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의 철학
자리의 철학
  • 미래한국
  • 승인 2013.09.0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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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보는 눈] 이종윤 상임고문‧한국기독교학술원장


그리심山에서 요담은 세겜 사람들에게 우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산의 나무들이 감람나무에게 찾아가 자기들의 왕이 돼 달라고 간청했다.

감람나무가 이르되 ‘나의 기름은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나니 내가 어찌 그것을 버리고 가서 나무들 위에 요동하리요’ 하면서 정중히 거절했다.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도 같은 청을 받았으나 자기 본분을 버리고 경거망동할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받은 자기 자리를 지켜야 모든 피조물은 본분이 있다. 머리카락은 머리 위에 붙어 있을 때 제 값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맹장 속에 자리를 잡으면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된다. 제자리를 이탈하고 남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있다.

행정 입법 사법부가 각기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행정부가 군림한다든가 입법부가 노동쟁의하듯 거리에서 법질서를 무너뜨리면서 사회를 혼란케 한다든가 사법부의 잣대가 굽어졌거나 꺾여졌다면 국가 사회는 위태롭고 국민은 그로 인해 괴롭고 아파할 것이다.

자기반성 결핍증에 걸린 지도자들 21세기의 일본이 제국주의, 국수주의로 환원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본 우리는 과거 반성 없는 일본을 개탄했다. 무릇 자기반성이란 성숙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것이다.

어린아이나 젊은이보다 나이가 들고 세상 경험도 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을 살필 줄도 알고 반성할 줄도 안다. 그런데 사람이 나이도 제법 들었고 세상 풍상을 다 겪었다는 지도자들이 자기를 제대로 살필 줄 모르면 그것은 자기반성 결핍증에 걸린 영적 지진아가 됐기 때문이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와 국민의 분노 소위 국정원 댓글 의혹사건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 공방은 증인으로 나선 이들조차 편가르기 증언을 하면서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 및 경찰의 은폐축소 수사에 대한 청문회 장면이 TV를 통해 국민 앞에 공개돼 국민의 분노가 더 커지고 있다.

결국 달을 가리킨 손가락만 보고 정작 달은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심문하는 이들 중에는 국정원 댓글을 빙자해서 국정원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국정원 무력화 내지 무용론으로 몰고 가려는 느낌까지 받게 했다면 시청자의 몰이해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갈등 대결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그러나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상대방을 고치려 하니 외적 압력을 가하게 되고,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고치라고 압력이 들어오니 갈등과 투쟁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른들이 말 몇 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어린아이들이나 미숙한 청소년들에게는 주먹다짐이 필요하듯 준비되지 않은 이들의 말싸움을 관전하면서 자괴감까지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에 데모·농성·폭력·구인장 등 물리적 힘이 아직도 많은 것은 지도자들과 사회 전체가 제자리를 이탈하고 자기반성 결핍증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모두 자기만 정당하다는 거룩한 확신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고 제 잘났다고 우쭐거리면 책임 있는 국가지도자가 되기에는 자격 미달이다.

국정원 역할은 폐기되면 안 된다 하나님께서도 약속의 땅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실 때 모세는 역사를 보는 눈과 사람과 하나님을 보는 이 ‘세 개의 눈’을 가진 정탐꾼 여호수아와 갈렙의 보고를 다수의 보고를 버리고 채택함으로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시켰다. 하나님은 항상 100%로 일하신다. 동시에 인간에게도 100%를 요구하신다.

전에는 중앙정보부 또는 안기부로 칭했던 국정원은 국가 보위와 국민 안녕을 위해 그 역할이 폐기돼서는 안 된다. 다만 국정원에서 일하는 이들의 기능 기술 능력을 평가하기보다 바른 인격을 갖춘 이들이 제자리에서 자기를 살피면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종윤 상임고문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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