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는 지자체… 표퓰리즘예산 낭비 펑펑
돈 없다는 지자체… 표퓰리즘예산 낭비 펑펑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10.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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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재정 준칙 마련 시급, 미국식 지자체 파산제 도입 검토해야


정부의 지난 포퓰리즘 공약으로 전국 지자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 지방 재정 지원축소로 지자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배덕광 해운대구청장)는 정부가 발표한 무상보육과 취득세 영구인하에 따른 ‘지방재정 대책’과 관련해 ‘공동성명서’를 26일 발표했다.

“현 정부 지방재정 정책 수용 못한다”

정부의 지방재정 대책은 취득세 영구인하에 따른 2조4000억원의 세수보전을 위해 지방소비세를 현행 5%에서 6%p 인상해 11%까지 확대하고, 무상보육 확대로 인한 지방재정부담 완화를 위해 영유아보육 국고보조율을 10%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전국 시장·군수·구청장은 정부의 지방재정 보전대책은 날로 증가하는 복지비 지출과 취득세 인하 등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으로 국가적 시책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세수보전을 위한 정부의 조속한 지방재정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각 지자체들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10개월째 계류 중에 있는 영유아보육 국고보조율을 20% 인상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소비세는 정부안 보다 5%p 추가 인상해 16%까지 확대해 줄 것과 앞으로 지방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적 시책사업 추진시에는 사전에 ‘지방재정 사전영향평가’를 제도화 할 것을 요청했다.

배덕광 협의회 회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최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분야 지출이 급증해 지방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나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감소 등 지방세입 환경은 날로 악화돼 지방재정 여건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사태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물론 지방재정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 자신은 지방재정 건전성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다는 걸까. 한 사례를 보자.

감사원은 23일 충청지역에서 지난 3년 동안 4조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도로망 확충 등 건설사업 추진 실태를 감사한 결과 수천억원에 달하는 국고 낭비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앙부처에서 사업을 허가하지 않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도 지방자치단체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던 결과다.

청주시는 총사업비 4795억원을 들여 연장 12.6km 도로의 확장 또는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남상우 전 시장이 “공약사업이었던 도로 개선사업을 빨리 추진하라”고 지시하자 재원확보 계획도 검토하지 않고 공사를 발주했다.

사업비 미확보로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지자 설계된 공사를 취소해 버렸다. 감사 결과 이 도로는 827억원으로 일부 구간만 확장·신설하면 미래의 교통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데 전 구간에 걸쳐 개선공사를 추진하는 바람에 3968억원을 낭비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진시도 시장의 공약사항이라며 사업 타당성 분석도 거치지 않고 시립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해 건설비 148억원과 연간 운영비 5억여원을 낭비할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당진시장에게 합덕수리민속박물관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시립박물관 건립은 재검토하라고 통보했다.

사업비 2000억원이 필요한 충청북도 휴양레저타운은 1900억원의 민자유치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았고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환경부의 부정적 의견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충북도는 휴양레저타운이 2019년 완공되는 것을 전제로 진입도로 공사에 국고보조금 29억원을 내줬다. 감사원은 휴양레저타운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전혀 사업성이 없는 진입도로 공사에 예상사업비 431억원이 낭비될 것을 우려했다.

감사원은 또 대전광역시와 청주시가 도로 확장공사 과정에서 부당한 설계 변경으로 시공업체에 금전적 혜택을 준 사실을 적발하고 해당 공무원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묻지마 행사 유치는 어떤가?

국고 낭비 및 지방재정 손실의 대표적 사례로 2010년부터 개최된 전남도의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꼽힌다. 지난 3년간 누적 적자액이 1700억원을 넘는 데다 올해 200억원대, 2016년까지 모두 4855억원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1112억원의 운영수익을 낼 것이라는 전남도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인천시가 2009년 주관한 세계도시엑스포사업과 세계도시축전도 예외는 아니다. 121억원의 예산을 날리고 152억원의 적자를 봤다.

재정이 부족하다면서도 일회성 행사에 돈을 펑펑 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방선거를 의식한 ‘표퓰리즘’의 결과다.

24일 경주시 등에 따르면 시가 최근 시의회에 제출한 ‘2013년 주요행사 계획’에서 올해 중앙시장 떡과 토종한우축제, 성동시장 시민노래자랑, 중심상가 시민축제, 보문상설국악공연, 봉황대뮤직스퀘어, 아트경주2013, 세계피리축제, 한류드림페스티벌, 신라소리축제, 전국연날리기대회, 신라문화제 등 각종 행사나 축제에 50여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경주시의 올해 계획된 축제 및 행사가 30개에 달하며 이들 축제 대부분이 이름만 다를 뿐 행사 내용과 구성이 거의 비슷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들의 예산 낭비는 고질적인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미국과 같이 지방자치 파산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은 진지하게 경청해 볼 필요가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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