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의 진실
철도노조 파업의 진실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3.12.24 08:5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도노조 파업이 역사상 최장기 파업일수를 기록하고 있다.

파업의 명분은 ‘민영화 반대’와 ‘임금인상’, 그리고 ‘정년 연장’이다. 이 가운데 민영화는 공기업인 코레일을 자회사 형태로 분할해 물류와 정비 등의 사업을 맡기는 형태여서 노조의 주장과는 상관이 없다. 6%대의 임금인상 요구는 코레일의 적자가 17조원에 달한다는 점과 부채비율이 440%에 달하는 경영상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철도파업의 진행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터무니없는 노조의 민영화 주장에 대해 새누리당과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로만 일관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러자 철도노조는 ‘대통령이 직접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에서 그동안 누차 민영화 안한다고 발표했는데도 민영화하지 말라고 파업하는 것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국민 경제에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언급했다.

국민들은 갑갑하다. 왜 대통령이 속시원하게 ‘민영화는 없으니 일터로 복귀하라’고 직접 노조에 말하지 못할까. 그러다보니 민주당에서는 아예 ‘철도공사 민영화 금지법’을 발의하자고 나섰다. 새누리당의 입장은 곤혹스럽다.

눈덩이 같은 철도공사의 빚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호 의원은 당 의원총회에서 “민영화 방지 입법은 국회의 권한 밖”이라고 주장하면서 “만약 (야당 주장대로) 철도분야 사례를 민영화 금지로 인정한다면 모든 공기업에 일반화되는 문제가 똑같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하며 야당의 주장에 반대했다.

문제는 강 의원이 “특히 철도공사의 독점적 철도운송 사업권을 부여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한 대목이다. 강 의원의 주장은 철도노조와 민주당의 ‘철도민영화 음모’에 힘을 실어주고 말았다.

철도공사의 독점적 철도운송이 위헌이라면 당과 정부는 처음부터 ‘철도 민영화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어야 하는 것이 타당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단순한 문제에 왜 이렇게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얽혀드는 것일까.

현재 철도공사는 17조원이 넘는 부채를 지고 있고 철도공사가 갚아야 할 건설 부채까지 포함하면 35조원이 넘는다. 이러한 문제로 정부는 1996년과 2005년에 누적 철도부채를 각각 1.5조원씩 3조원을 국민 혈세로 탕감했고 철도공사는 부채비율 51%의 건전한 구조로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철도공사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철도공사는 연평균 7500억원의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5700억원의 영업적자가 누적되면서 부채가 급증해 현재는 부채비율이 435%(2013년 6월 기준)를 넘어섰다.

현재와 같은 구조로 계속 운영이 된다면 철도부채는 2020년이 되기 전에 50조원을 넘어서게 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세금으로 전가된다고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정부는 수서발 KTX 분리 운영을 통해 내부 경쟁을 도입해 부채를 갚기 위한 선택을 고민하게 됐다.

철도는 오랜 독점하에서 회계가 불투명하고 비교 대상이 없어 경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로 운영돼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구조하에서 막대한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의 인건비는 연평균 5.5% 인상되고, 연간 1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성과급이 지급되는 등 방만 경영이 지속돼 왔다.

그 결과 철도공사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7000만원에 달하고 기관사들의 경우 30%가 8000만원 이상의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철도노조가 철도공사의 막대한 적자와 부채는 나 몰라라 하고 6.7%의 임금인상과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도노조는 철도의 공공성이라는 명목으로 경쟁 도입을 민영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공공성을 핑계로 모든 부채를 국민의 세금으로 갚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정한 ‘공공의 이익’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려면 먼저 방만한 철도공사의 자구책 마련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철도노조가 외면하고 있는 것이 이번 파업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교통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우리 철도의 운영선로 1㎞당 직원은 서울메트로가 75명인데 비해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45명, 민자로 운영되는 9호선은 22명이다.

㎞당 영업비용의 경우 서울메트로는 86억원인데 도시철도공사는 52억원, 9호선은 36억원 정도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민간회사 순으로 비효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효율은 철도공사의 적자로 이어지고 그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된다. 그렇다면 철도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적자가 나는 노선도 운영돼야 하는 것일까.

어떤 철도의 노선이 적자라면 그 노선에 수요, 즉 열차교통의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타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이고 그런 노선에 들어가는 비용은 철도를 더 많이 이용하고 싶지만 철도교통이 없는 지역에 신설 투자돼야 한다. 그것이 공공의 이익이다. 만일 철도노조의 주장대로 흑자노선의 이익을 적자노선에 보전하게 되면 철도교통이 필요한 지역의 사람들은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된다. 재원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이다.

KTX의 수서발 노선을 철도공사의 자회사로 분리해 내부 경쟁을 시켜 효율성을 꾀한다는 정부의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지는 모르겠지만 방만한 적자 경영의 철도공사 노조나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정부의 철도 민영화에 대한 인식은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공기업의 생리상 경쟁체제라는 것이 속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철도 민영화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들이다. 그런 오해 가운데는 영국의 철도 민영화가 실패했다는 지나치게 일방적인 주장이 자리한다.

1996년 시작된 영국의 철도 민영화는 20년이 지난 지금 요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승객수가 민영화 이전보다 크게 늘어났으며 2013년 8월 기준으로 이용자의 80%가 만족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존재한다. 요금이 오른 만큼 철도 서비스의 질과 효용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한정석 편집위원 kalito7@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종삼 2013-12-24 11:50:57
"질서만 바로 잡아도 경제는 1% 더 성장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불법에 책임을 묻지 않거나 적당히 덮고 넘어가면 그게 관행이 되고 비슷한 일은 언제든 되풀이된다. 타협과 소통은 중요하지만 법과 원칙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알아야할 것은 법과 원칙에 따른 단호한 대처와 철저한 대비다." = 류동길교수의 칼럼 클로징어로 대신하면서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