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86의 이율배반적 멘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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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우
  • 승인 2013.07.09 09:39
  • 댓글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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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 <여덟 단어> (박웅현 著)
박웅현 著, 북하우스 刊, 2013 

광고인 박웅현의 신간 <여덟 단어>가 베스트셀러 차트에 진입했습니다.

박웅현은 TBWA 전문임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등의 광고문구로 유명합니다. 최근엔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도끼다> 등의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인문학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여전한데요. 이 책 ‘여덟 단어’는 박웅현의 인문학적 인생론을 여덟 개의 단어로 풀어놓은 강연록 모음집입니다. 여덟 개의 단어는 자존, 본질, 고전, 견(見), 현재, 권위, 소통, 인생입니다.

삶을 하나의 개체로 간주하고 여덟 개의 구획을 나눈 게 아니라 저자의 임의대로 8개가 선택된 것이다 보니 메시지가 다소 겹치는 부분은 있습니다. 고전을 중시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여러 차례 강조되는 건 좋은 자극이 되네요.

한 명의 저자가 비슷한 얘기를 반복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 중첩이야말로 ‘진정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비슷한 위상의 두 단어 속에 내포된 메시지가 서로 충돌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를 테면 ‘현재’와 ‘권위’라는 두 개의 단어가 그렇습니다. 저자는 ‘현재’에 대해 말하면서 “개처럼 살자”는 이색적인 주장을 하는데요. 내일 일을 걱정하지 않는 한 마리의 개처럼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자는 의미죠.

현재에만 충실하며 살았다면 한국은 여전히 에티오피아보다도 못 살고 있었겠지만, ‘현재에 출실하자’는 뜻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시대의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니 그 중 하나로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바로 다음 단어인 ‘권위’로 돌입하면 저자는 마치 ‘개처럼은 살지 말자’고 말하는 것처럼 보여서 혼란스러워집니다.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는 게 이 챕터의 골간이거든요.

그러면서 박웅현은 386세대의 최고참답게(?) “기득권 세력은 고분고분한 사람을 원합니다(p.163)”와 같은 표현도 하고 있네요. 마치 본인은 기득권이 아닌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제일기획 출신 TBWA 임원으로서 청년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강연할 정도면 훌륭한 기득권 아닌가요?

왜 386세대들은 평생 본인들은 기득권이 아니라는 듯이 얘기하는 걸까요? 박웅현은 소위 운동권 출신은 아닙니다만 386세대의 ‘언제나 청년’ 코스프레는 정말 세계 9대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386들의 또 다른 전매특허인 반미(反美)가 없다는 게 나름대로의 차별점이지만, 대신 박웅현에게서는 미국 리버럴(liberal) 계열에 대한 뿌리 깊은 동경이 감지됩니다. 스티브 잡스, 메릴 스트립의 사례를 즐겨 들거나 본인의 전작인 ‘나는 뉴욕을 질투한다’를 인용하는 식이죠.

그에게 한국은 아직 답답하고 고리타분한 사회인지도 모르겠네요. 그 주된 원인으로 한국의 교육을 들고 있습니다만, 미국 리버럴의 정점인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절찬한다는 점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는지요.

몇 가지 결점이 있을지언정 적어도 이 책에는 “제 세대가 제일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진솔함이 있습니다. 평생 취업 걱정, 학점 걱정 해본 적 없으면서 인생 다 산 사람들처럼 현재의 청춘들에게 훈수 두는 386들의 책보다야 훨씬 낫지 않을까 싶네요. 박웅현의 ‘여덟 단어’였습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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