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이 정치개혁의 시작점”
“충청이 정치개혁의 시작점”
  • 김범수 편집인
  • 승인 2013.12.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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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이인제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인제 새누리당 국회의원

지난 10월말 기준 충청 인구는 약 526만명. 호남 인구는 이보다 1만7000명 정도가 적다. 반면 국회의원 의석수는 충청이 25석이고, 호남이 30석.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충청권의 새누리당 의원을 중심으로 충청권 의석수를 늘려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다. 기존 지역주의 정치의 폐해로 불균형하게 정해진 기존 선거구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과거 지역구도 정치를 타파하고 정책 중심의 새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충청권에서 시작한 선거구 조정의 움직임이 정치 개혁의 태풍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본지는 지난 11월 20일 충청권의 대표적인 정치인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을 만나 충청 지역 의원들의 의석수 변경 주장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6선 국회의원으로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대권에 근접한 후보였던 이인제 의원은 최근에는 고향인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충청권의 대표적인 정치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최근 정치권의 관심이 충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호남보다 인구수는 많은데, 국회의원 의석수는 적은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충청 출신 정치인으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충청 지역 의석수 문제는 지금 터진 이슈가 아니고 지난 총선 때부터 얘기해 왔던 것입니다. 불균형을 시정하자는 것이죠. 지난 총선 때도 충청과 호남은 인구가 거의 같았는데, 의석수는 호남이 5석 많은 상태로 총선이 치러졌어요. 호남 의석수가 원래 9석 많았는데, 세종시가 특별자치시가 되면서 충청이 늘고 호남이 줄어서 그나마 격차가 줄었습니다.

의석수 조정은 투표가치의 형평성과 평등의 문제이고 헌법적 요구 사항입니다. 불균형이 있다면 시정해야 합니다. 선거구제 조정은 다음 총선 직전에 정치개혁특위에서 결정하기로 돼 있는데, 지금부터 공론화하지 않으면 아직도 영호남 지역구도가 건재하기 때문에 시정이 안 될 가능성이 많아요. 그래서 충청권 의원들이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는 겁니다.

- 전체 의석수를 늘리자는 건가요? 그렇지 않고 다른 지역의 의석수를 줄이는 것이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의석수를 현재의 300석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저도 반대입니다.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고요. 300석 안에서 조정하자는 것인데, 쉬운 일만 할 수는 없잖아요. 불균형을 시정하는 문제는 아프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사실 이 불균형이 만들어진 배경은 지역 대결 구도 때문입니다. 영호남이 주도해서 선거구를 획정하다보니 충청이 소외된 것이에요. 영남도 호남 못지않게 인구수에 비해 의석수가 많습니다. 영남도 조정해야 해요. 지역 대결 정치는 낡은 유물 아닙니까. 보편적 가치나 기준에 따라 선거구를 균형 있게 조정해야 정치가 발전하는 것입니다. 영호남 지역 대결 구도 정치를 끝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충청 의석 확대는 기존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

- 구체적으로 선거구 조정이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요?

여야로 구성된 정치개혁특위에서 지역구 의석 조정을 하는데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 이게 엄청난 압력이 되는 겁니다. 현재 수도권의 인구 당 의석수가 가장 적긴 하지만 인구 밀집 지역이기 때문에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나머지는 같은 조건이니까 균형을 이뤄야 되고요. 전체적으로 선거구를 조정해서 균형을 회복해야 합니다.

- 과거 대선이나 총선 등의 선거에서 충청권의 민심이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위 충청 캐스팅보트 역할이었죠. 그렇다면 과거 충청권의 민심을 좌우하는 동인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향후 충청권 민심이 가야 할 방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충청권 표심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것은 겉으로 나타난 현상이고 결과만 보는 시각입니다. 그 이면을 보면 영호남 민심은 정해져 있었다는 전제가 드러납니다. 그때그때 후보의 정책이나 역량에 따라 가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지역을 대변하고 지지하는 정당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죠.

