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조숙한 동화’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조숙한 동화’
  • 이원우
  • 승인 2013.10.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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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를 읽는 남자] ‘폭풍우 치는 밤에’ 등 6권 (기무라 유이치 著)
 

지난 3일 인기리에 종영된 MBC 드라마 ‘주군의 태양’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일본 동화작가 기무라 유이치(木村裕一)가 그림 작가 아베 히로시(あべ弘士)와 함께 제작한 동화 ‘폭풍우 치는 밤에’입니다. 이 작품으로 두 원작자는 일본에서 산케이 아동 출판 문화상, 고단샤 출판 문화상 그림책상 등을 수상하며 주요 작가로 떠올랐습니다.

동화가 베스트셀러 차트에 올라온 것은 지난 겨울 강풀 작가의 ‘안녕 친구야’ 이후 처음인데요.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용으로 2005년 국내에 번역된 책입니다만 ‘주군의 태양’에서 이 책을 직접적으로 소개하면서 다시 한 번 큰 화제가 됐습니다. 드라마와 동화의 몇 가지 설정이 겹치면서 드라마의 결말이 동화의 전개를 따라가지 않을까 관심을 모았기 때문인 것 같네요.

‘폭풍우 치는 밤에’는 ‘가부와 메이 이야기’의 첫 편입니다. 국내에 총 여섯 편으로 출간된 이 시리즈는 먹이사슬을 뛰어넘은 늑대(가부)와 염소(메이)의 우정 이야기를 다룹니다. 제목 그대로 폭풍우 치는 밤에 어두운 오두막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두 동물이 처음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대화를 나누다가 호감을 느끼게 된 두 동물은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암호를 설정하고 날이 맑게 갠 뒤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미묘한 대화 속에서 혹시 메이가 자신의 정체를 들키게 되지 않을까 긴장감을 형성시키는 구성이 흥미롭네요. 어두운 느낌을 잘 살려내기 위해 일러스트도 강렬한 채색으로 잘 표현돼 있습니다.

2권 ‘나들이’에서부터는 두 동물의 우정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뒤에도 둘은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데요. 이때 남성적인 면모가 강조되는 늑대 가부와 여성적인 면이 강조되는 염소 메이는 마치 연인 같은 느낌을 자아내면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합니다.

3권 ‘살랑살랑 고개의 약속’, 4권 ‘염소 사냥’, 5권 ‘다북쑥 언덕의 위험’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둘의 관계에 반대하는 늑대와 염소들에 의해 가부와 메이의 관계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버금가는 긴장 상태에 돌입합니다.

마지막 6권 ‘안녕 가부’에 이르면 염소를 잡기 위해 나선 늑대 떼로부터 메이를 지키기 위한 가부의 희생이 그려집니다. ‘안녕 가부’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슬픈 여운이 묻어나는 어두운 결말로 시리즈가 마무리 되는데요.

일본에서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독자들의 요청이 쇄도하면서 결국 새로운 결말을 7권 ‘보름달이 뜬 밤에’가 발간됐습니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도 해피엔딩이고요. 이번에 큰 호응을 얻은 만큼 국내에도 조만간 7권이 번역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동화치고는 꽤 어두운 이 조숙한 이야기에서 먹이사슬을 뛰어넘는 우정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겉모습에 구애받지 않고 시작된 언어(言語)의 인연이야말로 두 동물의 ‘인간적인’ 관계를 성립시켜 준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나치게 조숙한 아이들의 거친 말들이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시대,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줄 수 있는 비결이 ‘말’에 있다는 사실을 이 동화는 얘기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폭풍우 치는 밤에’를 비롯한 ‘가부와 메이 이야기’였습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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