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돌아온 갑오년 靑馬의 교훈은
60년 만에 돌아온 갑오년 靑馬의 교훈은
  • 미래한국
  • 승인 2014.01.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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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혁 단국대 종신명예교수

2014년 갑오(甲午)년이 밝았다. 띠로 보면, 앞만 보고 달리는 능력이 발군인 동물 말(馬)의 해 그것도 60년 만에 한 번 온다는 푸른 말, 청마(靑馬)의 해다. 이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대개는 말의 주력을 높이 사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새해를 기대해 보지만 일부에선 ‘말띠 여성은 팔자가 드세다’라는 속설 때문에 여자 아이 낳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실상은 어떨까. 동양 고전과 한학에 정통한 전문가가 보는 청마해의 의미를 들어봤다.

동양 고전을 섭렵해 역대 제왕들의 지도자의 덕목을 정리한 ‘제왕학’의 저자 김유혁 단국대 종신명예교수는 “예전부터 십갑(十甲)을 동서남북에 중앙을 더한 다섯 가지 방향인 오방(五方)에 대입하고, 청황적백흑 오색(五色)에 맞춰 왔다”며 “그 중에 갑(甲)이 동쪽과 청색에 속하는데, 여기에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오(午), 즉 말이 조합을 이뤄 청마가 됐다”고 설명했다.

청색을 뜻하는 십간(十干) 중 처음인 甲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갑(甲)과 을(乙)이 방위로는 동쪽에 속하고, 색으로는 청색이 이 동쪽에 위치한다. 마찬가지로 병(丙), 정(丁)은 남쪽과 적색을 의미하고, 무(戊), 기(己)는 중앙과 황색, 그리고 경(庚)과 신(辛)은 서쪽에 백색, 임(壬), 계(癸)는 북쪽과 흑색에 위치한다.

자(子,쥐) 축(丑,소) 인(寅,호랑이) 묘(卯,토끼) 진(辰,용) 사(巳,뱀) 오(午,말) 미(未,양) 신(申,원숭이) 유(酉,닭) 술(戌,개) 해(亥,돼지)인 십이지는 갑자, 을축, 병인 식으로 십간에 차례로 조합을 이뤄 60갑자를 구성한다.

그리고 오덕(五德)도 방위가 있다. 그중 인(仁)이 동쪽에 속하니 새해 갑오년은 색으로는 청마해인 데다, 덕목으로는 인마(仁馬)해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징조를 품은 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지나간 2013년에 대한 해석도 그럴 듯하다.

지난해는 계사년 뱀의 해. 그런데 계는 북쪽과 검정색에 속해, 지난해가 북쪽을 경계하는 뱀의 형국이라고 한다. 1년 내내 북한의 위협을 경계해야 했던 안보 위기 상황과 얼추 들어맞는다는 게 김 교수의 해석이다. 그리고 뱀의 속성으로만 보면 탈갑, 즉 허물을 벗고 성장해야 하는 뱀의 운명이 창조와 혁신을 내세웠던 지난해의 현실과도 닮았다.

물론 갑오년이든 계사년이든 십간과 십이지의 주기적 조합일 뿐이니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따지고 보면 모든 육십갑자의 해가 60년 만에 한 번 돌아오는 것 아닌가.

예컨대 2012년 임진년에 1592년 임진왜란을 들먹이며 나라에 우환이 있을 것이라는 낭설도 있었지만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다. 같은 맥락에서 띠에 따라 특정한 속성이 있다는 것도 미신일 뿐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띠 속성은 낭설, 사주는 통계의 의미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띠로 사람의 속성을 판단하자면 이순신 장군(뱀띠), 안중근 의사(토끼띠)를 설명하기가 어렵죠. 우리 역사에서 그분들만큼 담대한 분들은 없는데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띠의 속성과는 다르잖아요.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용띠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뱀띠예요. 역시 상관없다는 말이죠.”

사람이 타고난다는 사주에 대해 한학에 정통한 김 교수의 생각은 어떨까. 사주는 사람의 생년월시를 십간과 십이지의 조합인 여덟 글자로 표현을 해서 사주팔자(四柱八字)라고 한다.

김 교수는 “사주는 주역에서 기존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계산해 놓은 것”이라며 “맹신할 수는 없지만 확률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일리는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을 악용하는 건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사주를 좋게 만들 생각으로 제왕절개를 하는 것은 인간의 시간이 우주의 시간을 침범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띠의 속성 같은 미신이 아니라 청마해를 맞아 김 교수에게 동양 고전에서 볼 수 있는 말의 의미를 들어보자.

“늙은 말일수록 제 길을 찾아간다는 뜻의 노마식도(老馬識道)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중국 춘추시대 고죽국 정벌에 나섰다가 승전 후 군대를 이끌고 돌아가던 제(齊) 나라의 명재상 관중이 초목이 우거져 애초에 왔던 길을 찾을 수 없었어요. 이때 관중이 군마 중에서 늙은 말을 앞장세우자 이 말들이 왔던 길을 잘 찾아 무사히 돌아간 일화인데 경험 있는 말이 올바른 길을 찾는다는 의미입니다.”

청마해는 노마식도의 교훈 얻기를

일종의 새해 덕담으로 어떠한 상태의 미로(迷路)에 봉착하더라도 판단력과 경험으로 자기 갈 길을 찾는다는 이 ‘노마’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청마해에 어울리는 고사성어라 하겠다.

반대로 주마간산(走馬看山)이나 마이동풍(馬耳東風) 같은 사자성어는 경계하는 의미다. 김 교수는 “주마간산은 사물을 눈여겨보지 않는다는 것이고 마이동풍은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새해에는 주마간산이나 마이동풍이 아니라 노마식도의 정신이 잘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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