 종류는 다양하다. 미국, 뉴질랜드, 호주, 필리핀 등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것은 비용과 시간은 많이 들지만 여전히 강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차후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설명해야 할 때 어학연수만큼 확실한 ‘알리바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의 대기업들은 듣기/읽기 위주의 토익(TOEIC)보다는 토익 스피킹(TOEIC Speaking)이나 오픽(OPIc) 등 말하기 성적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덧붙여 각 대학들이 국제화 지수를 올리기 위해 영어수업을 대폭 확대한 상태이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 따라가기 위해서도 영어는 중요해졌다. 해외 취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의 경우 일어나 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스펙을 쌓아라

학점과 영어가 졸업을 위한 기초 체력이라면 이 두 가지에 어느 정도 토대가 마련된 학생들은 보다 높은 목표, 소위 ‘스펙 쌓기’에 돌입할 수 있다. 스펙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만만한’ 것은 각종 자격증이다. 컴퓨터 활용, 정보처리기사, CAD 등의 컴퓨터 자격증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

최근엔 한자 관련 자격증의 인기도 높아졌다. 문서 작성 시 한자 능력이 부족한 신입사원이 유발하는 애로사항이 많아지면서 기업체들이 직접 한자시험을 실시하거나 한자 자격증에 가산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문회가 주관하는 한자능력검정시험 2급의 경우 총 2355개의 한자를 익혀야 하므로 결코 만만치 않은 시험이다.

자격증의 한 가지 딜레마는 차별성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공들여 딴 자격증도 취업 시장에서는 평범한 것이 돼 버린다는 문제다. 어차피 비슷한 계열의 지원자가 모이게 마련이므로 자신과 비슷한 자격증을 자기보다 많이 딴 사람은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인턴과 공모전에 몰입한다. 유력기관이나 대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거나 공모전에서 수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한 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부터는 별들의 전쟁이다.

인턴 모집의 경쟁률은 기본이 10:1이다. 공모전 수상의 문은 더 좁다. 인턴 합격을 위한 스터디 모임과 또 다른 스펙 쌓기가 파생될 정도다.

불타는 금요일이 지나고 나면 …

금요일 밤 홍대입구나 신촌 등지에 나가보면 현재의 불황이 거짓말처럼 여겨진다. 이른바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맞이한 수많은 대학생들이 술에 취해 흥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현재의 대학생들이 직면하고 있는 준엄한 현실의 반례가 될 수는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은 71.3%다(2012년). 열 명 중 일곱 명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그 중에는 뒷일이야 어찌되든 오늘은 놀겠다는 학생도 있고 80년대 학생운동의 잔상을 좇아 시국선언을 하는 대학생도 있는 것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대학생들은 청소년 시절 그리던 대학생의 모습과 현재의 괴리 속에서 고단해 하고 있다. 더 이상 대학생은 특수 계층도 예비 지식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청춘’이다.

끊임없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움직이지만 방학이 끝날 때쯤엔 더 치열하게 움직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칭 ‘멘토’들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청춘의 진면목이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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