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문제와 지도자들의 역할
자살 문제와 지도자들의 역할
  • 미래한국
  • 승인 2013.11.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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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보는 눈


오늘 한국사회에서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루 평균 43.6명, 매 33분에 한명이 목숨을 스스로 끊고 있으며 2003년 이후 자살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추월했다. 사회의 유명 인사들이나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것을 보면서 힘들면 나도 자살하겠다는 풍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경제성장과 반비례해 정신적 황폐화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으나 그 책임이 교회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교회지도자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종교가 본래의 사명을 망각하고 무한경쟁사회 속에서 교회마저 성장병에 걸려 헤매고 있는 중에 각 영혼의 소중함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교회는 자살자나 그 가족들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싸매주기보다 비난과 정죄부터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자살을 했을까 하는 동정의 마음보다는 ‘자살자는 지옥간다’는 도그마(Dogma)를 앞세워 사랑 없는 도덕적 훈계와 율법주의적 정죄를 일삼아왔다. 이에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자살자를 불신자로 단정하고 정죄하면서 장례식 집례까지도 꺼린다.

자살이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자살 방지는 우리의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해야 한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는 고해성사를 통해서만 용서를 받는데 자살자는 고해성사를 할 수 없으니 지옥으로 갔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우리의 구원의 근거는 믿음이지 행위가 아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은 즉 어떻게 죽었느냐 하는 죽음의 양태가 선택받지 못한 자의 증거라 할 수 없다. 죽기 전 회개 여부가 구원의 조건이 되지도 않는다.

구원은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다. 돌연사로 회개를 미처 못한 죄를 안고 죽는 경우가 있다. 생명이 하나님의 것이듯 죽음도 하나님의 것이다. 우리가 본래 죄인 됐을 때 하나님은 사랑으로 부르시고 믿음을 주셨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하나님은 선택받은 우리를 구원에서 제외시키거나 보류 또는 연기시키지 않으신다.

비록 자살자라도 그리스도의 공로와 중보의 효력을 무효화 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살과 구원이 관계없다는 것을 일부러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 잘못하면 자살을 충동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살자의 90%가 정신병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비판이나 저주보다는 예방과 치유 차원에서 목회자나 교회의 돌봄과 책임이 있다. 사회적 고립감을 줄여주고 종교가 무력화됨에 따라 생겨나는 사회병리 현상에서 자유케 하는 복음 능력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삼손, 사울왕, 아히도벨, 시므리, 가롯유다 등의 자살을 성경은 기록하면서 뚜렷한 가치판단이나 가르침을 기록하지 않고 있다. 자살을 죄악으로 본 어거스틴, 토마스 아퀴나스가 있는가 하면 비윤리적 행위로 비난했으나 구원문제와 연결시키지 않은 루터가 있고, 하나님의 형벌로 해석한 칼빈도 있다.

인생은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고통은 반드시 지나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삶에 대한 의욕을 갖고 책임인으로 살아야 한다. 생명은 하나님의 것으로 사는 것은 죽음보다 가치가 있다. 교회는 사회적 고립과 불안에 떠는 이들을 위해 부름을 받았다는 인식을 깊이하고 하나님의 주권을 믿게 해야 증가하는 자살자의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존 F. 케네디 또는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정치지도자나 한 단체(조직)를 대표한 프로선수들이나 남을 판단하는 판사 같은 소위 지도급 인사들은 모든 인간이 그러해야겠지만 그들은 자신에 대한 책임 뿐 아니라 국가나 사회에 책임적 존재다.

환경이나 조건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변했다고 두 얼굴을 갖고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자살행위를 자행하는 것은 국가나 사회가 그만큼 병든 사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일수록 책임지는 이가 많고 병든 사회일수록 책임지는 이보다는 현실 도피자가 많다. 하나님의 주권을 믿고 내게 맡겨진 짐을 스스로 질 줄 아는 책임인들이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종윤 상임고문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서울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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