결국 충청은 그 지역주의가 없으니 충청의 민심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대선 결과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지역 대결 구도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지역 대결 구도 정치를 완화하고 정책중심 정치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영남의 농민이든 호남의 농민이든 농업정책을 잘하는 정당이나 인물, 정권에 따라 이해관계가 결정되지, 지역색 맞는 정당이 된다고 이익이 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노동자도, 중소기업인도 마찬가지입니다.

- 충청 인구가 늘어난 것은 세종시 등의 특혜 때문이라는 문제 제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국가 경제 정책 때문에 충청이 특별히 혜택을 받는다기보다는 충청보다 호남에서 인구가 더 많이 유출되는 게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충청권 서해안이 중국과의 교역 증대로 항만이 개발되고 산업이 발전되면서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전체적으로 충청권이 특혜를 입었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호남 인구가 더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 영호남 민심이 지역주의적으로 움직인 건 사실이지만 사실 대북정책 등의 정책적 문제에서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다는 부분도 있습니다. 반면 충청 지역 민심이나 의원들은 어디로 갈지 예측 불가한 면이 있죠. 특히 대북정책에서 왔다갔다 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냉전이 다 해체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 사회를 우파와 좌파, 보수와 진보로 구분할 때 대개 보면 양쪽이 모두 냉전의식을 가진 세력이 주도하는 게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강경한 냉전 우파, 냉전 좌파가 주도하고 그것이 지역주의와 결합되면서 강고하게 지탱돼 왔습니다.

충청 지역은 그런 지역주의가 없었기 때문에 범세계적인 정세 변화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해 왔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북정책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쉽게 말하면 중도 우파, 중도 좌파의 중도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용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 중용에 바탕을 둔 중도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게 충청도의 일반적인 경향이죠.

지역주의 떠나 중도적인 충청권 민심

- 충청권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개인의 성향이나 원칙을 지켜야 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개인적으로 말하면 사회 경제에 있어서는 세계적, 문명적인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끊임없이 시스템을 개혁해서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처해야 하죠. 북한문제에 있어서는 전 매우 원칙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의 유일한 정통성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이다’라는 대전제에 혼란을 느끼는데 전 확고합니다. 북한은 국제법적으로는 하나의 국가이지만 우리 민족 내에서는 국가일 수가 없고 평화적 통일의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 한 번도 이 신념에는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통성 아래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정치, 시장주의경제체제의 틀 안에서 통일을 빨리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려면 정세 변화에 적극적,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그런데 냉전 해체에 있어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데 소극적인 사람들이 있는데 전 그런 분들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말하자면 김대중 정권의 포용정책은 당시 남북이 꽉 막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일단 화해의 숨통을 여는 차원에서는 시도할 만한, 일단계로 추진할 만한 정책이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선에서 머물렀다는 것이 김대중 정부 대북정책의 한계이고 실패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과 문을 열고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개혁 개방을 이끌고, 북한 주민의 자유라든지 경제적 생활을 향상시켜서 북한 사회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단계로 나가는 과정이었어야 했습니다. 즉 당시 대북정책이 통일을 이끌어 내는 과정과 단계의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북한 정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만 머물렀던 거죠. 그러다보니 결국에는 북한이 핵개발을 하면서 본질적인 변화 없이 벽에 부딪쳤습니다.

- 의원님은 과거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오면서 한나라당이 제대로 된 보수주의 정치세력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현재 새누리당 보수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소극적인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지금의 새누리당이 갖는 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새누리당도 계속 변화를 겪고 있는 정치세력입니다. 한계를 갖고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죠. 물론 민주당은 더 심각할 수 있고요. 그러나 새누리당은 전반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해 가장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정치세력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만 냉전의식에 벗어나 우리 가치 아래 통일을 이루겠다는 것에 소극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강경 대결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까. 박근혜 정부는 신뢰를 쌓아가며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대북정책 기반을 바꾸고 있습니다.

