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과 페미니즘의 결합
멘토링과 페미니즘의 결합
  • 이원우
  • 승인 2013.09.2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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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 <린 인> (셰릴 샌드버그 著)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의 책 ‘린 인(Lean In)’입니다. “기회에 달려들어라”라고 하는 뜻으로 쓰인 제목 그대로 여성들에게 보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태도를 주문하는 책이네요. 지난 6월 발간돼 미국, 일본은 물론 페이스북 접속이 차단돼 있는 중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책입니다.

페이스북 이전에도 구글, 미국 재무부 등에서 경력을 쌓은 셰릴 샌드버그는 책 안에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통찰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혼 경력이나 육아에서의 실수 등 하기 어려운 얘기들까지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네요.

이와 같은 논조는 한국에서도 올해 초 큰 인기를 얻었던 김미경의 ‘언니의 독설’, ‘드림 온’ 등의 책을 연상케 합니다. 그녀를 ‘미국의 김미경’으로 임명해도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요.

여성은 리더가 되려는 야망에서부터 남자와 차이가 나니 큰 꿈을 품으라는 조언, 미리부터 너무 많은 걱정을 하지 말고 적절한 타이밍에 고민을 시작하라는 등의 조언은 ‘걱정의 동물’인 여성들에게 유의미한 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아가 9번째 챕터에서 셰릴 샌드버그는 “슈퍼우먼의 신화에서 벗어나라”고 선언합니다.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인정하라는 거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을 삶의 정의로 삼는다면 이 조언은 여성에게만이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력에 대해 생각할 때 1차원적인 ‘사다리’의 형태를 생각하지 말고 다차원적인 ‘정글짐’의 형태를 떠올리라는 조언도 발상의 전환이네요.

‘린 인’의 메시지가 주목을 받는 궁극적인 이유는 그것이 다름 아닌 셰릴 샌드버그에게서 나온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자전적 경험들을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인지 독자들은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녀의 모든 경험담은 ‘셰릴 샌드버그니까’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불평등한 세상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 세상 속에서 성공한 인물이라는 아이러니는 기존의 멘토링 서적들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것이죠.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특징적인 부분은 한국의 통계자료가 많이 언급된다는 점입니다. 여성 대통령을 선출한 나라이다 보니 양성 평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끄는 모양이네요.

여성 대통령을 선출한 한국에서조차 여성의 입지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취지로 많은 데이터가 인용됩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시선을 받다 보면 한국 내부의 논의에도 상당한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정작 한국 내부의 여성운동가들이 희망적인 시선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셰릴 샌드버그의 ‘린 인’이었습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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