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사와 실망의 종착역은 어디?
찬사와 실망의 종착역은 어디?
  • 이원우
  • 승인 2013.08.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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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1주일 만에 관객 400만 돌파한 봉준호 감독 신작 <설국열차>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세 사람을 한국영화의 ‘3대장’으로 규정해도 과언은 아니다. 2013년은 이 세 사람이 할리우드 진출작을 공개한 해이기도 하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주연으로 기용한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 니콜 키드먼이 출연한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등은 지난 2월 개봉됐다.

가장 늦게 도착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충무로 3대장의 작품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야심찬 작품이다(제작비 4000만 달러). 주연 배우는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캡틴 아메리카’로 출연한 크리스 에반스. 그는 자신이 먼저 이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외 에드 해리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등의 배우도 영화 팬들에게는 큰 주목의 대상이었다. 한국 배우로는 송강호와 고아성이 출연했고 배급은 CJ가 맡았다. 화려한 라인업이 알려지면서부터 설국열차는 단연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일찌감치 낙점을 받은 상태였다.

개봉 10일 전부터 예매율 1위를 석권한 이 작품은 지난 7월 31일 공개되자마자 쾌속 질주를 시작했다. 오프닝 예매점유율 66.66%로 2013년 한국영화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블록버스터가 몰리는 8월 개봉작으로서도 역대 최고점유율 신기록을 세웠다(맥스무비).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등의 성적을 뛰어넘은 이 영화는 이틀 후인 개봉 7일째 전국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주일이라는 시간은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과 본 관객들이 정보를 나누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어느 작품보다 빠르게 초기 관객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한 설국열차는 공개와 동시에 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담론을 생성시켰다.

‘빙하시대가 와버린 지구의 유일한 생존 기지인 설국열차에서 일어나는 하층민의 혁명’이라는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포섭할 수 없는 다양한 은유와 상징이 영화 안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층민의 혁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주로 좌파진영의 환영을 받을 것 같지만 설국열차와 북한을 대비시키는 견해는 우파진영 내부에도 흥미로운 시사점을 남겼다.

작품에 대한 여러 버전의 해석과 논란이 있는 것은 그 작품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다만 설국열차에 대해서는 영화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관객들의 성토 또한 존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복잡한 건 모르겠고 별로 재미는 없는데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평가 또한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견해는 설국열차에 대한 기대감이 거의 범국민적이었다는 사실과 맞물리면서 빠르게 세를 얻었다. <더 테러 라이브>가 ‘설국열차의 라이벌 영화’로 급부상한 것 또한 실망감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두 영화의 관객 숫자 차이는 대략 100만 명이다.

한편 설국열차의 미국 개봉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북미지역 배급 담당은 ‘할리우드의 악명 높은 편집자’로 유명한 하비 웨인스타인이 맡았다. 한국인들의 찬사와 실망을 가로질러 미국으로 달려가는 설국열차의 종착역에 많은 승객들의 시선이 꽂히고 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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