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도 재판과 국정원 논란
빌라도 재판과 국정원 논란
  • 미래한국
  • 승인 2013.07.29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대를 보는 눈] 이종윤 상임고문‧한국기독교학술원장


예로부터 종교는 유대인이, 문자는 헬라인이, 그리고 법은 로마인이 주었다고 한다. 나사렛 예수는 세 번의 유대인 재판과 세 번의 로마인 재판 등 총 여섯 번의 재판을 받았지만 마침내 총독 빌라도로부터 십자가 사형을 언도 받았다.

유대인 종교법과 로마의 국법을 일탈해 오판을 한 것이다. 최종 판결을 내린 빌라도는 정치적 계산을 하고 민란이 날까 두려워 무리 앞에서 손을 씻으며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다는 책임 회피까지 한 비겁자가 됐다.

빌라도는 ‘나는 그에게서 죄를 찾지 못하노라’고 세 번씩이나 말하면서도 법대로 판결치 못하고 예수와 강도 바라바를 군중들로 하여금 선택케 함으로 여론에 아부한 천추에 씻지 못할 죄인으로 낙인 찍혔다.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최근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진실 공방과 2007년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공개에 대한 찬반 논쟁이 국내외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이 두 사건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정원 여직원이 국정원장의 지시로 선거 개입을 했는지에 대한 것이 불씨가 돼 여당이 그 불씨를 초기에 끄기 위해 국정원장을 시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에 관한 발언을 폭로한 것이라면 이 사건들은 국정원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어 서로 연결돼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정치적 계산 없이 이 두 사건을 읽으면 이는 별개의 사건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본질이지 절차가 아니다. 유대인들은 예수가 신성모독죄를 지었다는 고발을 했을 때 예수는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다고 함으로 자신이 하나님이심을 말씀했지만 백성의 지도자들은 그가 성전을 헐고 사흘 만에 세우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듣고 그를 허위사실 유포자요 백성을 미혹시키는 자로 정죄를 한 것이다.

성전 된 자신이 죽고 사흘만에 부활하신다는 말씀을 몰이해한 유대인들은 편견과 아집 그리고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대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것이다.

문제는 국정원 여직원이 특정 대통령 후보를 지원하라는 국정원장의 명령을 수행한 것인지도 알아내야겠지만 국정원 직원이 한 시민으로서 몇 차례 정치 현안에 대한 소박한 자기 의견을 기술한 것인지를 가림으로 한 시민의 인권을 지켜 주는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대화한 기록물을 현행법을 깨뜨리면서 공개한 이유를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헌법을 무시하고 국익에 반하는 발언을 국가 원수가 적장 앞에서 했다면 그 본질 문제를 감춰두는 것이 국익에 유익한지도 물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대화록의 NLL에 대한 언급을 읽는 이에 따라 다른 독후감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평화를 위한 협상인가 아니면 포기인가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풀리지 않는 정쟁으로 팽팽히 맞설 것이다. 그것이 거시적 안목으로 볼 때 국익에 무슨 보탬이 될 것인가?

전직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정치인들을 매국노로 매도하는 것이 국민통합을 큰 과제로 삼고 있는 현 정부의 입장에서 국가 미래에 유익한 것인지도 물어야 한다.

물론 NLL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논란이 없도록 이번 기회에 쐐기를 박겠다는 주장은 칭찬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보기관의 속내를 다 드러내 보이면서 국가 정보기관이 동네 볼기를 맞는 터에 새로 나올 국정원이 국민의 불신 속에서 무슨 힘으로 나라를 위해 큰 힘을 쓸 수 있을까?

또 몇 달 전 북한이 핵으로 서울을 불바다 만들겠다는 위협을 할 때 북한은 전에 했던 남조선과의 모든 협정을 다 무효화하겠다는 선언을 분명히 했다.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에 관해 무슨 발언이나 약속을 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국정원이 비밀문서를 공개하기 전 몇 사람들이 그 내용을 어떻게 알았는지를 따지겠다는 것도 논리적 정당성은 있으나 그것을 알아낸들 무엇이 달라지는 것이 있는가?

지금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여야의 정치 논쟁은 당리당략에 의한 치졸한 샅바 싸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정치 지도자들은 국정조사 같은 대포를 쏘기보다 미래 한국 건설을 위한 진실 된 애국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편협한 어느 당이나 개인의 입장을 주장하기보다 국가 전체를 보고 국민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으며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현재를 결단하는 지도자들을 국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자기가 살겠다고 진리인 그리스도를 죽인 빌라도의 어리석은 오판이 다시는 이 땅에서 재현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이종윤 상임고문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서울교회 원로목사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