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철도 민영화"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철도 민영화"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11.27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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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27일 오후 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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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한다고 한다.

- 잠시 시간을 2012년 12월 20일 아침으로 돌려보자. 때는 19대 대선 다음날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이기도 했다. 한편에선 환호성이 한쪽에선 한숨이 터져 나왔다. 여느 선거 때와는 조금 다른, 뭔가 ‘본질적인’ 안도감과 절망감의 향연이었다.

- “아침에 한술 뜨다가 비로소 울었다. 가끔씩 궁금한데 나치 치하의 독일 지식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유신치하의 지식인들은? 절망은 독재자에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웃들에게서 온다. 한반도, 이 폐허를 바라보고 서 있다.” (12월 20일 소설가 공지영 트위터)

- 그러더니 느닷없는 두 어절이 검색창에 올라왔다. ‘수도 민영화’다. 논리적인 맥락이 전혀 없었던 음모론 수준의 얘기라 진지하게 반추하기도 뭣하지만 “박근혜가 당선됐으니 수도 민영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골자였다. 물론 사실무근이었다.

- 박 후보 당선과 동시에 불거진 12월 20일의 수도 민영화說은 ‘민영화’라는 단어가 18대 대통령에 대한 공격적 선동의 암구호로 사용될 것임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움직임이었다. 2013년 11월 27일의 ‘철도 민영화’ 공세가 예사롭지 않게 읽히는 이유다.

- ‘실마리’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안을 재가했다. 정의당을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들은 이 조치를 ‘철도 민영화를 위한 사전 단계’로 규정하며 위헌법률심판까지 진행할 방침을 밝혔다. 심상정 의원은 “서민의 발을 묶고 국민의 안전을 재벌, 외국 자본 등에 맡기는 철도 민영화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이에 청와대의 해명이 이어졌다. 개정안은 철도 관련사업 발주를 할 때 국적을 기준으로 국내외 업체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경쟁의 폭이 더 커지고 공용체제 내에서도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명분을 약화시키는 논거가 된다”는 게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설명이다. 덧붙여 그는 철도 민영화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고 못 박았다.

- 박근혜 정부를 불통(不通) 정부로 규정지으려는 사람들은 ‘밀실 협정’이라는 표현 또한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서 국회동의가 생략된 것은 사실이다. 허나 GPA 개정안은 9개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일 뿐 법을 개정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제처의 판단이었다. 그러고 보니 GPA 개정협상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노무현과 김정일이 밀실 교섭의 금자탑을 쌓았기 때문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것인가?

- 박근혜 정권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차라리 복지공약의 실효성에 주목을 하는 편이 낫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이 약속대로 이행되려면 향후 4년간 지방자치단체에서 17조89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불가능’의 또 다른 표현이다.

- 정부는 신(神)이 아니며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는 논쟁을 시작하기에 아직은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막상 경제문제로 첨예한 논쟁을 하다 보면 ‘민영화’라는 게 반드시 그렇게 모두에게 해로운 저주의 주홍글씨는 아닐 수도 있다는 진실에 가 닿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말이다. 자, 이제 다음으로는 어떤 ‘민영화 공격’이 이어질까. 대한민국은 ‘철도 민영화’를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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