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영화에 등장한 ‘요덕수용소’
드디어 한국영화에 등장한 ‘요덕수용소’
  • 이원우
  • 승인 2013.11.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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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창생>
 

별로 놀라울 것은 없는 영화다.

요즘의 한국 액션영화들은 모두들 2010년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를 변주한다. 과거에 받은 상처가 많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는 주인공. 과묵하지만 식구들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극진한 그들은 가족을 위해 사지로 뛰어드는 데 아무런 고민도 없다.

지난 6월 개봉해서 관객 690만 명을 동원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일련의 설정에 남파공작원이라는 요소를 덧붙였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북한 문제를 전면으로 다룬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감성적인 주제의식을 폭발시키는 데 주력했다.

거기에 비하면 지난 6일 개봉한 ‘동창생’은 북한 문제에 한 걸음 더 들어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일단 첫 장면에 ‘요덕수용소’가 등장한다는 것부터가 격세지감이다. 빅뱅의 멤버 최승현이 연기하는 주인공 리명훈은 붉은청년근위대 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했지만 지금은 여동생(김유정)과 함께 수용소에 갇힌 상태다.

동생과 함께 수용소에서 나가기 위한 조건으로 군부는 리명훈에게 탈북자로 위장한 남파공작원이 될 것을 요구한다. 이름을 ‘강대호’로 바꾼 뒤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리명훈은 여동생과 이름이 같은 동창생(한예리)을 만나 교감을 나누며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동시에 영화는 남파된 공작원들이 약국과 포장마차 등으로 위장해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간 중간 삽입된 액션 장면은 보는 재미를 준다.

리명훈은 점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남조선에 대한 공작이 아니라 군부 사이의 세력 다툼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공작원들은 그저 하나의 소모품처럼 쉽게 버림받는다. 영화는 남한이나 북한을 긍정하거나 부정하지 않으며 다만 시스템 속에서 소외된 개인의 비극을 탐색하는 데 주력한다. 이것도 익숙한 설정이다.

재미 있는 것은 영화가 국정원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현실에서 국정원은 대선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댓글이나 다는 조직으로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지만, 대다수의 영화 속에서 국정원은 여전히 블랙 앤 화이트의 멋진 슈트를 입고서 망설임 없이 공작원의 심장에 총을 빵빵 쏴 대는 007 쯤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정일에 대해 얘기할 때는 ‘국방위원장’이라는 호칭을 꼬박꼬박 붙여줄 뿐더러 심지어는 북한 군부와 ‘딜’을 하기도 하니 현실과 영화의 괴리를 국정원만큼 절감하는 조직도 없을 것 같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 영화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던진다. 공작원 하나가 리명훈에게 던진 한 마디는 남한에서 생활하고 있는 2만5천여 명의 탈북자들이 과연 잘 지내고 있는지를 되묻게 만들며 깊은 잔상을 남긴다.

“네가 여기서 살 수 있을 것 같아?”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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