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넘치는 한국사회
거짓말 넘치는 한국사회
  • 미래한국
  • 승인 2013.07.22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의각 교수의 세상보기
 

지난 6월 26일 일부 한양대 교수들과 방송기자, PD, 아나운서 등으로 구성된 방송인총연합회가 각각 독립적으로 ‘국정원 정치 선거개입의혹 사건과 관련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것을 신문 보도를 통해 읽었다.

교수들은 선언문에서 ‘국정원이 막강한 조직과 정보력을 이용하여 지난 대선에 개입해 여론을 조작하여 공작정치를 저질렀고 경찰은 이를 알면서도 축소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불교청년회,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 공무원 신분인 일부 사법연수원생들까지도 이 문제에 대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처벌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냈고,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은 국정원 정치개입규탄 촛불집회까지 열었다.

한 국정원 젊은 여직원의 대선기간 중의 댓글의혹사건이 불씨가 돼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계속 파장을 일으키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다.

나도 젊은 시절 4·19 학생운동에 적극 가담해 3·15 부정선거와 불의에 항거하는 데모와 언론좌담회들을 통해 당시 정치권에 저항하기도 했고 1980년대 초에는 전두환 대통령의 집권에 반대했던 당시 고려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문발표에 참여했던 일이 상기돼 최근의 지식인들 시국선언문에 깊은 우려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그리고 전면적으로 특정인 당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선거에 개입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엄청난 발전과 민주화가 이뤄졌고, 언론과 정보가 거의 모두 투명하게 공개된 사회여서 특정 정보기관이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부정과 불의를 행할 수 있는 토양과 여건은 이미 넘어섰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수 사조직 그룹의 작당이나 개인적으로 법을 어기는 행위 예컨대 거짓, 음모, 사기행위 등 불의를 범하는 일은 오히려 증대하는 추세가 아닌가 우려한다.

정보기관 국정감사 공정하면서 정보노출 신중해야

다시 말해 지난 대선과 관련해 국정원 자체가 공식적으로 직원들의 선거개입을 권장하거나 허용했을 개연성은 전혀 없었을 것으로 나는 믿고 싶다. 단지 조직내의 직원이 각자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성향에 따라 자기 의사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표현했을 수는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법적으로 공직자의 신분을 가진 자가 자기 개인의사를 친인척이나 또는 제삼자에게 밝히는 행위가 어떻게 규제되고 있는지에 관해 나는 잘 모른다. 만약 법적으로 그런 행위가 금지돼 있다면 공직자는 개인적인 사견이라고 해도 함부로 특정인에 대한지지 의사를 밝히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직의 공적 개입 의혹이 있을 경우에는, 지금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충분한 증거를 수집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 밝혀내면 될 일이다.

국가의 안위와 국익 보호를 위해 일하는 정보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공정해야 하겠지만 피감사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해 국가기밀사항이나 내부 조직운영체계 등의 외부공개노출에 대해서는 각별히 신중을 기해야 하며 그 기관을 특별히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곧 국가와 사회를 보호하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년 민주화 확산으로 국가적으로 보호하고 지켜야 할 특수기관인 국정원마저 일반기관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지켜줘야 할 권한과 기능을 심각하게 축소 조정해 본연의 임무수행능력마저 무력화시켜온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이런 입장에 대해서도 재야세력들은 비판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여야를 초월해 국가와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국가 간 치열한 정보전쟁 뿐만 아니라 국제테러와 국제간 범죄가 국경선 없이 유통되는 이 시대에 국가정보기관이 감당해야 할 미션(임무)은 너무 중요하고 무겁다. 이런 임무를 감당하는 기관과 기관원들은 그 기(氣)를 살려 의무와 책임을 소신껏 담당할 수 있도록 국민이 지원해줘야 한다.

물론 이런 업무에 종사하는 요원들은 철저한 훈련과 교육을 통해 국민들에게는 낮은 자세로 정직과 공의로운 처신을 할 수 있도록 무장시켜야 하고 국가를 위해서는 철저한 애국심을 지니고 살신성인하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이들은 불의의 권력을 정당화하며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되며 타락한 권력이나 정의롭지 못한 체제 유지의 도구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이 명제가 국가정보기관의 선거 개입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혹자는 국정원은 국내사건에는 일체 개입하지 말고 대외정보활동에만 전념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방된 현대에는 국내외 사건정보가 서로 밀접하게 융합돼 있는 경우가 많다.

각종 정치, 치안과 국가안보분야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거짓과 거짓정보가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검찰, 국정원, 경찰이 유기적으로 불법과 불의, 그리고 거짓의 원천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내는 일에 협력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본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 많은 거짓말과 거짓행위가 유통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비뚤어져서인지 자기 이익에 맞지 않으면, 희고 검은 것을 앞에 놓고도 흑백을 한색으로 얼버무리려 하고(欲將黑白混一色), 옆에서 천둥번개가 쳐도 귀에 들리지 않는 것(雷鼓在側而耳不聞)처럼 행동한다.

국정원의 정당한 역할 필요

역사적 그리고 객관적 진실(facts)을 진실이 아니라고 우긴다. 나쁜 짓 하고 증거가 드러나도 죄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틈만 있으면 자기 거짓을 상대방에게 돌리려 한다. 예컨대 노무현-김정일 간의 과거 평양회담에서 오고간 NLL(서해 북방한계선) 관련 대화 내용의 진실(실체)은 분명히 하나일 텐데 여야 간 서로 다르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로 거짓말 한다고 삿대질이다.

이런 종류의 진실과 거짓 언행과 대립이 우리 사회 전반에 누룩처럼 번져 있다. 이 나라 정치권, 종교계, 교육계, 언론계, 기업, 정부 공직자들 뿐만 아니라 가정의 가족간 그리고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거짓말을 예사롭지 않게 하며 거짓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좀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성형수술을 통해 얼굴 모습까지 진짜를 조작하는 개인적 행위가 제약 없이 이뤄지고 있는 사회에서 진실을 감추는 행위가 당연한 사회적 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시대에 진실과 거짓, 악과 불의, 국가 기초를 흔드는 반사회적 오열(五列)을 색출하고 그들의 정체를 밝히는 일과 정보수집에서의 국정원의 정당한 기능을 약화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