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더 강해진 美 정보기관들
9·11 이후 더 강해진 美 정보기관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09.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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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미국 정보기관 로고가 국가정보국(DNI) 로고를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배열돼 있다. DNI를 중심으로 16개 정보기관이 연결돼 있다는 의미.

9·11 테러 후 미국에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정보기관들 간 공조 강화와 이들에 대한 막대한 투자다.

미 본토에서 3000여명의 미국인들이 목숨을 잃은 9·11 테러가 정보기관들이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자행됐다는 뼈아픈 교훈을 배웠기 때문이다.

미 연방정부에는 현재 공식적으로 16개의 정보기관이 있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중앙정보국(CIA), 국방부 산하의 국방정보국(DIA)·국가안보국(NSA)·국가지리정보국(NGA)·국가정찰부(NRO)·공군정보감시정찰국(AFISRA)·육군정보안보처(INSCOM)·해병정보처(MCIA)·해군정보처(ONI), 법무부 산하의 연방수사국(FBI)·마약단속부/국가안보정보처(DEA/ONSI), 국토안보부 산하의 정보분석처(I&A)·해안경비대정보부(CGI), 에너지부 산하의 정보·카운터정보처(OICI), 국무부 산하의 정보·연구실(INR), 재무부 산하의 테러와금융정보처(TFI).

대부분 9·11 테러 전부터 있었던 이 정보기관들이 각각 파편적으로 갖고 있던 정보들을 연결시키지 못한 것이 9·11 테러를 막지 못한 주된 이유라고 ‘9·11보고서’는 분석했다.

테러 이전의 美 정보수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당시 CIA는 19명의 비행기 납치범들 중 3명에 대한 정보를 9·11 테러가 터지기 20개월 전부터 갖고 있었고 NSA는 비행기 납치범 중 한명이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다.

CIA는 비행기 납치범 중 한명이 미국에 들어왔지만 FBI에 말하지 않았고 FBI는 의심스런 중동사람들이 비행기 조종기술을 배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와 같은 정보기관들 간 정보 공유 문제를 고치기 위해 연방의회는 2004년 정보개혁테러방지법을 제정, 미국의 16개 정보기관들을 통솔하는 국가정보국(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을 신설했다.

국가정보국(DNI)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미국 국가정보 프로그램을 지휘·감독하며 대통령에게 직접 국가안보 정보를 보고하고 모든 미국 정보기관들의 수장 역할을 한다. 미 정보기관의 대명사인 CIA 국장도 CIA 활동을 DNI에 보고해야 한다.

또 국가반테러센터(NCTCC)를 설립, CIA·FBI·국방부 정보기관 전문가들이 합동으로 모여 국가안보정보를 공유, 분석하도록 했고 합동정보커뮤니티위원회(JICC)를 신설해 국가정보국 국장을 위원장으로 국무·재무·국방·법무·에너지·국토안보부 장관이 참석해 국가정보에 대한 논의를 하도록 했다.

16개 정보기관들에 대한 예산은 9·11 테러 후 매년 증가했다. 국가정보국에 따르면 국가안보활동에 대한 예산은 2006년 409억 달러, 2007년 435억 달러, 미국이 경제 침체로 매우 힘들었던 2008년과 2009년에도 각각 475억 달러, 498억 달러로 계속 늘렸고 2010년에는 531억 달러로 증가했다.

9·11 테러 전에 비해 2배 이상 정보활동에 대한 예산이 늘어난 것이다. 이 예산의 70%는 정보 수집과 분석에 들어가는데 정보기관들은 하부 정부기관이나 민간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활동을 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미국에는 1271개의 정부기관과 1931개의 민간기업들이 반테러, 국토안보, 정보활동을 하고 있으며 85만4000명이 1급 비밀 인가증을 소지하고 있다.

정보기관들이 정보활동을 할 수 있는 권한도 확대됐다. 최근 NSA에서 계약근무를 하던 에드워드 스노든을 통해 폭로된 연방정부의 전화통화 및 인터넷 감시 활동이 대표적이다.

NSA는 미국인들의 이메일, 전화통화의 75%까지 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미국 정부나 미국 시민들은 테러 위협으로 미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생활 침해는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퓨 리서치의 지난 6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과반수(56%)는 NSA가 법원의 비밀 명령을 통해 미국인 수백만 명의 전화통화를 감시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NSA의 이 방법은 테러 음모를 찾아내는 데 유용하므로 수용가능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USA 투데이가 같은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 58%는 정부가 반테러 활동의 일환으로 민간인들의 전화와 인터넷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고 답했다.

국토안보부 출범

국토 안보와 관련된 22개 행정부처를 하나로 묶어 탄생한 국토안보부도 미 정부가 제2의 9.11 테러를 막기 위해 얼마나 힘을 모으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예다.

국토안보부는 국가정보국(DNI) 보다 먼저 설립됐다. 9·11 테러 직후인 2002년 미 본토에 대한 테러공격과 인재·자연재해로부터 보호하고 대응하기 위해 22개의 정부 부처를 통합해 국방부, 국가보훈처에 이어 연방정부에서 3번째로 큰 부서로 출범했다.

원래 재무부 소속이었던 세관부와 경호부, 법무부 소속이었던 이민·귀화부와 연방재난관리처(FEMA), 교통부 소속이었던 운송안전처(TSA)와 해안경비대 등을 한데로 묶어 미 국토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도록 한 것이다. 국토안보부 소속 20만여명의 직원들은 986억 달러의 예산(2011년 회계년도)을 들여 공항, 항만, 해안 등에서 미 국토의 안보를 지키고 있다.

국가정보국(DNI)이 다른 정보기관에 대한 인사권이 없어 권위와 파워가 실제는 약하고 국토안보부는 과대한 관료주의로 수십억 달러를 비효율적으로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지금까지 제2의 9.11 테러가 미국 본토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이들의 통합된 노력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평가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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