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 그녀들의 4대 비극
예쁜 여자, 그녀들의 4대 비극
  • 미래한국
  • 승인 2013.07.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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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미래한국 기자 이원우 신작 <예쁜 여자>
이원우 著, 청출판 刊, 2013

‘예쁜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맹목적 추종’을 지켜볼라치면 한심하고 딱한 기분이 든다. 나이나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예쁜 여자만 보면 여지없이 눈빛이 흔들리는 남자들. 결혼정보회사에서는 “예쁘기만 하면 이혼녀라도 상관없다”는 총각들의 은밀한 상담이 이 시각에도 이뤄지고 있다.

남자들이 인생을 걸고 덤비는 예쁜 여자를 분석한, 남자가 쓴 책이 등장했다. <예쁜 여자>의 주인공은 ‘하늘이 내린 미모를 소유한 0.1%의 여성’이다.

여자들도 잘 모르는 여자들의 본심을 들춘 저자인 이원우 미래한국 기자는 그녀들을 고찰하기 위해 ‘어렵고 복잡한 방법 대신 많이 만나고, 넓게 듣고, 깊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불안, 파괴, 고독, 죽음’이라는 4개의 테마로 예쁜 여자를 조명한다. 천재와 유사한 지위를 누리는 예쁜 여자들은 끊임없이 타인의 의도를 의심해야 하는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남자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여성은 결국 자신도 파괴시키는 팜므 ‘파탄’의 주인공인 치명적 존재이다.

예쁜 여자는 ‘여자’라기 보다 ‘예쁨’으로만 받아들여져 고독하게 살아간다. 화려하지만 언제나 혼자인 예쁘지만 고독한 여자, 그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이상 관심 받지 못하는 고통을 멀쩡히 살아서 맛봐야 하는 불행한 이들이다.

결국 예쁜 여자는 예뻐서 받는 혜택 이상으로 예쁘기 때문에 극한 고통을 맛봐야 하는 가엾은 존재라고 이 책은 결론 내린다.

‘예쁜 여자에게는 그들만의 질곡과 비극이 있다는 호기심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는 저자는 ‘그녀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약한 인간’이라고 결론 내린다. ‘인간 행복의 본질은 아름다움에 있지 않기에 그녀들의 인생은 생각처럼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할 일을 했다.

이 책은 예쁜 여자를 비판하면서도, 남자를 휘어잡는 치명적인 매력의 그녀들에 대한 남자들의 동경도 숨기지 않는다. ‘예쁜 여자 환타지와 트라우마’를 갖고 사는 남자들의 보편적인 심리가 요소요소에 담겨 있다.

단 한 번이라도 예쁜 여자의 마음을 얻는다면 삶이 파괴돼도 좋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우매함을 어찌해야 하나. 이 책에서 예쁜 여자의 반대말로 사용되는 ‘일반 여자’들도 그녀들을 동경하기에 남자들의 어리석음은 이해받을 여지가 있다.

<유니크 YOU NEEd Questions> <연애의 질문>을 통해 동시대의 문화 현상을 분석해온 저자는 서른한 살 난 미혼남이다. 가벼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매우 진지한 경어체로 기록한 <예쁜 여자>에는 인문학적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고찰이 담겨 있다.

여전히 예쁜 여자에 집착하는 남자들과 ‘잘난 여자’를 지향하며 질주하는 여자들이 함께 읽고 ‘예쁨’의 실상과 허상에 대해 고민해볼 만한 내용이다.

이근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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