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자가 보는 일본의 민족주의
미국 기자가 보는 일본의 민족주의
  • 미래한국
  • 승인 2013.08.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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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아소 다로 일본 재무장관이 우익 청중들에게 아돌프 히틀러의 부상과 당시 암흑시기였던 독일이 나치 지배로 ‘조용히 이행’한 것을 상기시켰을 때 일본 최고위층 지도자들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궁금해 할 수 밖에 없다. 그의 이 발언은 경제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왜 전 총리인 아소는 ‘아베노믹스’ 경제 프로그램과 상관이 없는 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불에 기름을 끼얹는 식으로 아소는 전범을 포함, 전쟁 중 사망한 일본 군인들을 기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싼 ‘시끄러운 관심’에 대해 개탄했다. 그는 일본 지도자들이 몰래 야스쿠니 신사에 갔다오면 미디어 보도나 중국과 한국의 분노를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조용히 하자’고 제안했다.

아소의 발언은 그가 합법적으로 권력을 잡은 히틀러를 칭송하는 것인지 아니면 2차 세계대전 후 미 군정 하 일본에서 선포된 일본의 ‘전쟁 금지’ 혹은 ‘평화’ 헌법을 개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경고의 이야기로 제안한 것인지 다각도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이 헌법의 9조가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 9조는 “일본인은 전쟁을 국가의 주권적 권리로 삼는 것을 영원히 포기하고 육군, 해군, 공군 및 그 이외에 어떤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1960년 이후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묶여 있는 일본은 자신들의 육군, 공군, 해군을 ‘자위대’라고 부르며 헌법 규정을 정교하게 피해왔다. 하지만 일본은 지역 섬을 둘러싼 영유권 주장에는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없도록 제한받고 있다.

해군 함정이 아닌 해안경비대가 중국어로는 댜오위다오라 부르고 일본어로는 센카쿠라고 하는 열도를 중국의 어선과 ‘연구용 선박’으로부터 지키고 있다. 해안경비대는 스피커로 먼저 경고한 후 총알이 아닌 물대포를 발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작은 돌섬인 독도를 두고 일본인들은 이를 ‘다케시마’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 섬을 계속 점유하고 있어 일본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독도는 한국의 국가적 긍지와 1905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본 식민지배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이곳에 있는 한국군 수비대는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나치 언급 아소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아소는 히틀러가 당시 유럽에서 최고로 발전된 헌법인 바이마르 헌법 하에 합법적으로 독일 지도자로 선출된 것을 언급하면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인가? 한 번역에 따르면 “우리가 좋은 헌법을 갖고 있을지라도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아소는 일본인들이 ‘조용히’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한 것처럼 헌법도 조용히 개정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그는 “아무도 모르게 바이마르 헌법은 나치식 헌법으로 합쳐졌다”고 말한 후 “그들의 전술을 배우는 것이 어떤가?”라고 물었다.

그는 “많은 소음을 내지 말자”며 “민주주의를 거부하겠다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정치와 언론의) 시끄러운 보도 가운데 (헌법 개정을) 하기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복해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소의 말을 전체적으로 보면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의 말은 2차 세계대전에서 ‘위안부 제도’는 ‘필요한 것’이었다고 말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망언을 비롯 보수 논평가들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하시모토 시장은 강제로 끌려와 일본군을 상대했던 위안부 여성들에게 “우리는 그들에게 정중하게 좋은 말로 제안했어야 했다”는 망언을 한 것을 보면 그런 막말을 할 만도 하다.

위안부 제도를 옹호하는 그의 발언은 지금 생존해 있거나 대부분 사망한 모든 위안부 여성들과 주된 위안부 공급처였던 한국을 비롯 납치됐거나 속아서 온 위안부들의 출신국들에 대한 모욕이다.

일본 극단주의자들의 문제들

소니 회장이었던 고(故) 아키오 모리타 회장과 함께 쓴 책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진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 주지사는 일본 보수주의의 실상을 외국인들에게 가장 잘 보여주는 예다.

센카쿠 열도를 개인 소유주로부터 구입하자는 그의 제안은 이 섬에 대한 방어를 분명하게 하자는 의도로 일본이 1930년대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중국 대부분을 지배했던 과거 역사를 떠오르게 했다. 이 말에 반일 감정이 시위와 폭력으로 터져나왔다. 수면 아래에서 일본 우익들은 기사와 블로그에 ‘위안부’의 존재와 일본군이 태평양전쟁 중 저지른 끔직한 만행을 부인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에서 극우주의자들은 그런 비판은 잘못된 것이고 근거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판가들은 아소가 극단주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더 극단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에게 말을 한 것이다. 아소가 민주주의를 신봉하든 하지 않든 그가 어떤 종류의 민주주의를 옹호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또 다른 번역에서 말했던 것처럼 헌법이 ‘히스테리와 광기’로 개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동북아와 아마도 그 너머의 지역에서 거대 세력 간 충돌의 기운이 심화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번역 이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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