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희망’의 영화제
‘엄숙한 희망’의 영화제
  • 이원우
  • 승인 2013.11.0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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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북한인권 국제영화제 개최
개막작 '우리가족'의 한 장면

레드 카펫과 카메라 플래시. 여배우들은 드레스로 경쟁을 하고 언론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다. 우리가 흔히 ‘영화제’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장면들이다.

모든 영화제가 다 그런 건 아니다. 여기, 영화제(映畵祭)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지만 축제의 기분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는 영화제가 있다. 인권(人權), 그것도 북한인권을 중심 화제로 놓고 진행된 북한인권 국제영화제(NHIFF, North Korea Human Rights Film Festival)다.

북한인권 국제영화제의 특징은 기존에 완성된 영화들만 모아 상영하는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제를 계기로 만들어진 작품들도 함께 상영된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는 올해 초 ‘북한인권영상 제작지원 공모전’을 열어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는 영화 제작자들의 작품 4편의 작업을 지원한 바 있다(총 제작지원금 3000만원). 이번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다큐멘터리 ‘우리가족’(감독 김도현)이 바로 올해 제작지원작 네 편 중 하나였다.

지난 24일 오후 6시 30분 서대문역 인근 NH아트홀에서 열린 영화제 개막식은 남북청년합창단과 타악연주팀 비트서클의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로 채워졌다. ‘우리가족’ ‘국경의 강’ ‘엔트리’ ‘낯선 정착’ 등 제작지원작 네 편을 만든 제작진들이 ‘영화 이야기’라는 코너로 함께 모여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개막식 이후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이화여대 후문에 위치한 극장 필름포럼에서 총 12편의 작품이 상영됐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장르 외에도 ‘엔트리’ ‘해금니’ ‘퍼플맨’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함께 초청돼 저변을 확대한 것 역시 이번 행사의 특징이었다. 이번 영화제는 국내 뿐 아니라 캐나다 벤쿠버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등에서도 개최됐다.

주최 측의 남궁민 사무차장은 “독립영화제는 보통 한 두 해 개최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북한인권 국제영화제가 3회째 지속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인권 문제를 반드시 우울하고 슬프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공동조직위원장인 유세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장은 “김정은을 위시한 북한의 지배세력은 우리의 위협이고 적이지만 주민들은 우리가 구출해야 할 동포”라면서 “이 영화제를 통해 ‘닥터 지바고’같이 파급력 있는 작품을 나눌 수 있다면 자유통일을 앞당기는 기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어렵고 힘들지만 낯선 한국 사회에 와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려는 한 인간의 권리와 고군분투의 이야기들. 이것은 결국 우리 옆의 누군가의 이야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북한인권 문제가 일군의 사람들에게는 철저히 ‘남의 일’로 치부되고 있을지라도 그렇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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