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이후 北中 관계 어디로
장성택 이후 北中 관계 어디로
  • 미래한국
  • 승인 2013.12.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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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II] 최진욱 편집위원‧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력의 2인자, 킹 메이커, 로얄 패밀리 등 갖가지 수식어가 붙어 다니던 장성택의 처형은 그 전격성과 잔인함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북한은 일단 겉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성택 일당’에 대한 후속 숙청이 예상됐으나 측근들로 알려진 인물들 대부분이 김정일 추모 2주기 때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은 장성택 숙청 이틀만에 마식령 스키장 공사장 등 현지 지도에 나섰다.

김정은은 밝은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모든 것이 정상으로 보이길 원하며 주민들이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 경제활동에 매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권력 2인자의 반당, 반혁명, 종파 사건의 여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눈에 띄는 인물들에 대한 숙청은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 잠시 미룰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숙청이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은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힘을 쓰는 한편, 외부의 위협에 민감해지면서 대외관계는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장성택의 숙청이 김정은 유일영도체계확립에 기여할지,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면서 군부의 입김이 강해지고 중장기적으로 김정은의 권력이 약화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희망하는 안정 여부는 내부 보다는 대외관계, 특히 북중관계에 달려 있는 것 같다. 2008년 김정일의 건강 악화로 위기를 맞은 북한이 2009년 2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이 조장을 맡고 있는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에서 부전(不戰), 불란(不亂), 무핵(無核)의 대북정책 3원칙을 수립했다.

무핵을 강조하면서도 핵보다 안정을 중요시한 것이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할 경우 한미동맹의 강화로 이어져 중국에 대한 압박이 증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은 북한 생존의 최대 후원자이다. 김정일이 사망 전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해 두차례씩 중국을 방문한 것은 북중관계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중국은 북한 대외무역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매년 50만 톤의 중유와 식량 및 생필품을 제공하며 국제사회의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대북 압박을 막아주고 있다.

3차 핵실험에 단호했던 中

2013년에도 북중 교역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북한의 안정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계속됐으나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전례 없이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 채택에 협조적이었고 북한지역에 대한 중국인의 관광 금지, 북한으로 반출되는 개인 소지품의 20kg 제한 조치의 엄격한 적용,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제재조치 등을 했다. 5월 최룡해 북한 특사에게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는 대세라고 하며 추가 핵실험에 대해서 강력히 경고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 위협에 대한 중국의 단호한 입장은 북핵 문제를 넘어서 동북아 질서의 재편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신형대국관계는 기존의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이 필연적으로 충돌했던 과거 패턴을 벗어나 기존 강대국인 미국과 신흥 강대국인 중국이 상호 협력과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3년 5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이 함께 나누어 쓰기 충분히 크다고 하면서 중국은 미국을 역내 세력으로 인정하겠으니 미국도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달라고 했다.

중국은 북핵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과시하고 미국을 설득해 6자회담을 재개함으로써 미국의 한반도 개입의 확대를 저지하려고 했다. 또한 중일 영토 분쟁 속에서 중국은 미국과 협력을 확대하고 갈등을 줄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장성택의 숙청은 한반도의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중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 같다. 북한 정세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내부 결속을 위해 외부 긴장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한국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미국은 당장 잔인한 독재정권의 실체를 보여준 것이라고 하는 등 당분간 한반도 긴장이 불가피하며 6자회담도 멀어진 것 같다.

더욱이 장성택의 숙청 과정은 중국을 당혹스럽게 했을 것이다. 북한은 장성택을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하면서 장성택이 석탄 등 귀중한 지하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고 라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행위를 했다고 적시했다.

북한이 장성택에게 반당, 반혁명, 종파 등 온갖 죄명을 씌우면서도 정적들을 제거할 때 단골 메뉴인 사대나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장성택의 ‘매국 행위’로 이득을 본 나라가 중국이고 중국이 장성택 실각의 한 원인을 제공한 셈이 됐다.

친중파 장성택의 빈자리

실제 장성택은 중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진·선봉, 황금평 특구를 비롯한 북중 경협을 장성택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2년 8월 50여명의 수행원과 방중한 장성택을 중국은 국빈 대우했다.

앞으로 장성택의 뒤를 이어 누가 대중 협력을 맡더라도 향후 북한의 대중국 지하자원 수출을 비롯한 북중 경협은 매우 민감한 정치 이슈가 돼 위축이 불가피하며 이는 북한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컨대 기존의 가격보다 석탄 가격을 더 받을 수는 없기 때문에 대중국 수출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자원 수입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미중 경쟁 관계가 지속되는 한, 북한의 안정은 중국에 중요하다.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중국은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 여부와 북한과의 관계 설정을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우선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 위협이 계속될 경우 북한은 점차 중국에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도발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시키며 이는 동맹과 파트너십의 강화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도와주는 셈이 된다.

둘째, 김정은 정권의 무모한 핵실험과 군사적 모험주의, 소통부재 등으로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가 김정일 정권의 핵무기 보다는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 셋째, 중국은 김정은 정권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김정일이 물려준 권력 핵심 구조의 조기 해체, 군 고위직의 빈번한 교체, 경제난의 지속, 미국과의 마찰, 남북관계의 경색 등은 북한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이유들이다.

오늘날 중국이 북한 생존의 절대적 후원자가 된 것은 불과 2008년부터이다. 냉전 종식 초기만 해도 한중 수교 여파로 북중관계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으며 2000년 김정일의 방중까지 냉랭한 관계가 계속됐다.

중국은 동북아 질서 속에서 북한을 보고 있으며 장성택의 숙청을 계기로 중국의 계산이 복잡해질 것이다. 북중관계가 기로에 선 것 같다.

최진욱 편집위원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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