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미국에서의 한인의 역할
변화하는 미국에서의 한인의 역할
  • 미래한국
  • 승인 2013.08.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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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형래 엘 파소 시립대 정치학 교수


인류 역사에서 중대하고 위대한 실험이 지속적으로 진행됐지만 아마도 18세기 미국의 건설과 20세기 공산주의의 실험이 그 첫째 둘째로 뽑힘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평등사회의 이상을 가슴에 품은 채 거대한 실패로 끝난 것이 후자요, 자유사회의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하고(비록 많은 모순이 존재하지만) 세계의 리더로서 승승장구한 것이 전자이다.

이 성공이 지금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 도전은 인류 최고의 가치로 여겨온 자유와 평등을, 다양성이라는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런 도전은 인구 분포의 변화에서 시작한다.

소수가 다수 되는 현상 즉 어느 한 인종이 인구의 절반이 넘지 않는 현상은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미국은 2043년을 전후해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현재 5세 미만의 아이들의 수만 보면 이미 이런 상황이 벌어졌고 5년 후에는 18세 이하에서 백인의 수는 50% 미만이 된다. 공통의 문화와 관습을 가지고 있는 인종간의 인구분포도 변화는 필경 모든 것에서의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미국이 그간 가지고 있던 위대함과 장점 및 단점은 바로 다양성이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대변되던 기회의 땅, 풍요의 나라, 자유와 정의 평등이 보장된 나라 등의 이미지와 가치는 세계 각지의 이민자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들이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도록 자유와 정의 평등이라는 가치 하에 여러 제도들을 만들어 왔다. 비록 완벽한 것은 아니었으나 인류 역사에서 이 정도 성공한 예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아메리칸 드림이 실상 다수였던 백인들의 여유로움에서 나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구 숫자를 비롯한 모든 것에서 절대 우위에 있던 백인이기에 소수에게 (차별도 했지만) 너그럽게 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미국이 위대하다는 칭송을 받기도 했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됐다.

하지만 소수의 힘이 커져 다수를 위협할 정도가 된다면? 소수에 대한 우대나 환대, 관대함은 사라질 것이다. 1960~70년대 모든 면에서 절대 강자였던 미국이, 일본에 기꺼이 시장을 개방했지만 경제의 힘이 비슷해진 1980년대에는 환대가 사라졌던 것을 생각해 보자.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대학 입학 사정시 소수계 우대를 없애자고 하는 주장이나 이민을 선별적으로 받자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인구의 분포도 변화는 분명 미국에 큰 도전이자 또 다른 기회이다. 건국 때처럼 자유와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백인 중심이 아니라 모든 ‘미국인’에 의해서 다시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이런 시점에 재미 한인들의 역할은 더 증대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는 어쩌면 미국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재미 한인들이 더 잘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재미 한인사회는 그간의 오랜 침묵을 깨고 사회 각 분야에 활발한 참여를 통해 그 힘을 축적해 가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을 통해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의 정책에 이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의 한인 운동이, 한국으로 돌아와 한 자리 차지하려는 과정이 되거나 보상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도전은 한국에도, 재미 한인사회에도 큰 기회가 돼야 한다.

퍼듀대 박사
미시시피주립대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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