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대박 보증수표? 야구 에이전트의 세계
연봉 대박 보증수표? 야구 에이전트의 세계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4.01.10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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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류현진과 추신수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두 선수 모두 한국인이며 2013 시즌에 나란히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류현진은 14승에 방어율 3.03을 기록하면서 커쇼와 그레인키에 이어 LA다저스 내 3선발로서의 입지를 굳혔고 추신수 역시 내셔널리그 출루율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은 ‘마이더스의 손’으로 유명한 스캇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라스는 계약 및 연봉 협상에서 대박을 잘 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실제로 추신수는 지난해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379억 원)의 계약에 성공했다.

류현진 역시 2012년 12월에 LA 다저스와 6년간 3600만 달러의 조건으로 계약했다. 이 계약으로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성장해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첫 번째 선수가 됐다. 류현진의 계약 내용에 국내 야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라스가 한국 팬들에게 큰 선물을 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기에 ‘원조 코리안 특급’인 박찬호가 2002년에 텍사스와 체결한 5년 6500만 달러의 계약 역시 보라스가 그 중심에 있었다. 물론 박찬호는 텍사스와의 계약 이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먹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병현은 2007년에 보라스와 계약했으나 2008년까지 끝내 새 팀을 찾지 못하고 결별한 케이스다. 현재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 중인 기아의 윤석민 역시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한 상태여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선수 계약금액 따라 수수료도 ↑

참고로 보라스는 올해에도 쟈코비 엘스버리와 뉴욕 양키스의 7년 1억5300만 달러 계약을 성사시키며 미국 최대 에이전트로서의 자존심을 내세운 바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Sports Agent)는 운동선수 개인 또는 스포츠 클럽을 대신해서 연봉협상, 광고출연 등의 각종 계약을 처리하는 직업 또는 사람을 의미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엔 무려 30개 구단이 있다. 거래 주체가 많기 때문에 FA 이적과 트레이드 등이 활발하다.

아울러 룰5 드래프트(마이너리그에서 3년 이상 뛴 선수들이 다른 구단에 갈 수 있는 제도), 논텐더(재계약 의사가 없는 선수를 풀어주는 제도) 등 선수의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들이 있다. 구단과 에이전트가 선수의 연봉만 갖고 협상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계약 조건을 놓고 복잡한 공방을 벌이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없이 선수가 개별적으로 계약을 하기엔 어려운 구조다.

에이전트의 주된 수입원은 선수 개인과 스포츠 팀을 연결해주고 받는 수수료다.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선수가 받는 금액의 3%에서 10% 사이이며 미국 프로야구의 경우 5%가 일반적이다.

실제로 그런데 추신수의 거액 계약을 이끌어낸 보라스는 통상적으로 5%의 에이전트 수수료를 받는다. 류현진이 LA 다저스와 계약해 미국에 진출할 때도 5%의 수수료를 냈다.

따라서 추신수는 이번에 약 1380억 원 계약을 했으니 보라스가 챙기는 수수료는 70억원에 육박한다. 보라스는 올겨울 자코비 엘스버리와 추신수 등 두 선수의 계약 수수료만으로 약 150억 원의 에이전트비를 받게 됐다.

한국에도 ‘야구 에이전트’ 시대 열릴 듯

현재까지는 에이전트가 계약 관계를 주로 다루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점차 선수의 훈련프로그램이나 의료 혜택, 법률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선수의 재산관리, 팬과의 교류, 주거의 알선, 나아가서는 선수의 은퇴 후 대비책까지 마련해 주는 등 업무가 상당히 넓어지는 경향이 있다.

보라스의 사례는 미국에서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에이전트를 소재로 한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는 퇴물 취급을 받던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를 최고 대우의 선수로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는 에이전트의 모습이 생생히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야구계에서는 예외였다.

현재까지는 프로축구를 제외한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가 모두 에이전트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위한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 방침을 밝히면서 이르면 내년 오프시즌부터 프로야구에서도 에이전트가 연봉협상을 대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1월 ‘스포츠산업 중장기 발전계획(2014~2018년)’을 발표하며 2013년 기준 37조원 정도인 스포츠산업 규모를 2018년 53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프로야구에서 돈 버는 사람은 선수밖에 없다. 에이전트가 등장하면 에이전트의 몫이 생긴다. 선수들의 관리를 위한 보험·연금 등 금융과도 연결된다. 전체 스포츠산업이 풍성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프로야구의 연봉협상 방식은 아직도 구단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운영팀장 등 협상 담당자가 구단 사무실이나 근처에서 선수를 만나 고과 산정 내용을 통보하고 선수를 설득하는 형태다.

지난 2009년 공개된 ‘프로야구선수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연봉협상 때 구단과 단 한 차례 만났다는 답변이 56.3%, 협상 시간은 30분 이하라는 응답이 57.3%에 달했다. 따라서 미국처럼 전문성을 갖춘 에이전트가 충실한 자료를 가지고 협상에 나설 경우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프로야구 시장의 급성장세도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프로야구는 지난 2012년 정규시즌 총 관중 700만 명을 돌파했고, 마케팅 수입·중계권료 등도 동반 상승했다.

여기에 강민호, 이용규, 정근우, 장원삼 등을 포함한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 15명의 계약 총액은 523억5000만원에 달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도 지난해 12월 2일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400여명의 선수들에게 에이전트 활용을 적극 권유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스포츠산업진흥법 제16조를 개정함으로써 프로스포츠 구단의 경기장 장기임대, 위탁운영 및 수익시설 설치, 운영 등의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에이전트 제도 도입으로 인해 증가할 수 있는 프로야구 구단들의 수익을 보존해 주기 위한 것이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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