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뜨거운 감자 문·이과 통합
교육계 뜨거운 감자 문·이과 통합
  • 이원우
  • 승인 2013.10.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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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융합해 경쟁력 높여야” vs “시기상조”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인 1998년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부는 지난 8월 27일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시안)’에서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사를 사회탐구 영역에서 분리해 별도의 영역 시험으로 필수화한다는 내용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수능시험 이후의 고교 교육과정 운영상 어려움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수능시험을 11월 마지막 주 또는 12월 첫째 주에 시행하는 방안 또한 검토된다.

한편 이번 2017학년도 수능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문·이과 통합’이라는 쟁점이었다. 실질적으로 문·이과가 계열별로 구분돼 있는 현행 틀을 깨고 구분 없이 모든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내용을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교육부는 현재 단계에서 통합안을 확정짓지는 않았다. 2017학년도 수능체제 개선방안(안)에는 총 3가지 경우의 수가 제시돼 있다. ①문·이과 구분안(현행 골격 유지안) ②문·이과 일부 융합안 ③문·이과 완전 융합안 등이다.

통합 찬성 측 “현 제도 학생적성 무시…국가 경쟁력 저하”

수능체제가 문·이과를 완전 융합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경우 가장 큰 변화를 맞는 과목은 수학, 사회탐구, 과학탐구 등이다. 수학의 경우 현행 체제는 학생들에게 A/B형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A형은 수학Ⅰ, 미적분과 통계 기본 등을 다루는 소위 문과계열이다. B형은 수학Ⅰ,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 등을 다루는 이과계열이다.

문·이과 완전 융합 시 이 구분은 사라지고 모든 학생들은 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 등을 공통으로 공부하게 된다(일부 융합안 채택 시 수학Ⅱ, 미적분Ⅰ을 포함하는 공통수학에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中 1과목 선택 응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경우 각 영역에서 사탐 10과목, 과탐 8과목 중 2과목을 고르는 것이 현행 체제다. 이로 인해 문과 계열 학생들은 과학탐구 과목을 전혀 공부하지 않고, 이과계열 학생의 경우 사회탐구 과목을 전혀 공부하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문·이과 통합안이 통과될 경우 학생들은 ‘공통사회’ 과목과 ‘융합과학’ 과목에 모두 응시해야 하므로 계열 구분은 사라진다(한국사는 별도 영역으로 필수 응시).

교육부가 내놓은 통합안에 대해 교육계 안팎은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며 수긍하는 분위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전국 고교교사 72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문·이과 완전 융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6.4%로 가장 높았다(일부 융합안 찬성 35.7%, 융합안 반대 26.1%).

다만 적용 시기가 2017학년도라는 점이 현 중3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분은 있다. 현행 체제하에서라면 이과계열로 진학했을 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을 덜 공부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만큼 문·이과 융합 수능과 고교 교육과정에서의 문·이과 구분 폐지는 2017년이 아닌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문·이과 융합에 찬성하는 측은 이와 같은 문제 제기에 공감하면서도 득보다 실이 많은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언제가 됐든 필연적으로 감수해야 할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9월 30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 “고등학교 문·이과 구분에 대한 논란은 이미 20년 전에 확실하게 정리된 것”임을 강조했다. 학제적으로 문·이과 구분을 없애기로 했던 1992년의 제6차 교육과정 개편 시에 이미 결론이 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문과’와 ‘이과’라는 표현은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 잠정적으로 수능시험에서만 문제 유형을 구분하고 있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은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 ‘잠정적 준비 기간’을 마무리한다는 의미가 있을 뿐 기타 논의는 소모적이라는 지적이다.

“문·이과 구분은 극복해야 할 일제의 잔재”

문·이과 구분이 일제시대의 잔재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 메이지 시대에 전문직업인 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학제가 식민지 시대에 이식돼 현재까지 이어져왔다는 주장이다. 동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외에 중국과 대만이 문과와 이과를 구분해 교육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향은 문·이과 통합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최근 한국에 교육 선진국으로 자주 언급되는 핀란드의 경우 기초교육 9년 과정을 끝내고 나면 문·이과를 분리하지 않고 학생들을 교육한다. 독일 역시 문·이과 구분이 없는 융합 형태의 수능시험 ‘아비투어’를 통해 학생들을 선발한다.

문·이과가 구분된 교육을 실시하는 유럽 국가로는 네덜란드가 있다.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학생의 적성을 파악하는 설문조사를 거쳐 문·이과 중에서 진로를 선택한다. 이를 기준으로 고등학교 3년 동안 대학에서 공부할 분야에 대한 기초를 쌓게 된다.

한편 서울대는 지난 8월 30일 학부생들의 교양과목 선택을 인문·사회과목 중심에서 이공계 융합과목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2014학년 학부 교양 교육과정 개편안’을 최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의 교양과정 개편은 12년 만인데다 교육부의 대입제도 발전 방안 발표 직후에 나온 조치여서 문·이과 통합을 준비하기 위한 절차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이과 완전 융합-부분 융합-현행 유지 중 교육부가 어떤 대안을 선택할지 교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부는 2017학년도 이후의 대입제도(안)을 10월내에 확정할 예정이다.

(※ 본 기사가 미래한국 제457호에 게재된 이후인 2013년 10월 24일 교육부는 2017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을 발표해 수능 문·이과 통합을 유보한다는 방침을 정했음을 알립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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