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민주주의의 조건
좋은 민주주의의 조건
  • 미래한국
  • 승인 2013.10.1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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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존 스튜어트 밀 <대의정부론>
 

현대사회에서 정부는 국민의 의사와 욕구를 얼마나 잘 대변하고 있을까? 현재의 정치체제는 대의(代議)기구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정부는 어떻게 하면 국민의 일상과 삶을 보다 안락하고 풍요롭게 해 줄 수 있을까?

19세기 정치가이자 철학자, 경제학자이던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은 보다 근본적인 정부의 바람직한 정치체제와 합리적 운영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대의정부론>(1861)은 ‘자유주의의 정신이며 양심’으로 불리는 존 스튜어트 밀의 정치철학이 집대성된 책이다. 그의 앞선 대표작 <자유론>(1859)의 핵심 철학이 숙성돼 배어 있고 이후의 저작인 <공리주의>(1863)와 <여성의 종속>(1869)에서 역설하는 철학들이 대의정부론의 여러 곳곳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밀은 국민들의 인간성(humanity)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즉 구성원들의 바람직한 도덕적·지적 자질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정부가 ‘좋은 정부(Good Government)’이자 ‘탁월한 정부’라고 보았다. 사회의 문명수준을 높이고, 인간의 자유정신에 의한 자치를 보장하고 촉진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좋은 정부’ 형태는 바로 대의정부(Representative Govern ment)다.

밀은 대의정부의 성공 조건으로 국민의 준법의식과 의무의 이행, 적극적 참여를 꼽는다. 국민들이 대의체제 안에서 자신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누군가 ‘대신 해줄 의지나 능력을 찾을 경우’ 전제적 권력을 불러오거나 행정부가 과도하게 권력을 행사하는 과잉통제(over-government)의 폐단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은 의회가 정부를 통제하고 민의를 대변해야 하지만, 대의기구가 전반적으로 무지와 무능력에 빠지거나, 공동체 전체의 복리와 일치하지 않는 이해관계에 포획될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고 말한다.

밀은 대의기구가 입법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전문성은 물론, 공동체의 일반 이익과 충돌하는 특정 이해에 얽매인 ‘사악한 이해(sinister interest)'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의회권력이 ‘특정 집단 또는 계급의 이해관계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이기적 동기에서 사악한 이익에 몰두하는 정치인들이 빚어내는 계급입법(class legislation)이 최선의 대의정부를 위협하는 중대한 해악임을 질타한다.

최선의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밀이 전문가의 광범위한 참여에 의한 숙련 민주주의(skilled democracy)를 꿈꾼 이유다.

밀은 대의민주주의의 구현을 위해 여성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보통선거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주장이다. 또한 무지한 다수에게 권력이 주어질 때 초래할 폐해를 막기 위해 국민이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자질을 갖추도록 보통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의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지한’ 다수 유권자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오늘날 SNS의 혁명을 통해 대중들의 정치참여의 기회가 확대돼 국가의 다양한 정책과 정치적 이슈에 대해 광범위한 토론과 숙의가 가능해졌다는 점은 대의 구현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다. 반면 정치인들이 대중의 눈치를 보면서 영합하려는 경향도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동시에 몰아오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정파와 지역의 이해에 얽매이는 정치인의 포퓰리즘은 갈수록 심화돼 대의민주주의는 총체적 위기로 몰린다. 밀이 제시한 좋은 정부를 위한 조건을 성찰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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