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人, 한국 전통문화에 동질감”
“이란人, 한국 전통문화에 동질감”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3.07.2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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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함께 하는 세계여행] 마수미파르 주한 이란대사


‘페르시아 제국의 영광’을 간직한 이란은 어떤 나라일까. 지난 6월 15일 이란에서는 중도 개혁주의 성향의 하산 로하니(Hassan Rohani)가 대통령으로 당선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로하니 당선자는 세계 안보문제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자국의 핵개발 문제를 서방세계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히는 등 개혁적 프로그램을 들고 나와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의 지지를 받는 잘리리(Jalili) 등 6명의 유력 후보들을 과반수인 득표율(51%)을 받아 크게 물리치고 4년 임기의 새 대통령으로 선출돼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란은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나라이며 양국에는 어떤 잠재적 발전가능성이 놓여 있을까.

<미래한국>이 지난 6월 28일 용산 동빙고동에 위치한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아흐마드 마수미파르(Ahmad Masoumifar) 주한 이란대사를 만나 양국의 현안과 이란의 역사 및 문화 등에 대해 들어봤다. 북한 및 인권과 종교문제 등에 대해서는 우리와 적지 않은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수미파르 주한 이란대사 

- 한국과 이란 양국이 국교를 수립한 지 50년이 넘었습니다. 먼저 양국간의 외교관계와 현안에 대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란은 한국과 수교한 첫 중동국가로 올해로 외교관계 수립 51년째가 됩니다. 양국이 문화적으로 교류한 역사는 훨씬 이전인 140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근 한국과 이란의 역사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 중인 사안이 있습니다. 신라시대 당시 이란 왕자가 한반도에 왔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는 이곳에 정착하면서 신라 공주와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고대 이란에서 구전되다가 11세기에 필사된 대서사시 ‘쿠쉬나메’에 따르면 페르시아 왕자 아브틴은 신라 공주 파라랑과 결혼하고 아들 페레이둔을 낳는다. 훗날 페레이둔은 아랍 왕을 무찌르고 페르시아의 영광을 되찾는다고 하는데 페레이둔은 이란의 민족 설화에서 등장하는 전형적인 영웅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란에서 대장금이 큰 인기를 끈 이유

- 구체적으로 양국간 어떤 협력들이 이뤄지고 있나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대부분 에너지 분야입니다. 한국이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고 이란에 석유 가공제품을 수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외에도 상당히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경제 협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문화 분야에서도 양국은 서로의 외교관계를 기념하는 여러 가지 축제와 행사를 열고 있는데 매우 인기가 좋습니다. 이란인들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고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이란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였습니까. 그 이유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란에서 대장금은 큰 인기를 끌었고 이를 통해 이란인들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한국 드라마나 영화들이 기술적으로 훌륭하게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란인들이 한국 드라마를 봤을 때 심리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이란과 한국의 역사적 교류까지 염두에 두게 되면 이란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한국을 가까운 나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건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적 친밀감입니다.

대장금 외에도 ‘주몽’ 역시 이란에서 대단히 인기가 높았는데 이란인들은 주몽이라는 인물을 정의로운 영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몽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끊임없이 희생하고 엄청난 노력을 하는 인물이죠.

이란 역사를 봐도 그런 비슷한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이란인들은 더 동질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한국 드라마들을 보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른을 존중하고 부모를 존경하는 등 한국 특유의 전통이 있는데 이건 이란인들의 전통문화와도 매우 비슷한 부분입니다.

이슬람과 페르시아 문화의 조화

- 한국에서 보통 이란을 생각하면 고대 페르시아 ‘황금’ 왕조, 이슬람 종교, 천일야화, 신밧드 모험 등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이란 문화의 특성을 좀 설명해 주시죠.

현재의 이란 문화는 페르시아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혼합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란에서는 기록된 5천년 역사의 문명이 있었습니다. 이란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슬람과 하나가 됨으로써 특별한 문화를 만들어낸 나라입니다.

이슬람이 7세기에 이란을 정복했을 때 이란인들은 고유의 문화를 그대로 지키면서도 이슬람과 하나가 됐습니다. 이를테면 페르시아 시절 건설된 분수대를 보면 지금까지 이슬람 건축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란에서는 새해가 3월 21일에 시작합니다. ‘노르지’라고 해서 ‘새로운 날’이라는 뜻입니다. 무려 3천년 된 전통입니다. 지금 이란에서는 이슬람식 행사들도 계속 열릴 뿐 아니라 페르시아의 전통 풍습들도 계속 지켜지고 있습니다.

- 흔히 이란을 여러 중동국가 중 비슷한 하나로 보는 인식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어떻게 다른가요?

이란은 중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다른 주변국들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란의 문화는 주변국들과 크게 다릅니다. 아시다시피 이란은 엄청난 문화와 긴 역사를 가진 페르시아를 계승합니다.

무엇보다 다른 중동국가들은 다 아랍어를 쓰지만 우리는 페르시아어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이란은 중동에서 유일한 민주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가 계속 열리기 때문입니다.

