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법, 뭥미?
게임중독법, 뭥미?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12.02 09: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준비한 ‘게임중독법’이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법안은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국가중독관리위원회와 함께 중독 치료에 힘쓴다는 내용이다.

게임업계의 반발은 거세다. 11월 21일 출범한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게임규제개혁공대위)’는 “현재까지 공개된 게임중독법은 음악, 영화, 만화, 게임 등 문화콘텐츠들을 청소년 보호 중심의 규제 대상으로 관리해 왔던 수준에서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문화콘텐츠를 유해물질, 중독물질로 취급하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게임 개발자들로 이뤄진 ‘게임개발자연대’도 지난 10월 29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김종득 대표는 “우리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이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게임 산업은 인간의 문명을 발달시키는 하나의 단계이다. 종사하는 자존심과 걸맞는 대우를 받고 싶은 것이 게임개발자연대의 가장 큰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신의진 의원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 의원은 게임업계와 네티즌들의 반응에 대해 “셧다운제에 대한 트라우마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얼마 전 공청회를 했는데 PC방 관리업체, 게임업체 등에서 많이 참석했다”며 “법에 대해 제대로 모르면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피해 의식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에 미쳐 있는 엄마가 아이를 유괴해서 죽인 적이 있고, 게임에 빠져서 아이를 돌보지 않는 엄마, 학교 안가는 학생, 게임 못하게 하는 엄마를 때리는 사람들도 있다”며 “게임 업체들이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신과 전문의인 신의진 의원이 의학적 근거와 사실보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우선 모든 형태의 질병이나 기타 보건문제를 분류해 코드를 정해 놓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보면 마약(아편, 코카인 등) 중독,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등이 별도의 코드를 부여받았다. 이들은 공식 질병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 중독에 대한 코드는 없다.

게임, 美 신경정신 분류체계에도 없어

미국정신의학회가 분류한 코드(DSM-5)에도 게임 중독은 포함되지 않았다. DSM-5는 미국 의학계의 신경정신 진단 분류체계다. 다만 인터넷 게임 장애(Internet Game Disorder)는 좀 더 연구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질 뿐이다.

최근 영국에서는 게임이 해롭지 않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11월 1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연구 결과를 통해 TV 시청과 비디오 게임이 아이들의 행동 및 정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영국 글래스고 대학 연구소는 1만10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행동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를 추적 조사하기 위해 대규모로 어머니들을 조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연구진들은 이번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 범위를 1만3000개 이상의 가정으로 늘리고 다양한 양육 방식과 사회 경제적 차이까지 고려해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게임을 하거나 TV 시청 시간의 길이가 주의력 결핍이나 분노 같은 성격 장애, 또 이 밖의 다른 문제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남녀 모두 밝혀졌다. 그러나 5세 이하의 경우 3시간 이상 TV를 보고 있으면 약간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셧다운제보다 업계 반발이 더 큰 이유?

신의진 의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산업 발전을 저해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DSM-5에도 포함되지 않은 게임을 마약, 도박, 음주 등과 같은 부류의 ‘4대 중독 물질’로 분류한 그 자체로도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프로그래머, 기획자, 그래픽 디자이너, 마케터, 프로게이머 등 종사자들은 심각한 명예 훼손을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의 반발이 과거 셧다운제 논란 때보다 더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참고로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2011년 5월 19일 도입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된 조항(26조)으로, 2011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됐다.

셧다운제의 골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6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인터넷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이 시간대에 연령과 본인 인증을 통해 청소년 게임 이용을 강제로 원천 차단해야 한다.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업체들은 매출과 순이익에서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업계의 저항이 이 정도로 거세지는 않았다. 반면 신의진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게임중독법은 게임업계 종사자들에게 마약-도박 관련업자와도 같은 ‘주홍글씨’를 새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련자들이 더 극심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11월 12일 문체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률안에서 중독 대상으로 규정된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국민에게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마약, 사행산업(도박), 알코올 등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독물질로 규정된 범위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며 객관적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등 원칙과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돼 삭제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문체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을 강행할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게임중독법에 대한 단순 찬반 여론조사를 해보면 찬성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나지만 이 법안이 실제로 통과될 경우에는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수십만명의 유권자들과 게임을 즐기는 수백만명의 유권자들을 ‘절대적 비토층’으로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세종시 수정안은 전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항상 지지를 받았으나 2010년 지방선거 결과 새누리당의 충청권 참패로 이어진 바 있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기는 했지만 수도권과 영남권에 집중돼 있던 수정안 찬성론자들이 세종시 수정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얻게 될 이익은 없다시피 했다.

반면 충청권 유권자들로서는 자신들의 고향인 충청도에 행정도시로 건설될 예정이던 세종시가 수정된다는 데 대한 반감이 컸다. 행정도시 건설이 무산될 경우 지역 부동산 시장의 붕괴 등 경제적인 타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및 게이머들을 겨냥한 신의진 의원의 게임중독법이 같은 결과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