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정치, ‘말’로 시작하자
품격 정치, ‘말’로 시작하자
  • 미래한국
  • 승인 2013.08.0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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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의 여의도이야기


요즘 여의도에서는 막말 논쟁이 한창이다. 일국의 대통령을 ‘귀태’라고 하며 세상을 어지럽히더니 전직 총리는 ‘당신’이라고 삿대질을 하고 막말의 금도는 이미 깨진 지 오래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모 도지사를 히틀러에 비유하고 여기자들 앞에서 성적인 농담을 하는 것도 모자라 공공연하게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발언까지 쏟아내고 있다.

원내대변인부터 전직 총리까지 막말 퍼레이드를 이끌고 있는 그 면면들도 화려하다. 그렇지 않아도 무더위와 지루한 장마에 지친 국민들의 불쾌지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념적 진영을 대표하는 분들의 전쟁터인 여의도의 속성상 여와 야, 보수와 진보의 싸움은 불가피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일련의 막말들은 진영 대결을 넘어선 인격 모욕이 대부분이다. 특정인을 지칭하고 있지만 결국은 국민을 욕보이는 발언들이다.

막말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기조에는 지난 대선에 대한 불복의 심리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의 선택을 인정하지 못하고 패배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다보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막말이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장외집회에서 막말을 넘어 저주라고 밖에 볼 수 없는 탄핵이니, 하야니 하는 단어들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과연 지난 대선이 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불공정하게 치러졌던가? 정보기관의 부정 때문에 그들의 후보가 떨어졌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고 야당의 후보는 선택을 받지 못했을 뿐이다. 선거 과정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투명했고 정권 차원의 개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정보기관을 대선에 끌어 들이려 한 것은 야당이었다. 국정원의 여직원을 감금하고 전직 직원과의 매관매직 의혹까지 받고 있지 않은가.

여의도의 막말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존경하고 인정해야 한다. 나와 다르다고 저주를 보낼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열린 마음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말은 한 사람의 인격을 표현하는 거울인 만큼 본인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최근 들어 막말은 비단 정치권의 문제만은 아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고 잘못된 SNS 사용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빈번하다. 얼마 전에는 온라인상에서의 싸움이 현실에서의 살인으로 비화한 충격적인 일도 있었다.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갈 책임이 큰 정치인들부터 막말을 뿌리 뽑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비뚤어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품격 있는 정치는 제대로 된 ‘말’에서부터 출발한다.

홍문종 국회의원(새누리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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