통일 한국을 만드는 게 정치인 이인제의 사명

- 조만간 신당을 만들 것으로 알려지는 안철수 의원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단점을 버리고 좋은 것만 취한다는, 중간을 공략하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안철수 의원 세력도 충청권 공략이 중요할 텐데, 안철수 의원의 정치 세력화는 어떻게 보십니까?

안 의원은 본인이 정치를 시작한 것 자체가 얼마 안 되고 지금까지 안 의원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다 분석해 보더라도 정책 노선이나 가치에 대한 실체가 잡히지 않습니다. 일반 보통명사로 적당히 표현하고 있지 구체적인 알맹이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안 의원에 기대를 거는 민심의 본질은 제도정치에 염증을 느낀 민심의 반영이거든요.

새누리당, 민주당은 그래도 꾸준히 진행돼온 실체가 있지 않습니까. 이것에 대한 믿음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반사돼 나온 빛과 같은 것입니다. 그것이 실체가 되는지 여부는 안 의원 세력, 본인들이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러나 막상 선거에서 후보를 내더라도 표를 찍는 민심은 믿을 수 있는 실체를 원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는 상황이 달라지는 거죠.

- 세 번이나 대선에 도전하신 거물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6선 의원으로서 정치인 이인제의 향후 큰 그림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한국 정치에 어떤 역할을 해나가실 계획이십니까?

현대사라는 게 강물처럼 흘러오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은 시대 소명에 얼마나 헌신하고 부응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해방 후에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나라를 만들어야 됐잖아요. 이때 이승만 대통령이 주도해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나라를 만든 것이죠.

당시 우리 국민은 이런 가치에 익숙하지 못했잖아요. 봉건시대, 일본 제국주의를 경험하고 해방 공간에서 서구식 민주주의 나라를 세운다는 것은 불모지에,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을 막아내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지고 유지됐습니다.

1960년대부터는 박정희 대통령이 한반도에 수천년 이어져온 농업경제, 우리 민족을 가난 속에 머물게 했던 농업경제를 산업경제로 바꿨고 근대화 성공을 이루어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승만 정부 때도 그랬지만 정치적 권위주의라는 것이 부정적 유산으로 남게 됐죠. 그리고 김영삼, 김대중 두 지도자들 덕분에 권위주의를 해체하고 민주주의 시대로 이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세계는 글로벌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산업문명에서 지식문명으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는 무엇을 요구하느냐. 글로벌 지식문명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과거 중세에서 근대 넘어올 때는 우리가 뒤처졌지만 새로운 시대에는 우리가 가장 앞서 나가야 하는 게 시대적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통일 한국을 만드는 것이 이 시대가 정치에 요구하는 명령입니다.

물론 이것을 받드는 게 정치인의 사명이죠. 전 그것을 위해서 대통령이 되고자 했고, 지금도 그런 변화에 도전 받는 상황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인으로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지식문명에서 앞서 나가고 통일이 돼서 동북아시아의 중심국가가 되는 데 일조할 계획입니다.

충청권 에너지가 지역구도 타파할 것

- 충청지역 리더로서는 의원님의 어떤 역할이 필요할까요?

아직도 영호남 지역 대결 구도가 살아 있어서 계속 정치가 갈등과 대립 구도로 갑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왜 저렇게 대립 갈등으로 몰고 가겠어요.

민주당 의원들이 우리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우리나라 형편을 몰라서 저러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대립과 대결 갈등을 몰고 가야만 자기들 지지 기반인 지역감정이 식지 않는다는 거죠. 어린아이가 울어야 어머니가 젖을 주니, 우는 것처럼 하는 거예요.

이 지역 대결 구도를 허물려면 거기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우리 충청권 의원들이 모여서 지역구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것 자체가 큰 에너지입니다. 이 큰 에너지를 동원해서 잘못된 현상을 타파해야 그 과정에서 지역 구도도 약화됩니다. 그래야 정당들이 개혁을 통해서 정책 내용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경쟁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지역감정만 부추기면 되니 어렵게 정책 대결을 안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청권 의원들이 결속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 김범수 발행인 www.kimbumsoo.net
정리/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사진/신경수 기자 icf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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