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의 우주, 그 광활한 공포감
무중력의 우주, 그 광활한 공포감
  • 이원우
  • 승인 2013.11.0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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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래비티’ 압도적 화면으로 관객몰이
영화 '그래비티'

인터넷에서 ‘만물의 크기’를 검색하면 동영상 하나가 검색된다. 사람의 크기를 1.5미터로 가정한 뒤 모든 것들의 크기(직경)를 비교하는 동영상이다.

코끼리는 5미터, 긴 수염고래는 30미터. 에펠탑은 320미터, 앙헬 폭포는 980미터. 이내 영상은 우주로 진출한다. 달은 3600킬로미터, 수성은 4900킬로미터. 지구는 1만2700킬로미터의 직경을 가지고 있다. 140만 킬로미터 지름의 태양 앞에서 지구는 작은 꼬마별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태양에 압도당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북극성의 직경은 4000만 킬로미터. 베텔게우스는 13억 킬로미터. 그리고 90억 킬로미터 길이의 태양계. 10만 광년의 우리 은하. 15만 광년의 안드로메다은하. 인간의 힘으론 크기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우주(Universe).

영상을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은 처음엔 호기심이지만 마지막은 공포다. 작다는 말로 표현될 수조차 없을 만큼 작은 지구와, 그 지구조차 다 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간의 볼품없는 처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Gravity)는 바로 이 호기심과 공포감 사이를 외줄타기하며 관객을 우주공간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 영화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와 임무지휘관 코왈스키(조지 클루니)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지구로부터 60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우주에서 작업을 수행하던 그들은 폭파된 러시아 위성의 잔해에 의해 공격당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생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능성은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으로 유영해 가는 것뿐이다.

공기가 없는 우주공간에서 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작용과 반작용밖에 없다. 지구에서는 가까운 거리였더라도 우주에선 지지대를 찾지 못하면 억겁의 거리가 돼버리고 만다. 관객들은 무중력 상태의 공포를 ‘주인공 1인칭 시점’에서 체험하게 된다. 주인공들이 처참한 상태에 놓여있는데도 무표정인 우주는 끊임없이 절경을 보여주며 역설적으로 비감을 더한다.

시종 여유 있는 코왈스키와 달리 초보 우주인인 스톤 박사는 여러 번 호흡 곤란의 상황에 처한다. 숨통이 조여 오는 느낌은 이 영화에서 중요하다. 관객들 또한 그녀와 함께 숨을 빼앗겼다 되찾기를 반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네 살짜리 어린 딸을 잃은 적 있는 그녀는 때로는 태아처럼 웅크린 모습으로, 때로는 강인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지구 귀환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동반자 코왈스키는 때로는 실질적으로, 때로는 종교적으로 그녀를 돕는다.

미국 관객의 80%가 이 영화를 3D로 관람했다. IMAX 3D나 4DX 등으로 관람하면 새 시대의 극장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러시아는 폭파됐고 미국은 심대한 손상을 입었으며 의지할 것은 중국뿐이라는 설정 또한 묘하게 상징적이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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