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준비하는 美 공화당 주자들
2016년을 준비하는 美 공화당 주자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12.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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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나올 것이라고 많은 미국인들은 생각하고 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출마를 선언하면 민주당원 60%는 그녀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택할 것이라고 벌써부터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공화당에서는?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물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다. 그는 지난 11월 5일 선거에서 61%라는 큰 지지를 얻고 주지사로 재선됐다. 민주당 텃밭이라는 뉴저지의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60% 이상의 지지를 얻은 것은 20여년만에 처음이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 21일에는 공화당 주지사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공화당 주지사협회 회장은 각 주에서 공화당 주지사 후보의 선거 승리를 위해 전국을 다니는데 이 과정에서 고액기부자를 만나는 등 장차 대통령 출마를 위한 기반을 놓는 기회가 돼 왔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미트 롬니, 릭 페리가 각각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텍사스 주지사를 하며 공화당 주지사협회 회장을 수행, 대선 출마의 터를 닦았다.

크리스 크리스티

‘재정적 보수주의자’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크리스티 주지사는 고등학생일 때 당시 뉴저지 주지사였던 토마스 킨의 연설을 듣고 킨 주지사를 찾아가 자원봉사를 하겠다며 일찍부터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고등학교, 대학에서 학생회장을 하며 기초를 쌓았고 변호사가 된 후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2000년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조지 W. 부시에게 선거 자금을 많이 모아주는 등 선거 활동을 열심히 해 그 공로로 뉴저지 검사장에 임명됐다.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2008년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주지사 취임 후 크리스티는 주 정부 지출과 세금을 줄이면서 재정적 보수주의자라는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점차 주요 현안들에서 중도적 입장을 보이면서 풀뿌리 보수운동인 티 파티(Tea Party) 지지자들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미국 내 1100만 불법이민자들의 신분을 합법화하는 이민법 개혁을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이것은 사면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는 건강보험개혁인 오바마케어를 지지하고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오바마케어를 위해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의 확대를 수용했고 오바마케어 실행을 막기 위해 지난 10월 공화당 하원이 연방정부 폐쇄까지 불사한 것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오바마케어는 악법”이라며 폐기를 외치는 보수세력의 목소리와 궤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달 동성결혼을 합법이라고 판결한 뉴저지 법원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그 결과 뉴저지는 미국에서 14번째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주가 됐다.

그는 개인적으로 법원의 결정을 동의하지 않지만 법원이 뉴저지 헌법의 시각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동성결혼은 합법이라고 밝혔다.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은 크리스티 주지사의 항소 포기를 강력히 비난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공개적으로 자신을 게이라고 밝힌 사람을 뉴저지 대법원 판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이런 중도적 입장은 그가 지난 선거에서 히스패닉 51% 등 민주당원 1/3의 표를 얻으며 재선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그는 이 결과를 들며 공화당이 좀 더 중도적이 돼 히스패닉, 흑인사회에 다가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주의 원칙을 분명히 하자는 티파티 관련자들은 그런 크리스티 주지사를 당연히 싫어하고 있다. 세라 페일린 2008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를 비롯 랜드 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들과 같은 티파티 사람들이 크리스티 주지사에 대해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크리스티 주지사의 중도적인 입장은 2016년 대선 본선에서는 민주당 혹은 무소속의 표를 얻는 데 유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보수주의 원칙을 대변하는 인물을 찾는 공화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랜드 폴

‘작은 정부’ 강조 자유주의자 랜드 폴 상원의원

다음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티파티 사람들로 먼저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이다. 그는 원래 안과의사로 정부의 역할을 극소화하는 자유주의(libertarianism)를 주장하며 대선 때마다 거의 매번 출마하는 론 폴 하원의원(텍사스)의 아들이다.

랜드 폴 의원은 2010년 티파티 운동이 커지면서 반(反) 워싱턴의 흐름이 한창일 때 그 흐름을 타고 당선된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기성 공화당 정치인들이 보수주의 원칙을 버리고 대규모 연방금융지원을 동의했다며 2010년 선거를 이들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했다.

