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붕괴 카운트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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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3.12.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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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각 교수의 세상보기
 

2013년 연말을 향해가면서,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숙청과 집단공개처형은 북한내부가 몹시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북한노동당 제1비서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2년 전 김정일 사망 후 북한 권력의 2인자로 알려졌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12월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북한형법 제60조에 따라 국가전복음모(쿠데타)를 했다는 이유로 사형판결이 내려진 후 당일로 즉시 사형집행된 것으로 보도됐다.

앞서 11월 하순에는 리용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 장수길 부부장 등 장성택의 핵심측근들이 반당(反黨)혐의로 공개 처형됐으며 그 밖에도 2010년 화폐개혁 실패 책임으로 처형된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의 공개처형 이후 북한경제의 개방분야에 연루된 100여명의 건설 및 석탄사업, 나선경제무역에 종사했던 장성택 계열간부들과 불법녹화물 판매 혐의를 받아온 인민 간부들이 무자비하게 공개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웃고 있는 김정은의 속내

이를 두고 남한의 언론은 소위 일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북한이 김정은 친정(親政)체제를 빨리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북한의 현 진행 사태를 풀이하고 있다.

과연 어린 김정은이 자기 후견자 노릇을 해오던 고모부를 급거 처형하고도 당장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웃으며 마식령 스키장 공사 현장을 방문하는 등 공개 활동하고 다니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정상적인 모습일 수 있는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힘이 덧씌워진 위선인가?

현재 피의 숙청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상할 만큼 조용한 듯 보이는 북한 내부 현상이 나이 어린 김정은이 주도하는 1인 체제강화정치의 확고한 정착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가 자기 부친 김정일이 급사한 후 정권을 물려받은 지 만2년 동안에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유능한 한편 피도 눈물도 없는 광기에 찬 냉정한 정치지도자가 됐다고 볼 수 있을까?

그의 후견자 역할을 해오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고도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은 그가 실성했거나 어떤 외압에 의한 쇼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김정은은 자기 능력으로는 아직 정치를 제대로 이끌 만큼 성숙한 지도력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그를 둘러싸고 있던 두 세력권 즉, 한 축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김영남과 그의 동생이자 군의 실권자중의 하나였다 죽은 김두남 대장과 친밀했던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과 이영길 군 참모총장 및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을 중심으로 하는 군부 강성세력이 장악하고 있었고, 다른 한 축은 김정은의 고모부였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개방 지지세력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장성택 지지세력이 내부정치에서 밀려나 결국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권력이 한쪽으로 쏠리고 있는 현상으로 본다. 김영남은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도 북한 행정부에 흔들림 없는 뿌리를 구축해 왔고, 그와 최룡해 등 군부 강경세력이 이미 2000년대 초부터 김정일 유고 사태가 발생하면 북한의 임시정권을 통제할 수 있는 유력하고도 강력한 그룹으로 주목돼 왔던 인물들이었다.

2011년 12월 17일 급사한 김정일이 죽기 전에 미리 취한 사전조치와 장성택의 도움으로 권력은 대를 이어 김정은에게 이양됐고 장성택이 그의 후견자로 급부상했지만 북한 군부의 핵심 주력은 여전히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그의 영향권 하에 있는 강성 장군들이 실세를 장악해 왔다.

장성택이 이들 강경파를 깨려고 노력해 왔지만 그동안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고, 경제와 행정 부문의 급한 일들에 몰두하다 보니 다른 한 축을 견제할 여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라는 상징적 최고책임자를 중심으로 좌청룡 우백호 양측에서 정치를 이끌어가는 두 대립세력 간에 힘이 균형을 유지하는 동안은 상호견제와 필요한 협력을 통해 꼭두각시일망정 최고 책임을 가진 자를 받들며 같이 생존을 위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이 결정적 과오를 드러내거나 수세로 몰릴 기미만 보이면 다른 한 축은 그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는다. 아마도 북한 내부에서 장성택 그룹이 좀 긴장이 이완된 가운데서 경제 이권 챙기기에 몰두하다가 허점을 노출했고 이를 약점으로 잡아 최룡해-이영길-김원홍 등 군부와 국가안전보위부 세력이 김정은에게 끈질기게 상소하고 꼬드겨 장성택 세력을 숙청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정성택 이후 김정은의 운명은

두 견제 세력의 한 축인 장성택을 숙청한 김정은의 입지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한마디로 불쌍한 꼴을 면할 수 없게 돼 버린 것 같다. 새(鳥)가 두 날개를 가지고 있으면 균형을 잡아 자기 뜻대로 날 수 있지만 한쪽 날개를 잃으면 균형을 유지하며 비상할 수도 없으려니와 설령 난다고 해도 한쪽 날개에 의존하다보니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게 마련이다.

북한 김정은체제에서 균형자 역할을 해오던 온건개방세력이던 장성택 축이 무너지고 강경주체세력 축으로 주도권이 쏠리면 남북관계에서도 앞으로 강경대결추세가 예상되며 김정은 집권 이후 추진해 오던 경제개혁노선에서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남이나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실세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면 북중관계도 당분간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모든 예측되는 상황은 북한을 더 고립강경노선으로 내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북한을 경제적으로 더 어렵게 만들 확률이 높다. 어쩌면 이 길은 북한 인민들의 경제생활을 한계 상황으로 내몰아 결국 인민들의 내부폭발을 초래하고 북한 정권의 종식을 가져오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의 선택의 길은 개방을 통해 점진적으로 변하느냐 아니면 주체정책으로 경제적 곤경을 가속화해 내부 폭발로 무너지느냐 하는 것일 뿐이다.

결과는 어느 길을 택하든 북한이 무너지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 남한으로서는 시간의 장단기적 측면에서 어떤 길이 민족의 고통과 통일의 직간접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인가를 모색하며 거기에 따르는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남북통일을 진지하게 모색하며 사전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통일정책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拙著 ‘남북한 통일의 모색’(Eui-Gak Hwang, The Search for a Unified Korea, Springer, New York, 2010)*을 참고할 것을 권한다.

* 일본어 판: 黃 義珏, 朝鮮半島統一에의 道, (日本地域社會硏究所, 東京, 2011)

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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