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과 대종상
아카데미상과 대종상
  • 미래한국
  • 승인 2013.08.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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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의 스크린 뒷담화


미국에서 해마다 2월에 시상하는 아카데미 영화상과 오스카상은 같은 상이다.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수상자에게 전달하는 트로피의 애칭이 ‘오스카’이고, 그래서 오스카상이라고도 부른다.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Sciences)가 수여한다. 1929년 첫해를 시작한 이후 올해 2월 85회 시상을 했다.

아카데미상은 아카데미 회원이 뽑는데 배우조합, 감독협회, 촬영감독협회 같은 부문별 직능 단체들이 추천하는 인물이 아카데미 회원으로 등록한다. 회원의 총수는 약 6300명 (2002년 기준). 즉 미국 영화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만이 투표권을 가진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상이라고 할 정도로 영화인 중심으로 진행한다.

평론가, 신문기자, 극장업자, 영화팬들은 자격이 없다. 아카데미는 ‘전년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LA 지역의 극장에서 1주일 이상 연속 상영된 70밀리 및 35밀리의 미국 및 외국의 장 · 단편 영화’ 중에서 회원 각자가 소속하는 부문에 대해서 각각 5편(연기부문은 주연, 조연의 남녀배우 각 5인)의 후보를 기명 투표한다.

여기서 뽑은 5편(혹은 5사람) 이내를 후보작으로 결정하고 시상식 당일에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다섯 후보를 선정하는 노미네이션 발표는 시상식 6주 전에 발표한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종상 영화상은 1962년에 첫 시상식을 열었다. 한국영화 진흥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던 정부가 주도해 설립했다.

1958년부터 문교부에 의해 실시되던 ‘국산영화상’을 2회 이후부터 공보부에서 주관하면서 1961년 대종상으로 명칭을 바꿨고 1962년 제1회 시상을 가졌다. 1997년 한 해를 빼고는 계속 열려 어느덧 올해(11월 예정)로 50회를 맞는다.

아카데미상과 대종상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아카데미가 시상할 때까지 치열한 데 비해 대종상은 시상식 후에 더 시끄럽다는 점이다.

사실 아카데미는 미국영화계(헐리우드)가 세상을 타락시키는 온상처럼 비난받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로 시작했다. 좋은 영화를 영화계 스스로 골라 추천할테니 욕 좀 그만하라며 시작한 일종의 자정운동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시상식은 주목받았고 미국영화산업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창구역할을 했다. 사업으로 치면 미국영화계 스스로 대박상품을 만든 것이다.

대종상은 공정성 시비에 수시로 휘말렸다. 작품상이나 반공영화상 같은 부문에 대해 외국영화 수입권리(외화쿼터)를 부상으로 배정하면서 영화사들 간에 격전이 벌어졌다. 요즘이야 외국영화 수입이 자유롭고 흥행시장도 한국영화가 주도하는 실정이지만 시장개방(1986년) 전까지는 외국영화의 위세가 대단했다.

한국영화 제작자에게만 외국영화 수입권이 연간 1편만 배정되던 시절에 수상만 하면 또 한 편이 생기는 판이니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대종상을 노리며 경쟁하는 것은 연중행사였다. 일반 관객들은 한국영화 자체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어느 영화가 상을 받든 알 바 아니었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이권 전쟁의 대상으로 둔갑했다.

해마다 수상자는 나왔지만 관객과 따로 가는 영화상은 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감흥을 만들지 못했고 권위도 미미하다. 그 대종상이 최근 주최권을 둘러싸고 소송전에 휘말렸다. 한국영화는 크게 성장하는데도 대종상의 권위는 여전히 불안하다.

조희문 편집위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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