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규제가 필요하다
여론조사, 규제가 필요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7.22 15: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기환 편집위원


바야흐로 여론조사 전성시대이다. 정당의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 후보 선출시 여론조사 결과가 반영되고 있다. 당원들이 후보를 결정하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있지만 대다수 선거 과정에서 후보 선출시 여론조사 결과가 반영되는 것이다.

과연 여론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사회 구성원 전원에 관계되는 일에서 사회적으로 제시되는 각종 의견 중 대다수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견해라고 한다. 문제는 어떤 이슈이건 그 여론이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크게 걸릴수록 자신들에게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다 보니 여론조사가 이를 반영하는 것인지 또는 여론조사 결과를 이용해 여론을 조작해 나가는 것인지 헷갈리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작년 대선 과정에서 리서치뷰가 대선 투표를 약 10일 남겨 놓은 시점에서 문재인 후보가 48.1%의 지지율로 47.1%의 지지율인 박근혜 후보를 추월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추격하고 있었지만 거의 모든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근혜 후보가 앞서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와 리서치뷰가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를 이틀 앞두고 문재인 후보가 역전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그 결과가 널리 인용됐다.

위 조사의 설문 문항은 이명박 정권 심판론와 노무현 정권 심판론 중 어느 것을 지지하느냐, 새누리당 재집권과 정권교체 중 어느 것을 지지하느냐를 묻고 3번째 문항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라고 돼 있었다.

통상적으로는 위 설문의 2, 3번 문항만을 묻거나 또는 3번 문항만을 묻는데 리서치뷰는 위와 같이 설문 문항을 작성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이라면 상당수는 3번 문항까지 듣고 응답하지 않고 중도에 끊었을 수 있다.

독일 나치스의 문화상 괴벨스는 99개의 거짓말과 1개의 진실을 적절히 섞어 반복하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의심하더라도 나중에는 믿게 된다고 했다. 오늘날과 같은 매스미디어 시대에 대다수 사람들은 여론이라고 발표되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이를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고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하는 때에는 조사의뢰자와 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연령대, 성별),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질문내용, 조사된 연령대별·성별 표본 크기의 오차 보정 방법 등을 함께 공표 또는 보도해야 하고 그 자료를 6개월 이상 보관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때에는 2년 이하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여론조사를 규제하는 법은 선거에 관해서만 적용되고 있고 다른 사항은 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것일지라도 규제하는 법률이 없다.

최근 사회를 뜨겁게 달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한 것으로 봐야 하느냐에 관해 한국 갤럽이 성인 남녀 608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가 포기가 아니라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설문사항에 노 대통령이 발언을 매우 선한 의도로 한 것으로 믿게끔 하는 문항이 포함됐다. 다른 한편 한국경제신문이 인터넷 조사한 결과에는 139만명이 응답해 약 79%가 NLL을 포기한 발언으로 생각한다고 했다.(위 조사는 중복 응답이 가능했다는 결함이 있다) 국가적 이슈에 대해 너무나도 판이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데 아무런 규제 없이 발표되는 것이다.

최소한 공직선거법 수준 이상의 규제를 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임직원은 일정 기간 정당원, 정무직 공무원 등의 신분이 아니어야 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기관은 제대로 분석해 균형 있는 보도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보유해야 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

차기환 편집위원‧변호사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