- 이란에서 로하니 대통령이 새롭게 선출됐죠. 결과가 대단히 의외였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번 선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요. 로하니 당선자가 전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어떻게 다를 것으로 보시나요.

우리는 혁명(1979년) 이후 30년 넘게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 매년 선거를 해 왔습니다. 최근 끝난 선거도 73%의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국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이건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투표율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전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인물이 선출된 것입니다. 여러 정파에서 출마를 했고 8명의 후보들이 수차례의 TV 연설과 토론을 했습니다. 이걸 본 국민들이 결과적으로 로하니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그는 중도-온건파로 알려져 있지만 결국 개혁파든지 보수파든지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해서 나라를 발전시키라는 게 민심이었다고 봅니다. 로하니 당선자의 향후 정책에 대해서는 “우리가 교류하는 나라들과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로하니 신임 대통령, 핵문제 입장 변화 없을 것”

 

- 이란의 핵개발 문제가 세계적 현안입니다. 로하니 당선자는 이 문제에 대해 서방과 대화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예전과 동일할 것입니다. 이란의 핵활동은 평화적입니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볼 때 대량살상용 핵무기는 생각조차 못하는 것입니다. 이슬람 율법에서도 이런 건 절대 금지하고 있죠. 우리는 평화적인 목적으로 핵을 개발할 뿐입니다.

지금까지 이란의 핵 의혹에 대해 여러 주장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핵무기 개발에 대한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로하니 당선자도 “핵문제 해결의 열쇠는 이란이 NPT의 프레임 내에서 우라늄 농축의 권리를 인정받는 것”이라고 정리한 바 있습니다.

- 이란은 북한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핵기술 교류와 미사일 거래 의혹도 있습니다.

북한과 수교 중이고 평양에 이란대사관이 있습니다. 이란은 세계 여러 나라들과 공식적이고 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북한도 그 중 하나입니다. 북한과 이란의 교류는 정상적이며 타국에 위협을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국과 북한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입니다.

-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이란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요.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습니까.

핵문제에 대한 이란의 공식적인 입장은 이렇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핵무기는 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원자력 에너지는 모든 이들이 사용할 수 있지만 핵무기는 미국을 포함해 어떤 나라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핵무기는 인간에게 너무 큰 해악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한 평화를 위해 모든 나라들의 비핵화를 지지합니다.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서는 평화적인 과정에 의해 이뤄졌으면 좋겠고, 항상 그걸 지지해 왔습니다.

이란은 양국과 모두 우호적이기 때문에 필요하면 중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한국과 북한은 같은 뿌리이고 민족인데 왜 분리돼 있어야 하는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혹시 서방국가들이 통일을 못하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 북한의 인권문제가 대단히 심각합니다. 이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요.

인권문제는 어떤 나라나 갖고 있는 문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권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외국에서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곤란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국의 문화적, 사회적 바탕을 감안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 최근 수년간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켜왔었죠. 이란은 어떤 입장입니까.

유감스럽게도 이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가 없어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 이란은 국민의 98% 이상이 무슬림인 이슬람국가지요. 이란은 기독교 탄압이 세계에서 가장 심한 나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란에서 여러 종교를 믿는 건 문제가 없습니다. 기독교도 있고 유대교도 있고 이란 전통 조로아스터교도 있습니다. 1천년 된 교회가 이란에 있는데 많은 기독교인들이 방문합니다.

이란 국회를 보면 이슬람 국가임에도 (200여석 중) 5개의 좌석은 기독교, 유대교 등 다른 종교인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현재 원내에 진출한 기독교 대표가 2명입니다. 이런 나라는 찾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미국에도 약 600만명의 이슬람교도들이 있는데 한 명도 의회에 진출해있지 않지 않습니까.

 

“가족들과 한국 생활, 굿!”

- 대사님 개인적인 경력을 좀 소개해 주시죠. 한국에는 얼마나 계셨습니까.

저는 26년간 이란 외무부에서 근무했고 2년 전에 한국에 왔습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외교관으로 일했습니다. 대사직으로는 한국이 처음입니다. 현재 가족들과 함께 있습니다. 아들과 딸이 있는데 딸은 대학생이라서 이란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 이란내 고향은 어디신가요?

제가 태어난 곳은 가즈빈입니다. 가즈빈은 테헤란에서 서쪽으로 140km 떨어진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400년 전 사파비 시대의 수도였습니다. 그때는 가즈빈이 이란의 수도였고 이후 이스파한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즈빈은 유적지도 많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란에 있는 이맘 호메이니 국제대학교가 가즈빈에 있고 외국인 유학생들도 많이 옵니다. 한국인들도 거기서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 한국내 생활은 어떠신지요.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저와 가족들은 한국을 매우 사랑합니다. 한국인들은 정이 많고 친절한 분들입니다. 한국에 살면서 외국이라는 걸 못 느끼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에 사는 건 저와 가족들에게 너무나도 좋은 경험입니다.

저는 대부분 시간을 가족들과 보내고 수영, 산책, 배구를 즐깁니다. 한국의 자연을 보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계절이 다양한 것도 마음에 들고요. 저는 대부분 공원이나 외곽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가족들 또는 다른 외교관들과도 자주 어울립니다.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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