세라 페일린, 짐 드민트 상원의원(사우스 캐롤라이나), 포커스 온 패밀리의 제임스 돕슨 등이 폴 의원을 지지하면서 그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이 밀었던 켄터키 주국무장관을 누르고 공화당 후보가 됐다.

폴 의원은 균형 재정을 위한 연방정부의 지출삭감과 감세정책, 정부의 역할 축소를 주장해왔다. 그는 이런 이유로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대형 허리케인 샌디 피해 복구를 위해 연방정부의 대규모 금융지원을 받아간 것을 비난하기도 했다.

폴 의원은 국가안보부(NSA)의 국민 감시 프로그램을 반대하고 무인비행기의 사용을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 3월 파키스탄 등에서 미국이 테러용의자를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무인비행기를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의사진행발언을 13시간 동안 해 유명하다. 그의 수고로 백악관은 다음날 미국 영토에서 무인비행기인 드론이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폴 의원은 외교적으로는 신고립주의 입장을 견지, 미국의 시리아 개입에 반대했다.

폴 의원은 이처럼 보수주의 원칙에 기반한 분명하고 호소력 있는 메시지가 있어 공화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테드 크루즈

‘오바마케어 저격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 꼽히고 있다. 2012년 텍사스에서 출마해 당선된 그는 지난 9월 21시간 동안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는 의사진행발언을 해 티파티 사람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당시 많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미 법으로 제정됐고 대법원에서 합헌 판결을 받은 오바마케어를 반대한다는 그의 연설은 쓸데없다며 동조하지 않았다. 하지만 크루즈 상원의원은 보수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며 보수주의자들의 환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공화당 대선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가 항상 처음으로 열리는 아이오와를 방문해 사냥을 하며 자기야말로 보수주의 원칙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고 했다.

랜드 폴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2008년 마이클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2012년 미셀 바크만 하원의원처럼 티파티를 대변하는 진짜 보수의 입장을 분명히 하지만 실용을 중시하는 기성 공화당 세력 등의 반발로 처음에만 부상하다 마는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관측되고 있다.

스캇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보수주의 원칙을 정책으로 용기 있게 실행했다는 점에서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감으로 손꼽히고 있다.
위스콘신 주 역사상 64년만에 처음으로 대학졸업장 없이 주지사가 된 그는 자신을 내쫓으려는 주민소환 선거에서 승리한 미국 역사상 유일한 주지사다.

2010년 주지사로 당선된 후 그는 연방 정부의 지원으로 위스콘신 내 밀워키와 메디슨 사이에 건설하기로 승인된 고속철도 사업을 취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임 주지사가 따낸 이 사업은 5500개의 일자리를 만들며 위스콘신 경제를 부양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워커 주지사는 8억1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비용이 드는 이 사업은 납세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며 거부했다.

그의 이런 재정적 보수주의 원칙은 취임 후 36억 달러에 달하는 주 적자를 줄이는 정책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경찰, 소방관을 제외한 공무원들이 자신의 연금 비용의 절반, 건강보험비용의 12%를 부담하도록 하면서 임금을 제외한 어떤 것도 협상을 하지 못하도록 공무원들의 단체교섭권을 제거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스캇 워커

일관성 있는 보수주의자, 스캇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즉시 수만명의 교사 등 주공무원들이 의사당으로 몰려와 항의했고 민주당 주하원의원들은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에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도록 일리노이로 도망가기도 했다. 이들은 스캇 주지사를 쫓아내려는 주민소환 선거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그가 2010년 초선에서 승리할 때보다 더 큰 차이의 승리였다.

지난 10월 기준 위스콘신의 적자는 5억 달러로 대폭 줄었고 실업률은 6.7%로 2011년 9.7%에서 낮아졌다.

스캇 주지사는 낙태를 반대하고 총기 보유를 지지하며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는 등 일관된 보수주의 원칙을 보이고 있어 내년 주지사 선거에서 재선하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최근 공무원들이 항의하러 몰려와 주 정부 청사와 의사당을 점거하고 자신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이뤄지는 등 당시의 상황과 이를 극복한 내용을 소개한 책을 출간, 자신을 전국적으로 소개하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프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 2012년 대선 부통령 출마자였던 폴 라이언 의원 등이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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