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멘토’를 사절한다
‘힐링 멘토’를 사절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3.07.29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칼럼] 양혜진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고3 아침 자습시간이었다. 대학생활에 대한 꿈을 키우며 한창 공부하던 때 한 친구가 선생님께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대학생활은 <논스톱> 같은 건가요?”

<논스톱> 은 대학생들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인기 있던 시트콤이었다. 우리 세대가 논스톱과 초중고 시절을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이 보여주는 동아리생활, 기숙사생활을 보며 대학생활에 대한 환상과 로망을 키워나갔다. ‘기필코 좋은 대학에 붙어 저렇게 멋있고 아름다운 청춘을 보내리라’하면서 말이다.

기대와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다. 대학생이 돼 마주한 대학생활은 그저 ‘과제와 시험’의 연속일 뿐이었다. 방학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어학 점수, 자격증을 따야 하고 대외활동 경력도 차곡차곡 쌓아가기 바쁘다. 특별할 것만 같았던 20대였는데 모든 대학생들이 ‘거기서 거기’인 획일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타성에 젖어 하루하루를 보낸다.

대학가에 힐링 열풍은 끊이지 않는다. 페이스북에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힐링 인증샷’이 대세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힐링이란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하는 친구들과의 수다면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그 효과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고 다시 힘들다고 외치기 시작한다.

이렇게 신음하는 우리가 딱해보였는지 위로와 조언을 해준다고 멘토를 자칭하며 등장하는 사람들 역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너희는 문제가 없어. 사회가 잘못돼서 그래. 그러니까 걱정 마”라며 괜찮다고 등을 토닥인다.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것이 우리 세대가 아닌가. 그러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해왔고 보는 법도 모르는 우리에게 단순히 괜찮다는 이 한마디가 정말로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더 나약하게 만드는 독(毒)은 아닐까. 그들의 책과 강연은 그저 대학생들의 ‘니즈’(needs)를 겨냥한 상품일 뿐 진정성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얼마 전 책을 읽다 좌뇌와 우뇌 사이에 있는 ‘뇌 줄기’에 대해 알게 됐다. 뇌 줄기는 고난을 극복하고 생명을 지탱해 나가는 의지력의 본산이다. 더 흥미로웠던 점은 고생을 겪을수록 이것이 발달한다는 것이다.

작은 고통에도 크게 아파하며 치유(healing)를 원하는 우리의 뇌 줄기는 어떨까? 2040년이 되면 평균수명이 100세가 된다는데 긴 인생의 여정을 우리는 과연 지혜롭게 보낼 수 있을까.

언제까지 따뜻한 위로의 말로만 다독임을 받을 수는 없다. 스스로 성장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대에 살면서도 부족하다고 외치는 우리의 엄살을 꼬집어주고 현실을 제대로 보는 법을 배우고 싶다.

뇌 줄기의 힘을 길러 인생의 고통을 인내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각자의 삶에 책임을 다하라고 일러주는 것, 화려하지도 영광과 박수가 뒤따르지도 않는 이 엄격한 가르침이야말로 진정한 멘토링이 아닐까.

양혜진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